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노사갈등 원인 '독과점 적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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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인터넷상에서는 셔츠가 찢긴 채 담장을 넘어 도망가는 한 남성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프랑스항공사 에어프랑스의 인사담당 이사 자비에르 브로세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샤를드골 공항에서 열린 에어프랑스 간부회의에 노조원 100여명이 난입해 "해고를 철회하라"고 주장하며 폭력을 행사했고 간부들은 자리에서 줄행랑을 쳤다.

글로벌 유수 항공사들의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전세계 항공사의 파업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9월과 11월에는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 조종사노조와 승무원노조가 각각 파업해 수천대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최근 우리나라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노사갈등도 구조적 측면에서 이와 무관치 않다.

◆FSC ‘체질개선’의 딜레마

현재 전세계 대형항공사(Full Service Carrier, FSC)에서 심화되는 노사갈등은 FSC업계에 위기가 닥쳤다는 것을 반증한다. 위기의 주요 원인은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 LCC)의 위협이다.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이는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프랑스는 물론 유럽을 대표하는 항공사로 명성을 떨쳤던 에어프랑스의 경영난도 결국은 LCC가 앗아간 항공수요 때문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부터 에어아시아를 필두로 한 글로벌 규모의 LCC들이 급격히 세를 키우던 모습을 “마치 블랙홀 같았다”고 표현했다. FSC의 고객들이 LCC로 유입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했다는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FSC들이 LCC의 공격에 한없이 무너지는 이유가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항공사가 등장해 수요를 뺏어갔기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반독점적 상황에서 경쟁력보다는 외형 성장만을 추구한 FSC의 ‘체질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항공사업이 막 시작될 무렵 막대한 초기투자가 필요한 항공기사업은 아무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보안과 안전의 문제가 연루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FSC는 국영항공사로 출발해 ‘독점적’ 위치에서 성장했다. LCC가 대거 등장하기 이전까지 이들은 항공시장의 독점 혹은 과점의 위치를 향유했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사의 경영은 시장의 순리대로 흘러가길 거부했다. 기업경쟁력을 키우기보다 자신들의 독점적 위치를 지키는 것이 확실한 이득을 보전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보니 경영혁신보다는 정부의 눈치보기에 온 시선을 쏟았다. 그 밖으로는 문어발식 사업을 통해 오너가의 배를 불리기도 했다. 이는 전세계 유수의 FSC들이 겪은 일이다.

LCC 등장 이후 과점체체가 점차 사라지자 FSC들은 그제서야 독자적인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체질개선’을 시작한 것.

위기를 느낀 기업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체질개선’은 ‘구조조정’이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 실시하는 구조조정의 목적은 ‘비용절감’이고 이 화살은 자연스레 ‘인건비’로 향하게 마련이다. 기업의 위기가 노동자에게 직접적인 위해로 다가오는 만큼 노조는 사측과 대립하게 된다.

우리나라 FSC의 현 상황도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대한항공에 비해 장거리 노선에 대한 ‘독점’위치를 빠르게 LCC에 빼앗긴 아시아나항공에서 체질개선의 필요성이 먼저 드러났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모회사인 금호산업을 되찾자마자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다. ‘체질개선’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노조는 멀쩡한 회사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까지 오게 된 책임이 경영진에 있다고 주장한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과거 박 회장의 무리한 기업인수와 금호산업을 되찾는 과정에서 실시한 잘못된 경영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을 가져왔는데 왜 직원들이 구조조정을 감수해야 하느냐는 논리다.

◆자부심 사라진 조종사, '임금이라도 정상화'

대한항공 또한 노사갈등에 위기를 맞았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KPU)는 최근 파업찬반투표를 가결했다. 지난해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것인데, 사측이 일반 노조와 동일 수준인 1.9% 인상안을 고수하는 반면 노조는 지난 10년간 임원진 임금만 올랐다는 점을 성토하며 37%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의 평균연봉이 약 1억4000만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5000만원에 가까운 연봉인상을 요구하는 셈이다. 이런 요구를 하는 조종사노조의 명분은 ‘조종사 임금의 국제적 시세’다. 해외항공사에 취직할 경우 국내항공사에 비해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1억원을 훌쩍 넘는 임금을 더 받는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설명도 이른바 ‘귀족노조’에 대한 반발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이런 비판여론에 대해 노조 측 한 관계자는 “조종사의 해외유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여기면서 정작 조종사의 처우개선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게 대한항공의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조종사가 공군 출신이던 과거에는 민항기로 옮겨서도 국가에 대한 일종의 ‘채무’ 감정이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 저임금을 받으면서도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지만 요즘의 젊은 부기장들에게 그런 ‘충성심’을 요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일부 베테랑 기장들 사이에서는 땅에 떨어진 대한항공의 위신과 오너가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는 이야기도 새어 나온다. 그는 “베테랑 기장들은 대한항공 조종사라는 ‘자부심’을 중요시 여겨왔는데, ‘땅콩회항’ 등 오너가의 리스크로 이런 자부심에 금이 간 것도 사측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고 말했다. 조종사노조가 애초에 조 회장의 임금인상을 빌미로 임금인상안을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는 이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준법투쟁을 통해 정당한 권리를 찾는 것에 목적을 두고 쟁의행위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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