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공화국] 대한민국 곳간 채운 월급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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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증세 없는 복지’는 허상에 불과했다. 박근혜정부 4년을 평가한다면 ‘증세 넘친 정부’로 요약된다. 장미대선을 앞둔 차기 대선주자들은 박근혜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국민은 증세하더라도 적재적소에 세금이 쓰이길 원한다. 보다 효율적인 국가 가계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머니S>가 대선정국을 맞아 세금정책을 긴급 진단했다. 대선주자별 세금공약을 살펴보고 법인세와 서민세의 효과적 대안 등을 짚어봤다.<편집자주>


“정부 배만 불렸다.” 지난해 세금이 무려 24조원 이상 더 걷히자 나온 비판의 목소리다. 지난해 국세수입과 증가액은 모두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세수증가율은 물가상승률이나 경제상승률 등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았다. 사실상 정부가 증세를 한 셈이다. 물론 정부가 곳간을 더 채웠다고 해서 비판할 수는 없다. 문제는 정부가 거둬들인 만큼 제대로 썼느냐다. 누구한테 많이 걷었으며 이들이 내는 세금의 증감이 어떤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세금 가장 많이 걷었지만 쓰지 않았다

지난 2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6회계연도 세입·세출 마감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걷은 세금은 242조6000억원이다. 1년 전(217조9000억원)보다 11.3%(24조7000억원) 급증한 규모다. 이로써 국세수입액과 증가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사용금액은 적었다. 정부가 지난해 쓴 돈은 332조2000억원.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받은 세금(242조6000억원)과 수수료·벌금 등 세금 이외의 수입을 합한 총세입은 345조원이다. 총세입과 세출을 결산한 결과 12조8000억원이 잉여자금이었다.

이는 세수예측이 정밀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세금은 거둬들인 만큼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세수가 넘치거나 부족하면 문제가 생긴다.

정부가 지난해 초 본예산을 수립하며 예측했던 세수예상액은 222조9000억원. 무려 19조7000억원이나 더 걷혔다. 특히 같은해 7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시 수정치(232조7000억원)보다 4.2%(9조8000억원)나 많은 금액이다.

세수예측 실패는 경제성장률과 비교해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7%, 물가상승률은 1.0%를 기록했다. 기재부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을 합한 경상성장률을 지난해 기준 4.0%로 추산했다. 세수증가율(11.3%)이 이보다 3배가량 높은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초기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수입=정부지출’을 뜻하는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증세 없는 복지’란 말도 이때 나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마리 토끼를 다 놓친 셈이다.

/사진=뉴시스 김기태 기자

◆세금부담, 가계 높아지고 기업 낮아졌다

지난해 정부는 누구한테 세금을 많이 걷었을까. 세금을 내는 주체는 크게 가계와 기업으로 나뉜다. 이들이 내는 대표적인 세금이 소득세(가계)와 법인세(기업)다. 지난해 정부가 걷은 소득세와 법인세는 모두 전년대비 7조원 이상 늘었다. 소득세의 경우 2015년 60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68조5000억원으로 7조8000억원(12.8%), 같은 기간 법인세는 45조원에서 52조1000억원으로 7조1000억원(15.7%) 증가했다.

소득세는 근로소득세,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일반직장인, 즉 ‘월급쟁이’가 내는 세금인 근로소득세는 지난해 31조원 더 걷혔다. 1년 전(27조1000억원)보다 14.6% 오른 수치다.

문제는 근로소득세 증가율이 임금노동자의 임금인상률보다 현저히 높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동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임금인상률은 4%다. 연봉이 4% 오를 때 15%가량 인상된 세금을 내야 했던 것이다. 정부가 거둬들인 근로소득세는 2005년 처음 10조원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올랐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소 감소했지만 바로 증가세로 돌아섰고 지난해 31조원을 돌파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나라살림연구소에 의뢰해 지난해 8월 발표한 ‘경제주체별 조세부담률 산출 및 각 분야별 예산액의 실제 재정지출 비용분석’에 따르면 전체 세금 가운데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올랐다. 김대중정부(1998~2002년) 때 평균 4.7%였던 소득세 조세부담률은 노무현정부(5.4%), 이명박정부(6.0%)를 거쳐 박근혜정부 초기 3년(2013~2015년) 평균 6.9%로 올랐다. 2015년 기준으로 7.4%까지 치솟았다.

반면 법인세 조세부담률은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다. 김대중정부 시절 평균 27.2%였던 이 수치는 노무현정부(23.0%), 이명박정부(20.0%)를 거쳐 박근혜정부 초기 3년간 평균 18.4%, 2015년 기준 18.0%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전체 세금 중 가계로부터 걷은 세금 비중은 늘린 반면 기업의 세금부담은 덜어준 셈이다.

◆전문가들 “법인세 인상 여력 있다”

역설적이게도 박근혜정부가 조세정책 측면에서 친기업 정부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법인세율을 인하하지 않은 유일한 정부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정부도 전세계 추세에 맞추기 위해 법인세율을 내렸다. 반면 박근혜정부는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두차례 인상한 바 있다. 최저한세율은 각종 공제를 받아도 얼마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일종의 총공제 하한선이다.

국회 예산특위는 최근 법인세 부담률이 감소한 것은 세법적인 이유보다 경제적인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부가가치세(7조7000억원)는 주요 세목 가운데 가장 크게 올랐다. 이는 정부가 수출기업에 돌려줘야 하는 부가세 환급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수출액(4955억달러)은 1년 전보다 5.9%(669억달러) 줄었다. 수출이 부진해 수출에 따른 각종 환급액이 감소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예산특위와 나라살림연구소는 같은 보고서에서 “법인세 조세부담률이 20%가 되지 않는 만큼 법인세 인상 여력이 있다”며 “법인세 조세부담률이 30%에 육박할 때 법인세율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현재 조세구조의 형평성·효율성 등이 높다고 볼 수 없다”며 “법인세 인상에 앞서 공제·감면구조를 정비해야 한다는 데 진보·보수간 이견이 없다. R&D(연구개발), 공투(공용창출투자세액) 공제 등 대기업 공제율을 줄여도 효율적인 세수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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