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청량리588, 어제의 집창촌은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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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표적인 집창촌으로 악명 높던 ‘청량리588’이 재개발 기대감에 들썩인다. 청량리588로 불리던 청량리역 뒤편 전농동 588번지 일대는 집창촌이라는 낙인과 높은 범죄율 때문에 지역민에겐 골칫거리나 다름없던 곳이다. 성매매 여성이 떠난 황량한 거리지만 아직도 주민들은 이곳의 통행을 꺼린다. 재개발 추진이 확정됐음에도 여전히 곳곳에 집창촌의 흔적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머니S>가 과거를 털고 환골탈태 기대감에 들썩이는 ‘청량리588’을 찾아 동네 분위기를 살펴봤다.

◆여전히 가득한 집창촌의 흔적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5번 출구를 나와 몇 발자국만 걸으면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이라는 푯말 뒤로 허름한 골목길이 늘어서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역세권 번화가를 오가는 수많은 유동인구가 보이지만 이 골목은 수시로 드나드는 순찰차와 세상 거리낄 것 없는 노숙자, 몇몇 시민의 발길만 오갈 뿐 한산했다.  

여러 갈래 골목 중 가장 안쪽에 자리한 골목으로 향했다. 직선으로 길게 늘어선 골목을 보니 이곳이 집창촌이 번성하던 당시 '메인 골목'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청량리588 옛 집창촌 골목. /사진=김창성 기자

골목 입구의 성매매 업소로 사용되던 곳에서는 커피를 팔고 있었다.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가게 안에 앉아 있었지만 지나가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가게 건너편 공사 가림막에 누군가 써놓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징역1년, 벌금 300만원’이라는 빨간 글씨가 눈길을 끌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봤다. 골목은 지하철 상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다. 투명한 유리문이 골목과 가게를 구분 지었다.

골목 입구에서 반대편 골목 끝이 어렴풋이 보이지만 황량한 골목 분위기 탓일까, 대낮임에도 골목을 지나는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집창촌 골목 건물 곳곳은 깨진 유리와 낙서로 가득했다.

낙서는 ‘성매매는 불법’ 이라는 빨간 글씨가 대부분이다. 아주 가끔 ‘생존권 보장’ 이라는 글씨도 보였지만 누군가 이 글씨가 안보이도록 다른 글씨로 덧댄 흔적이 보였다. 220여m의 직선 골목을 걷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골목 곳곳은 아직도 집창촌 분위기를 풍겼다.


청량리역 인근 '동대문 롯데캐슬 노블레스' 공사 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골목도 허름, 분위기도 허름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모자라요. 더러운 골목이 바뀔 걸 생각하니 너무 좋습니다.”

골목 끝에 다다랐을 때 만난 주부 A씨는 재개발을 반겼다. 전농동에서 30여년동안 남매 둘을 키우며 주거환경이 열악해 고충도 많았지만 이제라도 동네가 바뀐다니 기쁘다고 말한다.

“자식들 키워서 결혼까지 시키고 나니 동네가 변하네요. 늦었지만 더 살기 좋은 동네로 개발됐으면 합니다.”

또 다른 주민 B씨도 개발을 반겼지만 아직도 황량한 골목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출퇴근하려면 골목 앞을 지나야 하는데 되도록 쳐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깨진 유리와 빨간 낙서가 오히려 더 무섭게 느껴져요.”

B씨는 남자들은 개의치 않지만 자신을 비롯한 여성들은 음산한 골목 분위기가 무섭다며 이같이 말했다.

B씨의 말처럼 옛 집창촌 골목은 건물만 허름하지 않다. 분위기도 스산하다. 청량리역으로 향하는 길목이어서 이곳을 질러 가는 게 지름길이지만 여성들이 애써 돌아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깨진 유리조각과 빨간 글씨의 낙서가 풍기는 음산한 분위기와 함께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노숙인이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음 놓고 개발 기대감을 표현하기엔 어딘가 꽉 막힌 기분이 든다는 게 B씨의 전언.

인근 상인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노점상을 운영하는 C씨는 “집창촌에 왔다가 술 먹고 시비 거는 사람이 예전보다 줄었지만 아직도 예전 588 분위기는 그대로”라며 “빨리 주변 환경이 정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각종 낙서로 도배된 청량리588 옛 집창촌. /사진=김창성 기자

◆초역세권, 미래가치 풍부

집창촌 골목을 나와 주변을 둘러봤다. 경의·중앙선 철길 뒤로 오래된 아파트와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이 보였다. 5분 정도 걸어 신축아파트 현장 앞에 도착했다. 이곳은 약 2년 전 분양해 내년 6월쯤 입주하는 롯데건설의 ‘동대문 롯데캐슬 노블레스’ 공사 현장이다.

분양 당시 84㎡ 최고 분양가가 5억9600만원을 기록해 같은 면적 기준 동대문구 최고 분양가 기록을 세운 곳이기도 하다. 청약도 면적별로 골고루 흥행하며 재개발에 들어간 옛 ‘청량리 588’ 골목일대의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청량리제4구역에 속한 이곳은 현재 ‘청량리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재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곳은 역과 바로 붙은 데다 버스환승센터, 역사 쇼핑몰 및 재래시장 등 각종 생활편의시설도 가깝다. 이에 높은 사업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으며 분양가 경신 기대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서울시 평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농동 일대 아파트값도 매분기 상승곡선이다. KB국민은행 아파트시세 자료에 따르면 2015년 2분기 전농동 아파트의 3.3㎡당 평균 시세는 1306만8000원. 이후 매분기 평균 22만원가량 올라 올 1분기 기준 1461만9000원의 평균 시세를 형성 중이다.

입지상 초역세권에 해당되고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계획 중인 만큼 옛 ‘청량리 588’ 골목 일대 재개발 미래가치는 풍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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