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동대문] ‘사드 한파’에 꽁꽁 얼어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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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패션의 성지’ 동대문이 위기다. 성장을 거듭해 온 동대문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는 암초를 만난 것. 중국과의 갈등은 도·소매 구분 없이 타격을 입히는 중이다. 하지만 위기의 원인이 오로지 사드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머니S>가 동대문상권을 긴급 진단했다. 위기의 근본원인과 실태를 점검하고 해결책이 뭔지 짚어봤다.<편집자주>


패션의 메카 동대문상권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정부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한 중국정부의 한한령(한류금지령)에 최대 구매자인 중국인관광객(유커)의 발길이 뚝 끊겨서다. 대다수 상인들의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고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발 한파에 얼어붙은 동대문상권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유커 급감… 몰락하는 패션의 메카 

2002년 5월 관광특구로 지정된 ‘동대문패션타운’은 전통 재래시장과 현대식 쇼핑몰이 혼재된 세계 최대규모의 패션산업 집적지다. 동대문 반경 1km 내에 대형상가 31개, 재래시장 10개, 신흥도매상가 13개, 약 3만개의 점포가 몰려있다. 상인 포함 시장종사자는 15만명에 달하고 지난해 기준 1일 총매출액은 5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 이후 동대문상권에는 중국의 보복이 직격탄처럼 내리꽂혔다. 김영호(더불어민주당)·김종대(정의당)·김종훈(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16~22일 동대문, 홍대, 이화여대, 명동 일대 상인 463명을 직접 만나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9.1%가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매출이 50% 이상 줄어든 상가가 41.3%로 가장 많았고 20~50% 감소(29.4%), 0~20% 감소(18.4%)가 뒤를 이었다.


지난 1일 저녁 한산한 평화시장 거리. /사진 = 허주열 기자

상인들은 매출 감소 원인으로 ▲유커 감소(85%) ▲국내경기침체(50%) ▲한국의 정치현황(35%) 등을 꼽았다(복수응답). 매출에서 유커가 차지하는 비율은 50% 이상이 46.7%, 30~50%가 23.5%, 10~50%가 21%로 절대적이었다.

지난해 11월 정의당 미래정치센터는 ‘대중국 한류 문화관광 국민 피해액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을 찾은 유커가 전년 대비 20% 감소해 그 피해액이 4조3159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또 한한령에 따른 대중국 문화관광 수출 피해액은 8조8789억원으로 추산했다. 사드배치 후폭풍으로 13조원 이상의 외화가 증발할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인 씨트립에 따르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기간(1월27~2월2일) 유커가 찾는 여행지 순위에서 지난해 3위였던 한국은 올해 7위로 4단계나 하락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춘절기간 전년 대비 4% 내외 증가한 약 14만명의 유커가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중국 매체들은 “한국의 예측은 틀렸다”고 전했다. 

10년째 두타면세점 인근에서 옷가게를 운영 중인 50대 상인은 지난 1일 “유커가 엄청 줄고 대신 대만·홍콩 등 비중국인관광객이 많아졌다”며 “그들의 구매력은 중국인보다 훨씬 떨어져 지금이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이게 다 정부와 사드 때문”이라며 “지난해 면세점이 들어서며 우리도 덕을 좀 볼까 기대했는데 헛방이다. 이대로 사드가 배치되면 유커는 더 줄어들 텐데 장사를 계속 할지, 접어야 할지 고민이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중국의 본격적인 경제제재가 아직 시작되지 않은 단계여서 유커의 감소세는 앞으로 더 가팔라질 수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내 롯데 계열사 150여개 전 사업장에 대한 세무조사와 소방·위생점검을 시작으로 한류 연예인 출연금지, 중국 복수 상용비자 발급조건 변경, 화장품 품질관리 규정 강화 등 보복조치로 의심되는 사례가 많지만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한한령은 없다”고 주장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실질적인 보복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중국정부의 공식입장은 한한령이 아닌 정상적인 법 집행”이라며 “연내 사드배치가 완료되면 중국의 보복 수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두타면세점. /사진=임한별 기자

◆엎친 데 덮친 전안법… 영세업체 ‘초상집’

여기에 현실화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하 전안법) 시행은 동대문 상인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이 법은 전기용품안전관리법과 공산품안전관리법을 통합한 것으로 의류·잡화 등의 생활용품도 공급자적합성확인서류(KC인증서)를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법 시행을 앞두고 영세 의류업계 등의 거센 반발로 의류·잡화 품목의 KC인증서 보관의무 등 일부 조항은 올해 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전안법이 시행되면 지금까지 KC인증이 의무화되지 않은 의류도 따로 인증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추가로 소요된다.

영세 의류업계에 따르면 평균 인증비용은 10만~30만원에 달하고 원단이 다르면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 동대문에서 의류도매업을 하는 김모씨는 “경기침체와 유커 감소로 지금도 매출이 많이 줄었는데 전안법까지 시행되면 인증비 부담에 따라 원가가 더 오르고 판매에 앞서 검사를 받는 시간도 추가로 소요된다”며 “유예기간이 끝나면 소규모 다품종을 제작하는 동대문 영세상인들은 다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전안법 시행에 영세상인, 구매대행업자, 병행수입업자 등은 전안법 폐지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이달 중으로 “전안법은 헌법이 보장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청구할 계획이다. 또 온라인에서는 ‘전안법 폐지를 위한 모임’이 발족돼 반대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14만명 이상이 ‘전안법 반대’에 서명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유예기간이 부여된 항목의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면서 소상공인 부담이 완화되도록 업계와 소비자단체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구매대행업자 등이 제품 수입 시 지는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관련업계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재계와 제약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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