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코노미 전성시대] 스스로 ‘혼자’를 택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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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일코노미’ 시대다. 일코노미는 ‘1인’에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의 합성어로 1인 가구로 인해 생겨난 경제현상을 일컫는다. 일코노미 산업은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어딜 가도 1인 가구를 위한 제품이 넘쳐난다. 먹거리부터 가전, 가구, 빌딩에 이르기까지 소형·소용량화가 진행 중이다. 이에 <머니S>가 급부상하는 일코노미를 집중 조명했다. 1인 가구의 소비 행태를 진단하고 나홀로족의 하루를 따라 가봤다. 또 1인 가구 주거공간의 현실과 취약점을 눈으로 마주했다. 1인 가구를 위한 재테크를 소개하고 웹드라마 <1인 가구> 제작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편집자주>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를 보고 나 혼자 노래하고 이렇게 나 울고불고.”

걸그룹 '씨스타'가 2012년 발매한 음원 '나혼자'의 한 구절이다. 혼자서는 어떤 일을 해도 외롭다는 의미를 표현한 가사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지금, 혼자서 하는 일은 더 이상 울고불고할 게 아니다. 오히려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 게 대세다.

혼자만의 삶이 트렌드가 되면서 ‘일코노미’가 각광받는다. 일코노미는 1인과 경제(Economy)가 합성된 신조어로 혼자서 생활할 때 나오는 경제적 효과를 일컫는다. 이들이 새로운 소비권력으로 떠오르며 한국의 소비지형도가 급변했다.

지난해 열린 싱글페어를 찾은 관람객이 혼밥인의 만찬 이벤트에 참가해 혼자 밥을 먹고 있다.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혼자 식사는 기본… 삶의 ‘질’ 위해 돈 쓴다

일코노미가 대세가 된 이유는 1인 가구의 증가와 연관이 깊다. 과거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보편적이었을 때는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게 고독하다는 인식이 깔려있었다.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이 점차 늘고 ‘혼밥’, ‘혼술’, ‘혼놀’ 등의 신조어가 생길 만큼 혼자 생활하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일코노미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통계청의 인구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은 2000년 15.5%에서 2015년 27.2%로 증가했다. 4명 중 1명은 혼자 사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증가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인다. 불과 10여년 만에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미국, 스페인 등을 따라잡았다.

1인 가구 증가는 전 연령층에서 고루 나타나는데 특히 40대 이하 1인 가구가 전체 1인 가구의 52.8%를 차지하는 수준까지 올라서며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들이 혼자 사는 주된 이유는 학교나 직장이 집에서 멀어서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연소득 1200만원 이상 40대 이하 1인 가구 1500명을 대상으로 거주지역을 조사한 결과 세종시가 68.3%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서울(63.8%), 경기(56.4%), 인천(52.5%) 등이 이었다. 정부부처나 기업, 학교가 몰려있는 도시에 젊은 층 1인 가구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혼자 사는 것 자체가 편하기 때문에 혼자 사는 사람이 늘었다는 점이다. 같은 조사에서 혼자 살기 시작한 주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1순위와 2순위로 ‘혼자 사는 것이 편해서’를 꼽은 비중이 63.7%로 가장 높다. 외부 조건이 맞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보다 즐겁게 살기 위해 혼자를 선택한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서정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1인가구연구센터장은 “국내 1인 가구 증가 원인은 혼자 사는 편안함, 동경, 가족으로부터의 독립 등 자발적인 사유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1인 가구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새로운 소비대상으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를 위해 아끼지 않는다… 소유보다 경험 ‘중시’

혼자서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만큼 1인 가구의 소비는 ‘나’에 집중된다. 주거비, 식비, 생활비 등에서 거품을 빼고 최대 효용을 누리는 소비를 선호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절약하면서 살지는 않는다. 가치소비를 지향하며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요시하는 소비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최근에는 ‘욜로(YOLO)족’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욜로족은 ‘인생은 한번뿐’(You Only Live Once)이라는 뜻으로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소비활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은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 지금 당장의 행복을 위한 취미생활, 자기계발 등에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2030세대 1인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66.1%에서 73.6%로 증가했다. 4050세대의 소비도 57.7%에서 64.7%까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소비성향은 가처분소득 중 소비로 지출한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다. 다시 말해 청장년층 1인 가구는 돈벌이가 늘어난 것보다 돈을 쓰는 양이 더 증가했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2030세대의 가처분소득은 5.6%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소비지출액은 18.2%나 늘었다.

이들의 소비패턴을 보면 편리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우선 식사를 할 때 직접 요리하기보다 외식을 하거나 가정간편식, 배달음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외식비는 2인 가구의 1인당 외식비보다 27% 높았고 동결식품, 조리된 반찬 등 가공식품의 소비는 51%나 많았다. 

또 이들은 집안일 등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O2O와 공유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BC카드 빅데이터센터에 따르면 1인 가구 고객의 54.1%가 O2O서비스를 이용한다. 셀프빨래방(33.8%), 카셰어링(21.9%) 등도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특히 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해본 경험자 중 85.4%, 미이용자 중 61.7%가 앞으로 O2O, 공유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혀 이들 산업의 성장을 전망케 했다.

아울러 1인 가구의 소비는 여가생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1인 가구 10명 중 4명은 취미, 운동, 문화생활을 혼자 즐기는 것을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이들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것 중 하나도 혼자만의 여가시간 활용이다.

다만 여가생활 중 여행은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혼자 여행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1인 가구의 비중은 10명 중 8명 내외에 달한다. 하지만 앞으로 꼭 혼자서 여행을 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비중은 50%를 넘나든다. 아직 혼자 여행하는 것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점차 ‘혼행족’(혼자 여행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1인 가구가 주도하는 ‘일코노미’는 소유보다는 경험에 투자하는 형태의 소비가 주를 이룰 전망이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즉 ‘관태기’를 겪으며 혼자만의 휴식과 재충전을 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외톨이를 양산하는 게 아닌 건강한 개인주의가 정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효원 specialjh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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