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수입차, 살까 말까

 
 
기사공유
“지금 사면 호갱님 되십니다. 7월까지 기다리세요. 따로 연락 드릴게요.”

몇해 전부터 기자와 친하게 지내는 한 수입차 영업맨이 최근 기자에게 귀띔한 이야기다. 지난 3월부터 오래된 차를 바꾸기 위해 이곳저곳 수입차 딜러들에게 견적을 받은 기자는 넉넉지 못한 주머니 사정 탓에 차일피일 미루다 이달 들어서야 구매를 결정했다. 하지만 구매는 두달 뒤로 미루기로 했다.

이유는 기자가 그동안 눈독을 들인 차량들의 가격이 지난 3월 대비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이 차이가 났다. 알고 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수입차업계에 공공연히 퍼진 '재고떨이'가 막을 내려서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사상 최대 판매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일 수입차업체들은 이달부터 각종 할인판촉의 규모를 줄이거나 없앤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차량을 선택한 소비자가 며칠 사이에 수백만원을 더 주고 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아우디 전시장에서 한 고객이 영업맨에게 차량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DB

◆ '떨이' 끝난 현장… “할인 없다”

기자가 현장을 돌아다닌 결과 수입차 딜러사들의 프로모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는 없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지난 3월 기자가 알아본 아우디 A6 모델(정가 6000만원대 초반부터)은 공식적인 할인 프로모션이 5%였다. 하지만 실제 판매현장에서는 신형인 2015년형의 경우 11~17%, 기존 모델인 2014년형은 18~20%에 달하는 파격적인 할인을 제시했다. 거의 1000만원 내외의 금액이 할인됐다. A3나 A4 역시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700만원까지 할인이 가능했다. 하지만 5월에는 어느 딜러사를 방문해 문의해봐도 최대 5% 내외의 할인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BMW도 마찬가지였다. BMW의 경우 지난 3월 주력차종인 520d(정가 6000만원대 초반부터)에 대해 400만원의 공식 프로모션 할인이 걸려있었지만 직접 매장을 방문하거나 아는 영업맨에게 문의를 하면 10~15% 할인된 600만~700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우디와 마찬가지로 최대 5%내외의 할인율을 제시했다.

반면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아우디나 BMW보다 할인율 변화 폭이 적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없다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워낙 다른 수입차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할인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는 벤츠는 지난 3월 주력 차종인 E250(정가 6000만원대 후반부터)의 경우 공식적인 프로모션 할인이 없었다. 다만 실제 판매 현장에서는 150만~300만원 정도의 할인을 제공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BMW 전시장. /사진=뉴스1 손형주 기자
벤츠 더 뉴 S 63 AMG 4매틱. /사진제공=벤츠

◆ 갑자기 ‘왜’ 할인이 사라졌나

그렇다면 왜 갑자기 수입차의 할인이 사라진 것일까. 이는 수입차업계의 비상식적인 관행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비상식이란 수입차업계에 횡행하고 있는 높은 마진율과 본사의 밀어내기로 인한 수입차 딜러사의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벌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사실 수입차업체는 거의 매달 비정기적으로 큰 폭의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이들이 할인행사를 많이 진행할 수 있는 이유는 처음 가격이 책정될 때부터 마진이 매우 높게 붙기 때문이다. 수입차 가격은 여러 단계를 거쳐 정해진다. 우선 수입차업체들이 해외에서 차를 들여오면 수입원가에 관세가 붙는다. 수입원가와 관세를 더한 금액에 개별소비세가 붙고 개별소비세의 일정 비율만큼 교육세도 붙는다.

여기에 한국법인과 딜러사의 마진이 더해진다. 수입차브랜드의 한국법인들은 외국의 본사로부터 차량을 수입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독일에 본사가 있는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벤츠가 각각 한국법인인 아우디코리아와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를 두는 식이다.

하지만 이들은 직접 판매하지는 않는다. 수입차의 국내 판매는 별도의 딜러사가 맡고 있다. 한국법인과 딜러사의 마진폭은 보통 10~14%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을 합치면 30% 가까이 가격이 뛰는 셈이다. 수입차를 큰 폭으로 할인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다.

그렇다고 마진율이 높기 때문에 할인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 여기에 또 한가지 요인이 더해진다. 바로 밀어내기다. 몇해 전 우리나라 온 국민을 공분에 휩싸이게 한 식품업계의 갑과 을의 관계에 따른 고질적 병폐인 밀어내기가 본사와 딜러사 사이에 존재한다.

물론 이는 수입차업계에선 공공연한 사실이다. 실제로 아우디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어마어마한 물량을 딜러사들에게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때 본사인 아우디코리아는 차량에 따라 약 1~5% 정도의 할인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본사가 밀어낸 차량을 현금으로 사야 하는 딜러사는 어쩔 수 없이 현금 순환을 위해 자신들의 마진을 포기하면서까지 차량판매에 열을 올렸고, 이는 바로 차량 모델에 따라 최저 11%에서 최대 20%까지 할인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대해 아우디의 한 딜러사 관계자는 “본사의 밀어내기 횡포가 너무 심하다”며 “현금 여유가 있다면 모를까 몇천만원에서 몇억씩 되는 차량을 매달 몇백대씩 현금으로 사오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본사에서 밀어내는 물량을 안 받을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만약 물량을 안 받을 경우 향후 인기 차종을 받을 때 차량을 적게 배정받는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우디코리아 측은 “딜러사의 입장과 본사의 관점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밀어내기라기보다는 아우디의 인기차종인 A6와 A7이 이달 새로 출시되는 만큼 구 모델에 대한 물량을 소진해야 했기 때문에 대폭 할인을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단위로 딜러사가 요청하는 물량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인기 차종을 적게 배정한다는 등의 갑질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른 수입차 딜러사의 한 관계자는 “아우디나 BMW의 물량 밀어내기는 워낙 유명하다”며 “본사의 갑질이 악질적이라는 소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업계에 파다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 0%
  • 0%


  • 코스피 : 2092.40상승 4.3418:03 11/16
  • 코스닥 : 690.18상승 8.818:03 11/16
  • 원달러 : 1128.50하락 0.718:03 11/16
  • 두바이유 : 66.76상승 0.1418:03 11/16
  • 금 : 66.49상승 1.118:03 11/16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