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빈곤 탈출] 눈칫밥, 그마저 '생존의 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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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연중기획시리즈 <노후빈곤 길을 찾다>를 마련했다. 476호에서는 두번째로 ‘생존권 흔드는 노인정책’을 다룬다. 노인정책의 실태를 점검하고 노후빈곤이 일어나는 원인을 짚어봤다. 배고픈 노인, 집 없는 노인, 아픈 노인의 문제는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정부와 시민사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봤다. 또 노인정책이 부족한 현실에도 어려운 이들을 향해 손길을 내미는 민간활동의 현황과 필요성도 알아봤다.<편집자주>


가난한 노인의 나라, 돈이 없어 배고픔에 허덕이는 노인들의 설움이 깊어지고 있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사회에서 노인들의 빈곤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노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회문제로 대두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8.8%로 OECD 평균 노인빈곤율(12.1%)의 4배에 달한다.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전국민 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노인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특히 독거노인의 절반가량은 최저생계비 미만의 소득으로 살아가며 결식률이 24%에 달한다. 저소득층의 엥겔지수(식료품 지출비용)는 21.9%일 정도로 중요한 문제지만 독거노인에게는 이마저도 해당되지 않는다.

정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의 식생활 지원을 위해 무료급식을 시행 중이다. 무료급식소에선 노인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제공하지만 부족한 예산, 터무니없이 낮은 급식단가, 무료급식소 설치 이해갈등 등으로 결식에 시달리는 노인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종로구 무료급식소. /사진=뉴시스DB

◆지자체, 예산 줄고 수혜자 기준도 빈틈

# 종로구 복지회관 앞, 노숙자를 포함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백명이 줄을 섰다. 김노인씨(83)도 일찍부터 무료급식소가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 무료급식은 밥, 국, 김치, 김이 나오지만 이마저도 아쉬워 별도로 가져간 용기에 음식을 담아온다. 자원봉사자들은 음식을 싸가는 김씨를 탐탁지 않은 눈빛으로 쳐다본다. 가져간 음식이 상해 급식소에 항의한 노인들이 있었기 때문. 그러나 김씨는 저녁 끼니를 떼울 수 있다는 생각에 주변 노인들이 남긴 음식도 가져가곤 한다.

정부는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저소득 독거노인에게 경로식당 무료급식, 식사 및 밑반찬배달을 하고 있다.

노인 무료급식은 보건복지부가 예산을 책정하면 서울시 등 지자체 복지본부에서 각 자치구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자치구는 노인종합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 재가노인지원센터, 비영리법인(단체) 등 수행기관을 선정해 급식비와 인건비를 지원하고 위생관리 등 지도점검에 나선다.

올해 서울시 복지본부가 추산한 무료급식 지원대상은 2만3682명으로 지난해 2만3103명에서 479명(2%) 확대됐다. 오래된 경기침체로 생계급여수급자(기준중위소득 30%), 의료급여수급자(소득 40%), 주거급여수급자(소득43%) 수가 늘었기 때문.

다만 예산은 211억3400만원으로 지난해 209억8700만원보다 1억4700만원(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로당 무료급식소에서 배급하는 급식의 단가도 지난해 상향조정한 3000~3600원으로 동결했다.

서울시가 책정한 급식단가는 경로식당 3000원, 식사배달 3000원, 밑반찬배달이 3600원이다. 급식단가는 2005년 1520~2500원에서 2012년 2800~3500원까지 5차례 올랐고 지난해 3000~3600원으로 인상한 후 2년째 유지 중이다. 시민단체들이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급식단가는 4500~5000원으로 지자체의 급식단가보다 1000~1500원가량 높다. 많은 노인에게 양질의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급식단가는 매년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시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의 급식단가 문제는 비단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시, 대구시 등의 지자체도 해당 시에 급식단가 인상을 꾸준히 요청했으나 영양사와 조리보조원 등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인건비 충당문제로 급식단가 인상을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무료급식소에선 시장물가 대비 현저하게 낮은 급식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급식수준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최근 식자재값이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 시장물가 인상으로 급상승하는 상황이지만 정부의 지원은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또한 무료급식을 이용하는 수혜자 선정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빈곤층의 기초생활보장을 확대하기 위해 기초생활보장기준을 생계, 의료, 주거, 교육 등으로 나눠 강화키로 했으나 여전히 수혜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 3개년(2018~2020년) 계획에 따라 최저생계비라는 절대기준을 상대기준인 중위소득의 일정값으로 변경하고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별로 수급기준을 나눴다.

생계급여는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의 30% 이하일 때, 주거급여는 43%, 의료급여는 40%, 교육급여는 50% 이하일 때 각각 지급한다. 무료급식소 수혜자는 생계, 의료, 주거급여 수급자 기준으로 1순위부터 4순위까지 선정해 우선 지원한다.

1순위일수록 무료급식소 지원대상에 우선되지만 이 기준에서 벗어나는 차상위계층, 거동이 불편해 식사 및 밑반찬 배달이 필요한 노인들은 구청장이 인정하는 자로 제한된다.

재산은 있지만 정신·육체건강의 이유로 정상적인 식생활을 못하거나 자녀들과 떨어져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노인이 많지만 대부분 기초생활보장 자격기준에 미달해 지원 손길을 받지 못한다.

◆님비에 부딪힌 손길, 정책협조는 느림보

정부의 부실한 노인복지정책은 시민단체 등 민간의 지원마저 힘을 잃게 하는 원인이다. 전국 시민단체들은 각 지자체가 수용하지 못하는 독거노인 지원을 위해 무료급식소를 설치·운영 중이나 각 지자체의 정책지원이 소극적인 경우가 많고 무료급식소가 기피시설로 전락한 상황이다. 신규 급식소 설치가 어려운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른바 님비(NIMBY)현상으로 불리는 지역이기주의가 가장 큰 난관이다. 가령 시민단체가 급식소 설치를 위해 해당 구청에 부지 매입을 요청하면 인근 주민들은 도시 미관을 해친다며 반대하기 일쑤고 학교·학원 등 학습권에선 아이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민원이 빗발친다.

물론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긴 어렵지만 지자체가 시민들과 단체의 의견조율에 소극적인 탓에 무료배급소는 기피시설로 전락하고 있다.

또한 구청이 도시개발사업으로 특정지역을 재개발할 경우 무료급식소는 철거해야 하는 우선 후보로 꼽힌다. 구청이 지역 일대를 새 단장하면서 깨끗하게 조성한 곳은 노숙자와 노인이 찾는 무료급식장소로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2015년 대구 서구 북비산네거리에서 6년째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던 '사랑해밥차'는 서구청이 무료급식소 일대를 명품 가로공원으로 조성하면서 급식소 운영을 중단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무료급식소와 쉼터·상담소 등 노숙인시설을 한데 모은 복지센터를 지으려다가 인근지역 주민의 반발에 부딪혀 아직까지 의견을 조율 중이다.

‘내 아이 학습권’에 밀려 무료급식소 설치가 좌초되는 사례도 전국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지난해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는 노인·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대전 ‘성모의 집’을 보문중·고등학교 인근에 옮길 계획이었으나 아이들의 등·하교길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반대시위를 벌여 난항을 겪고 있다.

광주급식소에서 배식하는 자원봉사자. /사진제공=전국천사무료급식소

◆구멍투성이 세모녀법, 복지제도 개선 필요

시민단체들은 고령화사회에 맞춰 정부가 노인지원을 확대하고 차상위계층에게 주는 복지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무료급식소를 보는 시민들의 편견이 없어진다면 밥 굶는 노인들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

2015년 7월부터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수급기준을 완화하고 대상을 다층화하는 맞춤형 급여제도를 시행 중이다. 일명 ‘송파 세모녀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했으나 빈곤의 최극단에 선 노숙인은 사실상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노숙인은 긴급복지지원제도를 받을 수 있으나 노숙인시설 및 노숙인종합지원센터 등 시설을 거쳐야만 신청할 수 있고 노숙기간도 6개월 미만으로 제한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생계를 비관해 목숨을 끊지 않도록 복지정책을 늘린 것인데 여전히 혜택을 못 받는 빈곤층이 많아 복지정책·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후 전체 수급자 수가 2016년 5월 기준 167만명으로 35만명 증가했으나 기대했던 수급자 75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급여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을 현실화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양의무자 제도에 따르면 빈곤층 등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원받기 위해선 부모, 가족 등 부양의무자가 소득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빈곤에 시달리는 노인이 많지만 가난의 책임을 가족과 개인에게 돌리는 제도 탓에 혜택을 못 받는 노인이 많다.

사단법인 전국자원봉사연맹 산하의 전국천사무료급식소 관계자는 “한끼 식사는 노인들이 하루를 살아가는 생존권을 보장하는 일”이라며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정부의 복지지원이 늘어나면 밥을 굶고 힘들게 살아가는 노인들의 설움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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