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의 '고임금-해외증산'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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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공장이 위기에 처했다. 국내 자동차업계에 형성된 고임금 구조가 부담스러운 완성차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국내 자동차 생산 공장들은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관련업계는 국내 자동차산업이 침체될 것을 우려하며 부품사와 하청업체 등의 동반 침체를 걱정한다. 더욱이 국내 제조업 가운데 비중이 큰 자동차 생산이 축소될 경우 우리경제 전체에 직·간접적으로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준공식.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생산물량 제자리… "임금만 올랐다"

실제로 현대·기아차의 국내생산물량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인데 반해 해외생산물량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3월에는 해외생산대수가 월 40만대를 넘어섰다. 현대차의 터키공장 생산이 본격화되고 기아차의 중국 3공장이 완성되면서다. 8개 국가에서 16개 공장을 가동 중인 현대·기아차는 최근 중국에 4·5공장을 설립하고 미국 2공장과 멕시코 3공장 증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국내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원화강세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지나치게 높은 국내 자동차 업계의 임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990년대 말 현대차가 터키에 첫 해외공장을 설립하던 시기만 해도 해외공장의 주 목적은 저렴한 관세를 통한 수출이었지만 지금은 목적이 다르다”며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 관세가 철폐되는 상황에서 해외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국내 생산비용이 터무니없이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자동차업계의 임금수준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재벌닷컴이 12월 결산법인 1771곳의 지난해 업종별 직원 임금을 분석한 결과 자동차업계에 종사하는 직장인 평균 연봉이 전년보다 2.4% 오른 8282만원으로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9700만원 수준이었다. 쌍용차의 경우 7000만원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지 않아 평균연봉이 산출되지는 않았지만 현대차보다는 다소 낮고 쌍용차보다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10년 전인 지난 2004년(4900만원)에 비해 임금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대차 국내·해외공장의 총생산량의 급격한 증대에 따라 직원들의 임금도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생산량만을 놓고 보면 이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생산량은 1.12배(2004년 167만대에서 2014년 187만대)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임금인상 폭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외국계 업체도 마찬가지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이달 초 "한국 자동차업계의 인건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게 증가하고 있다"며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르노삼성도 마찬가지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는 최근 "한국 르노삼성차 근로자들의 임금이 프랑스 르노 본사의 임금보다 높다"고 불평했다.

현대차 베이징공장.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터키공장.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노조는 공장 지키기

국내 완성차산업의 침체는 단순히 자동차공장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수천 개의 부품이 관여되는 복합산업인 탓에 자동차공장이 비활성화 되면 부품업체를 비롯한 수많은 관련업계의 동반침몰로 귀결된다.

그렇다보니 국내 자동차업계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우려는 심각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에 자동차공장을 운영하는 데는 수많은 악재가 동반하는 상황”이라며 “임금부담이 줄지 않으면 국내공장 비율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단순히 임금이 높은 게 문제가 아니라 생산성이 부족한 것이 궁극적 문제”라며 “국내 차업계의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가 이러한 생산성의 부재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근로의 강도에 대한 고려 없이 근속년수에 따라 저절로 오르는 임금체계가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유규창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 전체적으로 한국의 노동시장은 정상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며 “누가 일을 하든 관계 없이 동일한 일을 하면 동일한 임금을 받는 것이 가장 상식적이며 한국 노동시장이 직면한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거의 유일한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현대차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성과·직무형으로 개편하기 위해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업계 임금체계를 벤치마킹 하는 등 상당히 의욕적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이러한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일고의 고려도 없이 거절했다. 자신들이 요구하고 있는 ‘통상임금’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이유였다. 임금체계 개편은 현재 임단협이 시작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공장 물량의 해외이전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현대차 근로자일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사측과 다른 해법을 내놓는다. 국내공장의 경쟁력 제고가 아닌 해외공장 증설을 막겠다는 식이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임단협 요구안에 '국내 공장의 신·증설을 검토하고 해외 생산을 포함한 전체 생산량에 대해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러한 현대차 노조의 행보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임금체계 개편은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자신들의 밥그릇만을 챙기려 한다는 이미지가 강해졌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사측이 제시한 임금체계 개편안에는 수당 간소화 등 보편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대한민국 노동계에서 상징성을 갖는 현대차 노조가 자신들의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바람직한 제안을 고려조차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국내 생산성 우려에 대해 고민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이면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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