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약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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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답보상태에 놓였던 재건축·재개발사업이 모처럼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줄줄이 쏟아낸 규제완화 정책의 바람을 타고 탄력을 받은 덕분이다.

특히 올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탄력적용 등의 내용을 담은 '부동산 3법' 시행으로 공급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속속 진행되면서 과잉공급으로 미분양이 늘고 가격이 하락해 종국에는 부동산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주수요 5만 가구↑… 전세대란 불가피

당장 심각한 문제는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이주 수요만 올해 5만8000여가구에 이르지만 공급물량은 턱없이 부족해 사업지 일대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단기간에 급등했다.

실제로 올 초부터 이주를 시작한 강동구 일대 전셋값은 최근 3개월간 1.75% 상승(서울시 집계)했다. 이는 서초구(2.05%)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서초구 역시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재건축을 앞둬 임대료가 빠르게 오르는 추세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도 지난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마치고 이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개포주공2단지(1400가구)와 송파구 가락시영(6600가구) 역시 관리처분계획을 거쳐 이주에 들어간다.

서울시는 최근 강남 재건축발 전세난을 잠재우기 위해 이주 시기 강제조정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회의론이 적지 않다. 사업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와 재산권 침해, 형평성 문제 등에 따른 조합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시작된 재건축발 전세난은 수도권 일부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비싼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전세금이 싼 수도권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지난 4월 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수도권에서 한달간 아파트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하남으로 무려 3.69%나 올랐다. 안산이 2.58%, 시흥시가 2.5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강남 일대의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1

◆사업성 확보 위해 용적률 상향… 공급과잉 우려

수년간 지지부진하던 재건축·재개발의 재추진 원동력은 정부의 규제완화였다. 그중 하나는 사업성 확보를 위한 용적률 상향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초 재개발·재건축 사업 때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허용한 범위를 넘어 300%까지 용적률을 높일 수 있게 했다.

법적 상한까지 용적률이 허용되면 일반분양 주택 수가 늘어나 분양수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계산이다. 문제는 과도하게 끌어올린 용적률로 '공급 폭탄'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국 평균 주택보급률(2013년말 기준)은 103.0%,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은 98.6% 집계됐다. 이는 1인 가구를 포함한 수치로 사실상 1인 가구 대부분이 젊은 세대와 고령세대로 이뤄져 아파트 거주 비율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치는 달라진다.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집계 결과 지역별로 1인 가구를 제외한 아파트 보급률을 살펴보면 가장 낮은 서울도 100%를 넘어선 100.1%, 인천 119.5%, 경기 107.8%로 나타났다. 부산·대구·울산 등 지방광역시 모두 100%를 넘어서 포화상태다.

이 연구소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대상이 된 주택 수는 지난 2012년 기준 100만가구에 달한다. 대다수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재건축 용적률 상향 조정으로 1.3~2배수가 공급되면 약 30만~100만가구가 추가 공급되는 셈이다.

가뜩이나 인구감소와 고령화 가속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 수요가 한정된 상태에서 주택이 과잉 공급되면 대규모 미분양 발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따라 붙었다.

◆ 입주 후 돌아올 공급과잉 부메랑… 집값하락 '뇌관'

당장에야 공급과잉의 부작용이 드러나지 않겠지만 2~3년 뒤 입주 시점이 되면 미분양 사태와 가격 하락 가능성이 있다. 최근 전세난 심화에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단기 수익을 노린 '묻지마' 청약 사례가 늘어 이런 우려는 더욱 커졌다.

2015년 현재의 모습은 부동산시장이 과열됐던 2007년과 닮았다. 당시 수도권에 사상 최대 물량인 16만7328가구가 공급됐다. 분양 후 대다수 단지에 수천만원의 웃돈이 붙는 등 부동산시장은 그야말로 활황기였다.

하지만 2008년 국제금융 위기라는 악재를 맞아 시장은 침체로 돌아섰다. 이듬해 입주 시점이 됐을 때 가격이 곤두박질쳐 입주 지연과 미분양 속출, 하우스푸어 양산 등 여러 사회문제가 불거졌다.

금융위기 당시와 현재 상황은 다르지만 한계에 이른 가계부채와 각종 주택 관련 대출의 금리인상 변수가 공급과잉의 부메랑이 돌아왔을 때 악재로 작용한다면 부동산시장이 침체 국면으로 회귀해 제2의 하우스푸어를 비롯한 문제들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를 흡수하며 최근 전세와 매매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수도권 지역의 경우 입주 시점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재건축·재개발이 마무리돼 이들 지역에 몰렸던 수요가 다시 서울로 빠져나가면 가격 하락과 미분양 증가가 불가피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성동규 dongkuri@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위크> 산업2팀 건설부동산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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