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소비절벽] ‘삼중고’에 악순환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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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늘었다. 여기에 생산가능인구 감소,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등 부정적 경제 전망이 소비위축을 더욱 부추긴다. 소비 감소는 생산 감축으로 이어진다. 생산이 줄면 소득이 감소해 자연스레 소비도 위축된다. 소비가 급격히 줄어드는 ‘소비절벽’이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경직시키는 악순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머니S>는 소비절벽시대를 긴급 진단했다. 서울 주요 상권 및 유통가의 분위기를 살피고 새로운 소비트렌드를 분석했다. 정부와 기업의 소비절벽 극복 대책과 전문가로부터 해법도 들었다.<편집자주>


저성장과 불황의 장기화로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앞으로의 경제상황도 부정적 전망이 많아 소비감소 추세는 점점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가 급격히 줄어드는 ‘소비절벽’이 현실화된 것. 소비가 줄면 자연스레 생산도 감소해 전체 경제가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에 드리운 소비절벽 그림자와 경제에 미칠 충격을 살펴봤다.

# 이제 갓 20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30대 가정주부 최모씨는 시장이나 마트를 직접 찾지 않는다. 식음료나 식자재 등은 메모해뒀다가 필요한 양만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직접 생필품을 사러 마트를 찾으면 필요하지 않은 물품까지 충동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아예 발길을 끊은 것이다. 외식, 의류구매 등 다른 생활비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조만간 둘째아이가 태어나는데 남편의 한정된 수입으로 네명의 식구가 생계를 꾸려나가려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게 최씨의 판단이다.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허리띠 졸라매는 소비자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2월 소비자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2로 2009년 4월(94.2) 이후 7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CCSI가 100을 넘으면 소비자가 앞으로의 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본다는 뜻이고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현재경기판단CSI지수도 55를 기록해 2009년 3월(3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저성장·불황이 지속된 가운데 미국 기준금리 인상 현실화, 대통령 탄핵정국에 따른 정치혼란,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등 다양한 악재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위기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이미 허리띠를 졸라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체 가구 중 월평균 지출 100만원 미만 가구(2인 이상 가구 실질지출 기준) 비율이 13.01%다. 이는 2009년 3분기(14.0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금융위기 이후 10% 안팎이던 최소지출가구 비중이 지난해 들어 급증한 결과다.

100만원이 채 안되는 돈으로 한달을 사는 가구가 늘었다는 것은 소비절벽이 시작됐음을 방증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2016~2017 경제전망’을 통해 정책효과(0.2%)를 반영한 2017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주요 연구기관의 전망은 더 암울하다. 산업연구원(2.5%), 현대경제연구원(2.3%), LG경제연구원(2.2%), 한국경제연구원(2.1%) 등은 2%대 초중반을 예상했다.

예상대로라면 우리나라는 1960년대 본격적인 성장시대가 열린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성장률 2%대’라는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것이다. 앞으로 경기와 생활형편이 악화될 것이라고 판단한 소비자들은 지출을 더 줄일 수밖에 없다. 당분간 소비절벽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가계의 소비여력이 둔화돼 올해 소비여건은 지난해보다 더 좋지 않을 전망”이라며 “그간 저성장에도 저유가에 힘입어 실질국민소득이 높은 증가세를 보였으나 올해는 성장세가 더 낮아지고 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엎친 데 덮친 인구구조 변화

인구의 구조적 변화는 소비절벽 심화를 예고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처음으로 줄어들기 시작한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초저출산 장기화가 맞물린 결과다. 돈을 버는 사람이 줄면 그만큼 돈을 쓰는 사람도 감소해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된다.

나아가 소득과 소비수준이 주력 소비층(30~50대)의 절반에 불과한 고령인구 증가는 경제 전반의 소득과 소비수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짙다. 또 고령화에 따라 보건의료비 지출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의 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시장은 성장이 정체됐고 조만간 마이너스성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식업계, 전통시장 등의 상황도 비슷하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올해 한국경제는 장기불황으로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많은 부분에서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며 “백화점·마트를 중심으로 그 여파가 보다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우리 경제의 관건은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살리는 것”이라며 “성장세 견인을 소비에서 찾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위축된 소비심리를 살리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절벽 경험한 일본은 지금]

한국경제의 흐름과 구조적 변화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전철을 따르는 경향이 짙다. 2010년대 들어 한국경제는 세계 경제침체의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됐고 소비·투자 등 내수도 약해지며 저성장이 이어졌다. 이는 버블 붕괴, 장기침체 돌입 등이 시작된 1990년대 일본의 상황과 유사하다.

이후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암흑기가 계속됐다. 2012년 12월 출범한 아베 정권은 암흑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경제정책을 3년 넘게 추진 중이다. 이 정책은 오랫동안 일본경제가 직면했던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것이어서 대담한 금융완화, 기동적인 재정정책, 규제완화와 투자환경 개선을 통한 성장전략이라는 3개의 기본방침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실제 정책 운영결과는 낙관적이지 않다. 아베 정권 성립 당시 과감한 재정투입에 따라 일시적으로 경기가 활성화됐지만 2014년 4월 단행된 소비세율 인상(5%→8%)으로 소비절벽이 심화되며 경기가 냉각돼 현재까지 소비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소비세율 인상 이후 일본 실질GDP의 58%를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침체되면서 아베 총리 취임 직후 시작된 아베노믹스가 표류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아베 정권은 소비세율 인상 후 소비가 급격히 줄지 않도록 공공사업을 중심으로 5조5000억엔을 투입하는 경기부양책을 실시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소비세 증세 반동을 넘지 못했다.

소비세율 3% 상승에 대한 일본정부의 세수 증가는 6조엔 이상으로 추경에 쓴 비용보다 많다. 이 기간 임금상승보다 높은 물가상승으로 인해 개인 소비자의 구매력이 더 하락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임금상승이 물가상승보다 높아야 개인소비가 진작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소비둔화현상이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재계와 제약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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