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주가그래프 '꼬리'는 왜 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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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의 키를 조사해 보자. 173㎝, 181㎝처럼 나열해 적고 학생들의 키를 구간으로 나눈다. 그리고 각 구간에 해당하는 학생이 몇명인지 세어 보자. 이를테면 170~171㎝ 구간에 몇명의 학생이 있는지, 171~172㎝에는 또 몇명의 학생이 있는지 적어서 표를 만들자. 이렇게 구한 표로 막대그래프를 그릴 수도 있다. 그래프의 가로축에는 키 구간을 눈금으로 표시하고 세로축에는 각 구간에 해당하는 학생이 몇명인지 체크해 막대 모양으로 그리면 된다.

징병 신체검사가 의무인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남자 키를 조사한 통계자료가 있다. 이를 막대그래프로 그리면 종모양이 되는데 바로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라 부르는 꼴이다. 평균키에 해당하는 위치에 위로 솟은 봉우리가 하나 있고 평균값에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멀어지면 막대의 높이가 급격히 줄어드는 모양이다. 평균값에서 출발해 키가 큰 쪽으로 가든 작은 쪽으로 가든 막대는 아주 빨리 줄어든다. 따라서 평균보다 키가 10배 큰 사람도, 10배 작은 사람도 없다.

아저씨들은 잘 안다. 40대에 들어서면 조금씩 배가 나오기 시작한다. 물론 키는 1㎜도 늘지 않는다. 청소년의 몸무게 막대그래프는 키처럼 깨끗하고 예쁜 종 모양이다. 하지만 모든 연령의 몸무게를 모아 그리면 오른쪽 부분 막대는 천천히 줄어들어 찌그러진 종 모양이 된다. 아저씨들 때문이다.

이 방법으로 사람들의 소득 막대그래프를 그리면 어떤 꼴일까.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월급은 약 250만원이다. 평균보다 키가 두배 더 큰 사람은 인류역사에서 단 한명도 없었지만 월급은 평균값보다 두배는 물론 수백배인 사람도 있다. 소득의 막대그래프는 키와 확연히 다르다. 실제 자료를 이용해 그려보면 봉우리가 왼쪽에 치우쳐서 잘 안 보인다. 종 모양과 달리 막대 높이도 아주 천천히 줄어든다. 바로 꼬리가 아주 긴 멱함수(power law) 꼴이다.

매일매일 주가가 오르내린 정도를 2.1%, -1.3%, 0.5%, 1.1%처럼 나열해 적고 이 숫자들로 막대그래프를 그리면 어떤 꼴일까. 키와 같은 종모양일까, 아니면 소득처럼 꼬리가 길까.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

면 0% 부근에서는 종모양이지만 점점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가면 종모양보다 막대의 높이가 아주 천천히 줄어든다.

만약 주가 변동의 확률분포가 깨끗한 종모양이어서 꼬리가 짧다면 폭등도, 폭락도 없다. 드물기는 하지만 주식시장이 갑자기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이유는 주가 변동 막대그래프가 긴 꼬리를 갖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투자자가 주식투자로 돈을 벌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조금씩 수익을 늘려온 투자자라도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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