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부끄러운 대한민국 기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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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부기구(NGO) 단체들은 매년 연간 기부금 목표치를 올린다. 하지만 한국기부문화연구소가 지난해 11월 기부금 모금 담당자 200명을 대상으로 ‘최순실 사태가 모금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3%가 ‘매우 부정적’, 47%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매년 11~12월이 기부 특수기간이지만 응답자의 70%가 최순실 게이트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중순까지만 해도 자선단체 기부금 모금에 찬바람이 불어 목표액 달성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구세군 자선냄비본부가 세운 지난해 기부금 목표액은 130억원이었으나 같은해 12월9일까지 모금된 금액은 목표액의 13%에 불과했다.

다행히 지난해 12월31일 한국구세군이 모금한 금액은 전년 동기대비 5억1000만원 늘어난 77억4000만원으로 집계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회·시위 여파로 거리 모금액은 전년보다 감소한 39억4000만원에 그쳤지만 기업모금액이 39억9000만원으로 전년보다 27% 늘어난 결과다. 이로써 1928년 처음 시작된 구세군 자선냄비는 어수선한 정국에도 모금액이 꾸준히 증가하는 기록을 이어갔다.

◆서울시민 10명 중 6.7명 기부 외면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33.1%가 2015년 한해 동안 기부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6.9%는 한번도 기부하지 않은 셈이다. 현금을 기부한 시민이 24.5%로 가장 많았고 현금과 물품을 모두 기부한 경우가 5.1%, 물품기부가 3.6%로 나타났다. 현금기부자의 연평균 기부 횟수는 8.1회로 집계됐다.

기부대상을 인지하는 경로는 ▲TV 등 대중매체 26.5% ▲종교단체 24.2% ▲직장 및 학교 20.1% ▲시설 및 단체의 홍보 18.2% ▲가족·친구 및 동료의 권유 10.5% 순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기부방법은 ▲모금단체 57.3% ▲종교단체 23.9% ▲대상자 직접 전달 16.1% ▲직장(기업) 15.1% ▲언론기관 5.4% ▲기타 1.8% 등으로 나타났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모금단체가 대중매체를 통해 기부금 모집을 홍보하면 대중들은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어 이용빈도가 높아진다. 요즘도 유명 연예인이 해외 어려운 나라의 아이들을 돕자고 권하는 광고를 종종 볼 수 있다.

때로는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기부를 요청하는 장애인에게 직접 현금을 주는 사람도 있으며 일하는 곳으로 찾아가 기부를 요청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천주교, 불교, 기독교 등 종교단체도 기부활동에 나선다.

기부하는 사람이 기부를 희망하는 분야는 사회복지(61.8%), 해외구호활동(15.2%), 의료(9.5%), 교육 및 연구활동(7.0%), 공익활동(3.0%), 지역사회 발전(2.8%), 문화·예술(0.6%) 순이다.

사회복지와 의료 등의 기부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가까운 곳에 있는 어려운 사람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제는 광고와 뉴스 등을 통해 해외상황이 알려지면서 해외구호활동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해외 특정 국가의 아이를 1대1로 도와주는 기부금 모금에 동참하는 사람도 많다. 내가 기부하는 돈이 어느 나라의 어떤 아이에게 혜택을 주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아이와 직접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 한국도 불과 반세기 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하위권으로 외국의 도움을 받던 국가였다.

◆경제적 여유 없어 기부 안한다?

전체 기부금액은 매년 늘지만 아직도 시민의 3분의2가량이 1년 동안 단 한번도 기부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 이유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64.6%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관심부족 14.8% ▲기부단체 불신 11.7% ▲직접적인 요청을 받은 적이 없어서 6.4% ▲기부방법을 몰라서 2.5% 등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절반이 넘는 사람이 살기 어려워 기부를 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60년대 빈민국 수준에서 이제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960년 80달러에서 1980년 1686달러, 2000년 1만1865달러, 2010년 2만2170달러, 2015년 2만7340달러로 빠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소득 상승속도에 비해 기부금 증가는 미흡하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부금 비율이 미국의 절반도 안된다. 기부금 조사단체인 기빙USA에 따르면 미국은 40년 동안 연평균 기부금 증가율이 GDP 상승률을 웃돌았다. 경제력이 좋아질수록 더 많이 기부한 셈이다. 기부대상을 기업과 개인으로 구분할 때 한국은 개인의 기부비중이 선진국보다 낮고 기업의 기부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개인 기부금의 80~90%가 종교적 헌금인 반면 미국은 교회 등 종교기관에 기부하는 돈이 개인 기부금 중 30%로 낮고 영국도 13%에 불과하다.

종교적 헌금을 제외하면 한국의 개인 기부는 훨씬 더 낮다. 미국은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지만 어린이와 노인, 서민층과 부유층까지 기부문화가 확산돼 사회복지로 연결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양극화’가 원인? 문제는 ‘마인드’

사람들이 기부를 안하는 심리적 원인으로 ‘소득 양극화 심화’를 꼽기도 한다. 그러나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그렇게 판단하기 힘들다.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이 OECD 평균보다 높지만 기부를 많이 하는 미국과 일본보다는 낮기 때문이다.

미국은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개인이 기부를 많이 한다. 소득 양극화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한국이 OECD 평균보다 양호하다. 한국의 지니계수는 2009년까지 오르다 이후 개선됐다. 지니계수가 한국(0.302)보다 나쁜 국가는 칠레(0.465), 미국(0.394), 이스라엘(0.365), 영국(0.358), 호주(0.337), 일본(0.33) 등 18개국이며 한국보다 좋은 국가는 폴란드(0.3), 스위스(0.295), 독일(0.292), 헝가리(0.288), 체코(0.262), 핀란드(0.257)를 포함해 17개국이다.

특히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하위 10% 계층의 가구소득은 한국과 칠레가 30% 증가해 OECD 국가 중 가장 많이 늘었다. 하지만 상위 10% 계층의 소득이 칠레(40%)가 한국(10%)보다 훨씬 많이 늘어나 양극화가 줄어든 국가에 한국이 꼽혔다.

재산분포의 지니계수는 덴마크, 미국, 스웨덴, 칠레, 노르웨이, 독일 등 21개국이 한국보다 나쁘며 스페인, 그리스, 벨기에, 일본, 헝가리, 슬로베니아 등 12개국이 한국보다 좋다. 즉 한국은 재산분포상 양극화가 평균보다 양호한 국가다. 따라서 국민이 기부하지 않는 이유를 양극화 심화로 돌리기 힘들다.

국가경제력이 높아지면 소수의 갑부가 더 부유해지므로 지표상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상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나타난다. 나보다 잘사는 사람만큼 어려운 사람도 많으므로 나눔의 정신은 언제 어디서나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도 과거 가난한 시절에는 이웃과 쌀 한톨이라도 나눠 먹으려던 사람이 많았다. 내가 앞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잘살게 되더라도 나보다 더 잘사는 사람은 여전히 많이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 기부하지 않는다면 미래에도 기부하기 쉽지 않다.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이 반드시 소득이 높은 건 아니다. 사람들이 기부하지 않는 이유 중 첫번째로 꼽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는 어찌 보면 자기 합리화에 가까우며 두번째 이유인 ‘기부에 대한 관심부족’이 실질적인 이유일 것이라고 판단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나눔실태’ 자료를 보면 실제 기부자와 자원봉사자들은 삶에 만족감을 준다. 기부 참여자의 삶에 대한 만족비율은 43.5%로 기부 미참여자(28.2%)보다 훨씬 높고 자원봉사자의 만족비율도 46.8%로 미참여자보다 16.2%포인트 높았다. 이처럼 기부는 다른 사람을 위한 행위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삶을 만족하게 해준다.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동시에 풍요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방법이 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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