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주식시장의 평형은 신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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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이야기다. 친구와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영화를 보러 가고 뒷면이 나오면 당구를 치러 가기로 했다. 그리고 동전이 바닥에 똑바로 서면 공부를 하기로 했다.

바닥에 있는 동전은 이처럼 세가지 상태로만 있을 수 있다. 셋 모두 물리학에서 이야기하는 ‘평형상태’다. 물체에 작용하는 여러 힘이 서로 방향이 달라 상쇄됨으로써 전체의 합이 ‘0’이 될 때를 말한다. 바닥에 누워있는 동전이 그 상태로 가만히 있는 이유도 평형 때문이다. 지구가 동전을 아래로 끄는 힘과 바닥이 동전을 위로 미는 힘이 정확히 상쇄되기 때문에 동전은 바닥을 뚫고 아래로 더 내려가지 않는다.

물리학의 평형은 사실 두 종류가 있다. 바닥에 누운 동전의 한 귀퉁이를 살짝 손톱으로 들었다 놓으면 동전은 다시 원래의 평형상태로 돌아간다. 똑바로 선 동전은 다르다. 살짝 밀어 조금만 기울여도 앞면이나 뒷면을 보이며 바닥에 눕는다.

평형상태에 작은 변화를 줬을 때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경우를 ‘안정적인 평형’, 변화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지는 경우를 ‘불안정한 평형’이라고 부른다. 바닥에 누워있는 동전은 안정적인 평형상태, 똑바로 서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동전은 불안정한 평형상태다.

동전의 상태가 안정적인지 불안정한지는 잠깐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평형상태에 있는지 아닌지는 정말 알기 어렵다.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아 주식 가격이 어제보다 뛰었을 때 오른 가격에 되팔려는 사람이 늘면서 주가가 어제 가격을 향해 안정적으로 돌아올 수 있다. 또 앞으로도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주가가 더 상승하기도 한다.

물리학의 기본 관심사는 사실 ‘평형’이 아니라 ‘운동’이다. 시간에 따른 변화다. 주어진 물리 시스템의 평형상태를 생각한 다음에 할 일은 그 평형점으로 끌려 들어가는 상태들이 담긴 대야의 크기를 헤아려보는 것이다. 바닥에 구멍이 난 세숫대야에 든 물을 생각하면 된다.

일단 그 대야 안에 들어가면 모든 물 분자는 결국 바닥에 난 구멍으로 빨려 들어간다. 물리 시스템의 모든 안정적인 평형상태는 제각각 자신으로 빨려 들어오는 상태들의 집합인 세숫대야를 하나
씩 갖고 있다. 그리고 만약 한 평형상태가 가진 세숫대야의 크기가 매우 작다면 평형상태는 존재하지만 현실에서 볼 수는 없는 어떤 것이 된다.

주식시장의 안정적인 평형상태도 그런 곳이 아닐까. 이론적으로는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도 볼 수 없는 신기루가 아닐까. 참고로 고등학교 때 친구가 던진 동전은 놀랍게도 똑바로 섰다. 똑바로 선 동전 상태의 대야 크기가 ‘0’은 아니라는 실험결과다. 물론 그날 공부하러 가진 않았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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