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끝없는 보험분쟁, '고지의무'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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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부 박모씨(44)는 며칠 전 등산을 하다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이미 계약이 해지된 후였다. 보험사 측은 박씨가 가입 전 수면제를 복용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을 해지했다고 전달했다. 

#2 직장인 정모씨(남·35)는 지난달 무릎수술을 받아 가입한 보험사 측에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미 계약이 해지된 데다 해지환급금까지 지급된 상태였던 것. 보험사 측은 정씨가 가입 전 관절수술을 받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에서 고지의무 위반 여부는 풀기 힘든 숙제다. 고지의무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현재 병증, 과거병력 등을 보험사에 알릴 의무를 말한다. 하지만 고지의무 위반기준이 모호해 가입자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보험사도 고지의무 위반은 자칫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골칫거리다.

◆해석에 따른 분쟁 많은 ‘고지의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접수된 보험민원은 총 6만1560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보험계약해지 민원이 877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많은 가입자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정당한 절차가 아닌 일방적 해지를 당했음을 의미한다. 

첫번째 사례인 박씨는 수면제 복용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 당했다. 명백한 고지의무 위반이다. 문제는 실적 욕심에 눈이 먼 설계사가 보험가입과정에서 고지의무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박씨도 그 피해자 중 하나다.

박씨는 “가입 당시 설계사에게 수면제 복용 이력이 있다고 알렸으나 그 정도는 가입여부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답했다”며 “보험사에 따지니 설계사에게는 고지의무 수령권이 없다고 들었다. 이런 사실을 아는 가입자가 몇이나 되겠나”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가입자는 설계사에게 과거 병력을 고지한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보험사가 제공하는 청약서상 질문에 반드시 서면으로 답해야 한다. 수령권이 없는 설계사에게 고지해봤자 소용 없다는 얘기다. 

두번째 사례의 정씨는 관절수술 사실을 보험사에 고지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당한 케이스다. 하지만 해지는 반드시 서면으로 통보해야 함에도 보험사는 우편이 ‘수취인 부재’로 반송되자 전화로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정씨는 해지절차 적법성에 문제가 있다며 금융위원회와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을 접수, 결국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았다. 

해지사유 송달과정에서 적법성 문제는 관련 민원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분쟁사유다. 하지만 제대로 된 송달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가입자는 구제받을 수 있다. 최근 가입자의 과거 병력을 뒤늦게 안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 해지를 알렸어도 이를 통보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적법한 해지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서 고지의무 위반 사실이 명확해 해지가 타당하다는 1·2심 결과를 대법원이 뒤집은 것이다. 

해당 보험사인 KB손해보험 관계자는 “당시 임차인이던 가입자가 이사하면서 해지사유 우편이 집주인에게 전달돼 결과적으로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고지의무 위반보다는 송달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두 사례는 전체 고지의무 피해에서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모호한 규정 탓에 가입자와 보험사는 끊임없이 해석을 두고 분쟁 중이다. 가입자는 계약해지 때문에 낸 보험료의 10%만을 해지환급금으로 수령하는 손해를 본다. 보험사 역시 계속된 민원에 골머리를 앓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설계사 교육을 통해 보험청약 단계에서 고지의무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라고 지시하는 방법 외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소송으로 이어지면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보험사도 고지의무 분쟁이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오락가락’ 금감원 정책, 피해 키워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피해가 일반 보험사보다 국영보험사인 우체국보험에서 많이 나타나는 점도 우려된다. 우정사업본부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계약자의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계약해지가 7만2000여건(405억원)으로 나타났다. 

우체국보험은 전문설계사가 있지만 창구직원이 형식적인 가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가입자에 대한 정확한 설계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우정사업본부 소속인 우체국은 미래창조과학부의 관리·감독을 받아 다양한 사례와 피해구제를 진행한 금감원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결국 2015년부터 우체국보험 민원은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대상에 포함됐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해마다 우체국 관련 금융민원이 200건가량 접수된다”며 “미래부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지 못해 이곳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지난 몇년간 당국의 정책도 일관성이 없었다. 금감원은 2010년 6월 분쟁을 줄이기 위해 계약 전 보험사에 알려야 할 고지의무사항을 강화했다. 질병확정진단, 질병의심소견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반드시 보험사에 알리도록 했다. 또 사고위험이 큰 취미생활, 해외위험지역 출국계획도 고지내용에 포함했다.

하지만 오히려 보험사가 강화된 고지의무를 악용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늘었다. 결국 금감원은 오는 7월부터 고지의무 완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0년 당시에는 고지의무에 대한 가입자와 보험사간 해석이 달라 분쟁이 너무 많았다. 이에 내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고지의무를 강화한 것”이라며 “올해 추진되는 완화안에는 보험사보다 가입자에게 더 유리한 내용을 담아 분쟁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가 고지의무를 잘 인지할 수 있도록 주기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며 “고지 정도에 따라 보험사에도 일정부분 책임을 묻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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