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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노동개혁 딜레마'

문재인정부의 노동개혁은 고용주가 아닌 노동자 입장에 방점이 찍혀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노동시간을 대폭 줄이고 최저임금은 3년 내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고용주는 상당한 규모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자가 없으면 고용주도 없지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노동시장을 바꾸는 일은 한쪽의 손만 잡아주기 어려운 딜레마다.  ◆거센 노동개혁 요구리얼미터가 지난 10~12일 전국 유권자 1516명을 대상으로 문재인정부의 개혁과제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검찰개혁(24%), 정치개혁(20%), 언론개혁(13.7%), 노동개혁(12.0%), 재벌개혁(11.1%)이 5대 과제로 꼽혔다. 특히 노동개혁은 문재인정부가 첫손에 꼽는 핵심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1호 업무로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했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삶·가정의 양립을 이루겠다는 게 문재인정부의 목표다.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은 ▲연 1800시간대 노동시간 실현 ▲법정 주 최장노동시간 52시간 준수 ▲노동시간 특례업종 및 제외업종 축소 ▲공휴일의 민간적용 및 연차휴가의 적극적 사용 촉진 등을 임기 내 실현할 계획이다.  또한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가칭)’을 제정하고 전체 노동자의 22.3%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규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11.1%)으로 감축할 방침이다. 특히 공공부문의 경우에는 비정규직 제로(0) 시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현재 최저임금은 6470원으로 3년 뒤 1만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매년 15.7%가량 인상해야 한다. 이는 예년 인상률의 2배에 이르는 수치다.문재인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이 최소 30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추산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특수고용종사자, 5인 미만 사업장 등을 제외한 110만5000명 중 주 52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는 약 105만명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하는 시간만 모아도 상당한 시간이 나온다”며 “초과 시간 모두가 새로운 일자리로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적게 잡아도 20만~30만개 일자리는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노동개혁 공약은 산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2113시간(2015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2위다. 산업계 전반에 초과·연장 근로가 만연한 탓이다.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노동시간은 이보다 더 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기업에 비해 낮은 노동생산성을 시간으로 메우는 중소기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은 수익률에 큰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주 52시간 근로규정을 준수하면서 공장을 가동하려면 추가 인력을 뽑아야 하는데 고용주들은 인건비 부담이 커 공장이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편의점, 치킨가게 등 소규모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피해도 우려된다. 대부분의 영세자영업자는 밤낮 없이 열심히 일해도 웬만한 직장인보다 월수입이 적은 경우가 태반이다. 지방에서 A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는 조모씨(34)는 “지금도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새벽에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않고 직접 일하지만 손에 쥐는 돈은 200만원 남짓”이라며 “최저임금이 오르면 소규모 자영업자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도 근로시간이 줄면 소득도 감소한다며 근로시간을 장기간 점진적으로 줄이거나 본인이 희망할 경우 연장근무가 가능하도록 예외규정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안산의 한 중소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이모씨(36)는 “주 5일제이지만 외벌이여서 아내와 어린 딸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매주 토요일마다 자청해서 일을 나가고 일요일에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며 “아이가 커갈수록 필요한 돈이 더 많아질 텐데 강제적으로 주말근무를 못하게 되면 주말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주 당근책 필요문재인정부가 예고한 노동개혁 공약이 제도화된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고용의 주체인 기업이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동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의 수와 정규직을 모두 늘리는 것은 기업 재정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노동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일괄적으로 예고한 노동개혁안을 적용하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업종 등을 고려해 단계별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관계자는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이 제도화된다고 하더라도 고용의 주체인 민간 기업은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일정한 비용을 보조해주는 보완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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