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면 복덕방이나?"…찬밥 자격증된 공인중개사

자격증에 목매는 사회/ '국민자격증' 공인중개사,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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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종로구에 사는 가정주부 조모씨(55)는 지난해 부동산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에 떨어졌다. 조씨는 올해 다시 자격증 시험을 치를 계획이었지만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부동산경기가 워낙 침체인 데다 주변의 공인중개업소들이 속속 문닫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2. 서울 서대문구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박모씨(58)는 현재 폐업을 고민 중이다. 지난 2002년 다니던 유통회사를 퇴직한 후 이듬해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 곧바로 공인중개소를 차렸다. 이때만 해도 경기는 좋지 않아도 부동산시장 만큼은 활황을 이어갔고 수입 또한 이에 비례했다. 하지만 2007년부터 시작된 부동산경기 침체로 성사되는 계약이 줄어들었고 당연히 수입도 떨어졌다. 해를 거듭할수록 부동산경기는 더 악화됐고 지난해부터는 한달에 1건도 계약하지 못하는 달이 부지기수다.
 
사진=머니투데이 DB

 
한때 '국민자격증'으로 불리던 공인중개사 자격증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공인중개업은 자격증만 취득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의 창업이 가능해 연평균 12만명이 넘는 인원이 지원할 정도로 수요가 꾸준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지원자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주택거래가 크게 줄면서 중개업소들이 임대료를 지불하기도 빠듯할 만큼 어려워져서다.
 
◆ 부동산경기 침체, 공인중개사 응시자 감소
 
금융위기 이후 5년이나 계속된 부동산시장 침체에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생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최근까지 '국민자격증'으로 불릴 정도로 수험생이 넘쳐나던 공인중개사는 현재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며 외면 받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24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원서를 접수한 지원자는 6만2380명으로, 1993년(4만9600여명) 이후 가장 적었다. 1997년부터 2010년까지 공인중개사 지원자는 10만명을 웃돌았다. 특히 2002년에는 지원자가 26만5995명에 달했다. 이후 2011년에는 지원자가 8만6179명으로 줄더니 2012년에는 7만1067명, 2013년에는 6만명대로 점차 떨어졌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자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자격증 취득자는 9846명으로 1만명에도 못미쳤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자가 1만명 이하인 것은 1997년 이후 처음이다. 1985년부터 2013년까지 총 24차례의 시험에서 자격증을 받은 사람은 33만4383명으로, 1회당 합격자수는 평균 1만3933명이다.
 

◆'국민자격증'에서 '별 볼일 없는 자격증'으로
 
지금은 있어도 큰 도움 안 되는 자격증 중 하나로 전락했지만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한때 직장을 잃은 가장들의 재취업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크게 각광받았다. 응시생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2002년. 외환위기로 실업자가 넘쳐나던 때다. 그해 치러진 13회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응시생이 26만5995명이나 몰렸다. 1년 전인 2001년 13만2995명에서 두배가 넘게 증가한 것이다.
 
IMF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취업은 바늘구멍보다도 좁게 느껴질 정도로 어려웠지만 부동산시장은 살며시 부흥기를 맞을 시기였다. 이를 반영하듯 2002년 전국 아파트값은 평균 22.8%나 올랐다.
 
IMF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인 부동산시장 살리기와 그에 부응한 거래 활성화로 중개업은 말 그대로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이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려는 응시생들이 대거 몰려들었고 2003년(14회)과 2004년(15회)에도 각각 26만1153명, 23만9263명이 접수하며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운전면허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소지한 국민자격증이 됐다. 이후에도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매년 15만명 가까이 응시하는 등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공인중개사는 '꽤나 쓸모있는' 자격증에서 '쓸데없는' 자격증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부흥기가 왔던 것과는 달리 금융위기 이후에는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며 중개업은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니게 된 것이다.
 
2008년(19회) 16만9434명으로 반짝 증가세를 보였지만 이후 부동산시장 중개업계에 발을 들이려는 수험생은 하나둘 줄어들고 2011년(22회)에는 1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일 안하는 공인중개사 넘쳐나
 
주택거래량이 줄면서 공인중개사무소의 휴·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2008년 말 8만4501명에 달했던 공인중개업 신고 중개업자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8만2037명으로 집계됐다. 서울의 경우 같은 기간 3890명이 줄었고 경기는 3022명이 감소했다.
 
또한 지난해 11월까지 협회에 새로 개업 신고한 중개업자는 1만4026명이며 폐업을 신고한 중개업자는 1만4177명으로 폐업 신고자가 151명 더 많았다. 폐업 신고와는 별도로 휴업한 중개업자도 1237명에 달한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소유만 하고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얘기다.
 
한 공인중개사는 "매매는 기대하기도 어렵고 한달에 한두 건 정도 전·월세 계약 수수료를 받아봤자 월수입으로 100만원 올리기도 힘들다"며 "많은 공인중개사들이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고 있고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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