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호 상장은 '신뢰 자본'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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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증시는 답보했다. 코스피지수는 10년째 박스권을 뚫지 못했고 코스닥지수는 연중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다 결국 600 초반 수준에 머물렀다.

실망한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8조원이 넘는 자금을 순매도했다. 국내주식형펀드의 환매 규모도 8조3000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변수가 시장에 충격을 줬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인 증시에 투자하길 꺼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외 충격 민감도가 높다는 것은 국내증시가 그만큼 취약한 상태임을 반증한다.

국내증시가 외풍에 흔들리는 진짜 원인은 ‘신뢰의 부재’다.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공개된 정보대로 움직일지, 정말 주주의 이익을 위해 나아갈지 믿을 수 없어 투자금을 회수한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9월 말 장이 끝난 후 대규모 기술수출계약이 성사됐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그 다음 거래일에는 장이 시작되고 불과 30여분 후 다른 계약이 해지됐음을 알렸다. 그 사이 미리 정보를 알았던 사람들은 빠져나가거나 공매도했고 정보가 느린 개인투자자들은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해 논란을 빚은 것도 신뢰를 떨어뜨린 사건 중 하나다. 국민연금은 증시 하락기에 대량 매수에 나서며 ‘구원투수’, ‘백기사’로 불린다. 그런데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져 삼성 지배구조 개편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자 개인투자자는 분노했다.

여기에 합병 찬성의견을 낸 대다수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은 증권사의 초우량고객인 삼성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지 못했다. 따라서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주가를 예측하는 애널리스트에 대한 신뢰도 급격히 추락했다.

일각에서는 박스권에 갇힌 증시에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자 투자자가 빠져나간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주가
가 공정한 규칙에 따라 어느 정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면 투자자들은 증시를 쉽게 외면하지 않는다. 특히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지금은 더 그렇다.

기자가 소비절벽과 관련한 취재를 진행할 때 이준영 상명대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자본’이라고 강조했다. 서로를 믿을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가 경제회복의 최우선과제라는 얘기다. 올해 국내증시에는 신뢰자본만이 상장되길 기대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효원 specialjh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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