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빈곤 길을 찾다] 늙어서도 '고생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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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은 가난한 노후의 공포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다. <머니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연중기획 ‘노후빈곤, 길을 찾다’ 시리즈를 기획했다. 그 세번째로 공적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문제점을 조명하고 앞으로 닥쳐올 고령화사회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봤다.<편집자주>


# 서울 변두리에 거주하는 노인 김씨(70)의 하루 식비는 5000원이다. 한평생 외벌이로 빠듯하게 두 자녀를 키우느라 노후준비를 못한 그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에 의지해 근근이 산다. 김씨가 받는 연금은 한달 약 56만원. 지난해 말 국민연금공단이 지급한 연금액의 평균이다. 하지만 단칸방 월세와 공과금을 내고 생필품 등을 사면 남는 돈은 20만원 정도. 힘겨운 노후생활이지만 그는 모아둔 재산과 퇴직금 덕분에 자녀들을 번듯하게 결혼시킨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앞으로 병원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몸만 건강하다면 말이다.

연금은 노후빈곤으로부터 생계를 지키는 가장 믿을 만한 안전판이다. 하지만 실제로 연금이 노후의 삶을 책임지는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연금체계는 공적연금(국민·기초연금)과 사적연금(개인·퇴직연금)으로 구분되는데 강제 가입의무가 없는 사적연금의 경우 소득상위계층에 집중됐다. 젊은 시절의 빈곤이 노후빈곤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연금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한 실정이다.

/사진=뉴시스 권현구 기자

◆은퇴세대 10명 중 9명, “개인연금 없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연금 가입률은 40대 기준으로 연금저축 8.2%, 연금보험 13.6%다. 50대는 각각 5.4%, 10.8%로 더 낮다. 본격적인 은퇴세대로 불리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대다수가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퇴직연금도 마찬가지다. 2005년 도입 이후 12년이 흘렀지만 가입률은 47.2%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양극화다. 종업원 300명 이상의 대기업은 78.3%가 가입한 반면 5명 미만의 소기업은 가입률이 12.0%에 그친다. 소득이 낮을수록 연금혜택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조사한 한국의 사적연금 가입률은 23.4%로 미국(47.1%)의 절반에 못 미친다. 국민·기초연금에만 의존하는 사람이 76.6%인 셈이다.

보험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4050세대가 경제활동을 마치고 은퇴하는 2025년 이들의 예상 가구 수는 934만가구로 전체의 45%를 차지할 전망이다. 또한 4050세대의 노후준비 1순위는 국민연금이며 남성의 국민연금 의존도가 여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의 사망이나 이혼·비혼에 따른 독거노인 비율은 20.8%로 이 역시 노후빈곤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연금 체납·공백 ‘크레바스대책’ 필요

1988년 도입한 국민연금은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 국민에게 가입의무를 주고 65세부터 연금을 받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국민연금으로 현재 소득의 40%를 대체하려면 보험료를 40년 동안 쉬지 않고 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노후의 기초적인 생계수단으로 인식되는 국민연금마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 지난해 국민연금 체납액은 무려 6조7033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징수율은 96.2%로 높은 편이나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보험료를 제때 내지 못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설령 정상적으로 연금을 받는다고 해도 공적연금의 사각지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 수령나이는 현재 61세에서 내년 62세, 2023년 63세,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늦춰진다. 반면 실제 은퇴시기는 빨라지는 추세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자의 실제 퇴직나이는 사무직 55.7세, 생산직 58.7세다. 즉 사무직 기준으로 국민연금 없이 버텨야 하는 기간이 최소 5년이다. 은퇴 직후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60세까지 일해야 하는데 현실성이 낮기 때문에 이처럼 소득공백기인 ‘연금 크레바스’가 발생한다.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연금 의존하는 日 노인들 해외이주

고령화를 일찍 겪은 선진국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년과 연금수령나이를 일치시켰다. 일본은 1998년 60세 정년을 의무화했고 2006년 65세로 늦췄다. 국민연금 수령나이도 이를 따라갔다. 영국은 공적연금으로 노후리스크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지자 2011년 65세 정년제를 폐지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노후준비 지원 5개년계획’(2016~2020년)을 확정해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기업의 생산성 감소를 감안할 때 결국 청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된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선진국처럼 정년과 국민연금 수령나이를 연계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숙 KDI한국개발연구원 재정·복지정책연구부 겸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경제취약층의 보험료를 지원하고 수령나이와 그에 따른 연금액 조정의 선택지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한편 초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일본은 은퇴 이후 연금생활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2000년대 들어 해외이주가 본격화됐다. 연금만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물가가 낮은 동남아 등지로 이주하기 위해 장기체류 비자를 받는 사례가 급증했다. 일본 언론을 통해 중산층을 타깃으로 “태국, 말레이시아로 이민 가면 일본에서보다 두배 이상 풍족한 생활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홍보도 늘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해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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