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경제시스템과 러시안룰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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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뷰캐넌의 저서 <내일의 경제: Forecast>에서 읽은 이야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의 영향이 글로벌경제를 혼란에 빠뜨린)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보이지 않는 손’은 환율, 이자율, 상품가격, 임금상승률의 안정성을 꾸준히 창출해왔다”고 말했다. 이기적인 개인들의 자유경쟁이 모두에게 이익을 준다는 것을 설파한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아주 드물게 실패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제대로 작동했다는 이야기다.

이는 어쩌다 한번 일어난 일이니 앞으로 안심해도 된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린스펀의 말에 한 블로거는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러시안룰렛게임은 온 가족이 함께 하기에 재미있고 안전한 게임”이라고 비꼬았다. 러시안룰렛은 6개의 구멍이 있는 회전식 실린더에 한발의 총알만 넣고 마구잡이로 돌리다 자신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무시무시한 게임이다. 블로거의 기발한 비판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웃고 넘어가기에는 정곡을 찌르는 신랄함이 놀랍다.

전세계가 경제적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번만은 예외라고 하는 것은 비겁하고 안일한 사고방식이다. 예외였을 뿐이라며 러시안룰렛을 되풀이하면 이 말도 안되는 멍청한 게임은 계속 사람을 죽인다. 이럴 때 할 일은 당연히 러시안룰렛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다. 따끔할 정도의 느낌만 주는 작은 고무탄환으로 바꾸거나 아니면 그만두거나.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인 ‘보이지 않는 손’을 완전히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그래도 간혹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작동 실패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경제시스템의 위기는 문 닫은 공장, 해고된 가장, 학업을 중단한 자녀, 복지비용의 증가, 소비의 감소, 기업의 연쇄부도 등 전세계 수많은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보이지 않는 손’의 작동 정지는 드물지만 계속 발생한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일은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맹신을 멈추는 게 아닐까.

‘보이지 않는 손’의 오작동 원인을 정확히 몰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많은 자동차에 장착된 대부분의 에어백은 한번도 사용되지 않고 차와 함께 폐차돼 사라진다. 그래도 우리에게 에어백이 필요한 이유는 드물지만 생길 수 있는 자동차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경제시스템의 불안정성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앞으로 닥칠 위기를 예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예측은 못해도 대비는 할 수 있다. 경제시스템에도 에어백이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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