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공화국] ‘증세냐 감세냐' 대선주자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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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증세 없는 복지’는 허상에 불과했다. 박근혜정부 4년을 평가한다면 ‘증세 넘친 정부’로 요약된다. 장미대선을 앞둔 차기 대선주자들은 박근혜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국민은 증세하더라도 적재적소에 세금이 쓰이길 원한다. 보다 효율적인 국가 가계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머니S>가 대선정국을 맞아 세금정책을 긴급 진단했다. 대선주자별 세금공약을 살펴보고 법인세와 서민세의 효과적 대안 등을 짚어봤다.<편집자주>

19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조기대선 릴레이가 시작됐다. 탄핵정부로 대선기간이 짧아진 탓에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파격적인 공약경쟁은 여야불문이다. ‘증세 없는 복지’를 외쳤던 박근혜정부의 조세정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 눈길을 끈다. 특히 기업의 세금을 올려 국민의 복지예산을 늘리는 증세공약이 화두로 떠올랐다. 담뱃세 인상으로 불거진 서민증세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문제는 증세나 감세정책을 지탱할 대책 마련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대선주자들이 조정하려는 재정을 또다시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재원조달방식이 기존 예산의 허리띠를 졸라맨다거나 다른 예산을 돌리는 방식일 경우 공약이 현실화되기 어렵다.

또한 현 정부의 조세정책이 가시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전에 설익은 공약을 추진하면 시장질서를 흔들 수 있다. 탄핵정부로 침체된 경기가 또 한번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까지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가 경선에 돌입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박주선 국회부의장·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자유한국당은 이인제 전 최고위원·김관용 경북지사·김진태 의원·홍준표 경남지사가 대선후보로 등장했다. 바른정당은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경선을 치르고 정의당에선 심상정 대표가 대선후보에 등록할 예정이다.

'장미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대선주자들의 조세공약은 무엇일까. 대선주자의 주요공약을 진단하고 전문가를 통해 차기 정부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조세방향을 알아봤다.


◆법인세, 최대 8% 인상 논쟁

대선주자들은 일자리 문제를 비롯해 출산·육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복지공약을 강조했다. 현 정권과 달리 세금을 걷어 ‘증세 있는 복지’를 실천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증세효과를 가장 크게 발휘할 조세항목으로는 법인세가 지목된다. 대선주자들은 법인세를 1%포인트 올리면 1조원 이상의 세수를 늘릴 수 있다는 데 공감한다. 현재 적용된 국내 법인세율은 23%(과표기준 200억원 이상)지만 각종 감면혜택을 제외하면 실효세율이 18% 안팎에 그친다. 따라서 법인세를 올려도 기업의 조세부담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시장은 법인세 최고세율(과표기준 500억원 이상)을 30%까지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법인세율이 23%인 점과 비교하면 7%포인트나 올린 수준이지만 파격적인 복지혜택을 위해선 대규모 법인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유승민 의원도 법인세율 인상을 강조했다. 25%까지 법인세를 올리고 ‘중(中)부담-중(中)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소득세·재산세 인상도 동시에 검토한다.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지사, 안철수 전 공동대표, 남경필 지사의 경우 명목세율 인상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태도지만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한 실효세율 인상엔 동의한다. 명목상 최고세율을 올리는 것보다 각종 세금감면항목을 재정비해 세수를 확보하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은 주로 대기업이 부담하지만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은 비과세를 축소해 중소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법인세 인상은 유력 야권주자 사이에서 막판까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선 내수침체가 장기화되고 최근 미국이 법인세 인하를 검토하면서 일부 대선주자들의 법인세 인상론이 동력을 잃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올해 10대그룹 상장사 5곳 중 2곳이 실적부진으로 법인세 규모가 줄어든 데다 대한항공, 삼성중공업 등 일부 10대그룹 상장사도 실적하락으로 법인세를 아예 못 내고 있어서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침체와 고용불안이 극심한 시점에서 급하게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기업 경쟁력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법인세율 인상보다는 탈세·절세창구로 사용되는 위장법인회사의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금, 보편복지냐 vs 선별복지냐

한 국가의 복지수준을 보여주는 연금제도 개선도 대선주자들의 주요공약 중 하나다. 경제생활이 어려운 기초소득자의 기초연금을 늘리고 국민연금의 보장을 강화한다는 게 골자다.

대다수 대선주자들은 ‘노인을 위한 나라’를 외치며 기본소득 실시, 기초연금 확대, 노인 취업, 의료보장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고령화시대에 따라 노인 유권자가 늘면서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이다. 보편복지는 국민연금에, 선별복지는 기초연금에 중점을 둔다.

문재인 전 대표는 기초연금을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하고 대상을 80%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의당 국가대개혁위원회는 기초연금액을 월 40만원 수준으로 올리고 유승민 의원은 소득 하위 50% 노인에게 수급액을 차등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개선과 관련해서도 문재인 전 대표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문 전 대표 측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소득대체율은 연금에 40년간 가입한 사람이 노후에 받을 수 있는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수준을 말한다. 2007년 국민연금법이 개정되면서 소득대체율이 60%에서 올해 45.5%까지 하락했는데 2028년 40%를 목표로 매년 0.05%포인트씩 떨어진다.

문 전 대표의 공약처럼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노후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연금액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일종의 세금으로 여기는 보험요율 인상이 불가피해 미래세대의 세금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적립금이 2044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2058년에는 고갈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고갈될 위기임에도 대책 없이 종잣돈을 더 빨리 주면 국민연금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승민 의원은 소득대체율 인상론을 보완해 최저연금액을 월 80만원까지 올리겠다는 연금공약을 제시했다. 10년 이상 꾸준히 연금보험료를 납부한 가입자에게 국민연금 최저연금액을 보장해 기초생활보장의 생계급여(50만원)보다는 높지만 최저임금(135만원)보다는 낮은 80만원을 돌려준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기준 10년 이상 가입자가 138만5000명으로 평균연금액이 48만4200원인 점을 고려하면 2배에 가까운 최저연금액을 어느 예산에서 끌어올지 논란이 분분하다.


◆기본소득제, 43조원 예산투입 논란

국민연금 개선 논란은 기본소득제 도입으로 확대됐다. 대표적으로 이재명 시장이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한다. 자산이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29세 이하 65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연 100만원을 현금이 아닌 ‘지역상품권’ 형태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 일을 하지 않아도 매달 일정금액의 소득이 들어오는 새로운 소득제 도입을 검토하는 것.

유럽에선 실업자의 소득을 보장해 창업이나 취업 등 경제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기본소득제 도입 여부를 논의 중이다. 지난해 독일은 ‘기본소득동맹’이라는 정당을 창당했고 영국 녹색당도 복지제도 단순화를 위해 기본소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프랑스에선 브누아 아몽 사회당 대선후보가 기본소득제 도입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마찬가지로 문제는 재원이다. 아몽 후보는 월 600~750유로(약 75만~94만원)의 기본소득보장을 내세웠는데 이를 도입하려면 3500억유로(426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시장의 공약에도 추가로 43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생애주기별(아동·청소년·청년·노인)로 기본소득을 주려면 조세감면제도 개선, 국토보유세 신설 등으로 세수 43조원을 걷어야 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교수는 “먹고살 만한 중산층 이상까지 기본소득을 줘야 하는지 빈곤층에게 집중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다분히 인기를 얻기 위한 복지 ‘표퓰리즘’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세금을 이용한 복지는 결국 다른 복지에 쓸 수 있는 가용자원을 줄일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부동산, 보유세·국토보유세 거론

박근혜정부 때 호황을 누렸던 부동산시장은 유력 대선주자들이 규제카드를 꺼내들면서 한풀 꺾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동산투기를 부추겨 경기를 부양하는 인위적인 행태를 지양하자는 취지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부동산경기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공약은 부동산보유세다.

문 전 대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을 현 0.79%에서 1.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상정 의원과 정운찬 전 총리는 부동산보유세 실효세율 2배 인상에 뜻을 같이했다.

부동산보유세 도입은 고소득자와 고액상속자, 일정금액 이상의 부동산임대소득을 올리는 계층의 세금을 늘린다는 게 골자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 보유세는 GDP 대비 0.79%로 평균인 1.09%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재명 시장은 부동산 조세공약으로 국토보유세를 꺼내 들었다. 다주택자와 토지 과다소유자를 대상으로 연간 15조원의 국토보유세를 걷어 국민에게 30만원씩 기본소득으로 돌려주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현황을 보면 개인 10%가 66%를, 법인 1%가 75%를 갖고 있다. 국토보유세를 신설하면 세금 15조5000억원이 생기고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연 30만원의 토지배당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부동산업계는 보유세 도입에 회의적이다. 부동산보유세가 오르면 주택구매 욕구가 줄어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고 임대소득으로 생활하던 집주인의 살림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 2003년 정부가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도입을 강행해 유명무실해진 종합부동산세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부세는 기준시가 9억원 이상의 주택, 공시지가 6억원을 초과하는 토지 소유자의 재산세에 누진세를 부과하는 세법으로 일부 다주택자들의 투기를 줄여 부동산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수익형부동산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상가나 상업용 오피스텔 등 수익형부동산은 공시가격 합산액이 80억원을 넘어야 과세대상이지만 주택은 6억원만 넘어도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부동산보유세를 강화하면 임대수익을 받는 특정계층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 맞춤형 정책이 전제돼야 한다”며 “부동산보유세를 차등적용하거나 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세법의 전반적인 조정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기업에 세금부담, ‘답 아니다’

세금은 소득과 직결된 데다 보육·교육 등 국민 삶의 질과 근접해 유권자의 표를 공략하기 쉬운 안건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재원마련과 실천방안이 담보되지 않으면 공약(空約)에 그칠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기도 하다.

더욱이 대선주자들이 제시한 공통공약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육아휴직제도 강화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개성공단 재개 ▲군복무기간 단축 등을 실천하려면 기업의 세금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장은 국민의 세금부담을 기업에 돌려 국민의 가계사정이 좋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일자리 창출 저하, 국가경쟁력 하락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경제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대선주자의 ‘기업의 세금을 국민에게 나눠주는 조세정책’이 정답은 아니라는 데 한목소리를 낸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유권자들은 조세부담을 낮춘 공약을 내건 후보자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실효성이 있는 공약을 외치는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며 “후보자는 조세부담을 주더라도 국가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보다 실질적인 공약으로 유권자를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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