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믿음'이라는 사회적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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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말 현재 우리나라는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는 격변의 와중에 있다. 지난 10월 말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탄핵이 가결되기 전에도 우리는 대통령이 이미 권력을 잃었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조금만 생각해보라. 대통령은 살던 곳에 여전히 있고 몇달 전과 비교했을 때 형식적인 면에서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다. 우리나라의 법체계가 바뀐 것도, 국회의원이 바뀐 것도, 대통령이 임명한 기관장들이 바뀐 것도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권력을 잃었다. 국회의 탄핵 결정은 이미 대통령이 권력을 잃었다는 것을 사후에 공식적으로 확인했을 뿐이다.

우리는 이번 평화로운 혁명의 와중에서 민주주의의 바탕을 봤다. 민주주의는 결국 사람들의 ‘믿음’으로 작동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말이다. 국회나 대통령이나 헌법재판소와 같은 헌법기관이 가진 권력의 기반은 결국 사람들의 믿음이다. 믿음을 상실한 대통령은 탄핵 결정 이전에도 이미 대통령이 아니었다.

믿음이 존재의 근거가 되는 것은 정치 말고도 우리 주변에 널렸다. 아이스크림의 포장을 뜯지 않고 먼저 가격을 지불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낸 돈의 가치,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내가 반대급부로 얻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처럼 자본주의 경제구조에서 상품이 하나라도 거래되려면 사람들의 믿음은 필수적이다. 내가 지불한 돈만큼의 사용가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품이 범람하는 곳에서 경제시스템은 존립할 수 없다. 1만원을 내고 1000원의 가치만 얻는 상품을 구입할 사람은 없다. 직접 만드는 게 낫기 때문에 결국 상품경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의 주가도 마찬가지다. A회사의 주가가 B회사보다 높은 이유는 사람들이 A회사의 가치가 더 높다고 믿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만이 아니다. 믿음은 경제체제를 떠받치는 기둥이기도 하다.

현재의 우리나라 정부는 사람들의 믿음을 잃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정치인이라도 국가를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으리라는 믿음, 내가 곤경에 처하면 국가가 도와주리라는 믿음, 내 아이가 침몰한 배에서 익사하는 순간에 성공 여부를 떠나 국가가 아이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나는 정치인들이 최근 우리나라에 미친 가장 나쁜 해악은 바로 우리사회가 오래 쌓아올린 ‘믿음’이라는 소중한 사회적 자본을 자신들을 위해 탕진해 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믿음을 다시 복구하기 전에 우리사회는 어디로도 발전할 수 없다. 믿음이 없다면 우린 아무것도 아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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