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LH 임대아파트 살 자격 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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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벌이하며 초등학생·중학생 3남매를 키우는 J씨(44)는 얼마 전 우편물을 받아들고 가슴이 철렁했다. LH 임대아파트의 소득기준에 따라 입주자격이 상실됐으니 집을 비워달라는 안내문이었다. J씨 부부의 한달 소득은 세후 490만원. 올해부터 맞벌이를 하며 소득이 늘어난 J씨 부부는 고소득자로 분류, 거주자격을 빼앗겼다. J씨는 “그동안 외벌이로 세 아이 키우느라 저축할 여유가 없었는데 보증금 5000만원에 다섯식구 살 전셋집을 구하려니 눈앞이 캄캄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 저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중학생입니다. LH 임대아파트에 살다가 입주자격이 해지됐다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오래전 연락이 끊긴 할머니 자식들 명의로 재산이 있다고요. 저희는 기초생활수급으로 생활하는데 당장 길거리에 나앉을까봐 너무 무섭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입주자격이 까다로워지면서 억울하게 보금자리를 잃는 사연들이 늘고 있다. 당초 취지는 고소득자나 재산이 많은 ‘얌체 입주족’을 걸러내는 것이지만 실제로 주거지원이 절실한 사람의 집을 빼앗는 꼴이 됐다.


수원 LH 행복주택 조감도. /사진=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자영업자·차명재산 숨고 유리지갑 도마위

LH 임대아파트는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저소득층, 다자녀가구 등에 한해 입주자격을 준다. 2015년 국민임대주택 입주자격은 세전 소득기준 ▲3인 이하 가구 337만원 ▲4인 가구 539만원 ▲5인 이상 가구 548만원이다. 자산기준은 ▲자동차 2465만원 이하 ▲부동산 1억2600만원 이하다.

J씨 부부의 경우 이 소득기준으로만 보면 중산층에 가깝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산층 기준은 4인 가구의 한달 소득 194만~580만원으로 광범위하다. 또한 NH투자증권의 ‘2017 중산층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산층의 자산은 1억7600만원으로 나타났다. J씨는 “단순히 소득만 놓고 보면 중산층으로 보일지 몰라도 보유재산이나 자녀 수와 학년, 부부의 남은 경제활동 기간 등을 따졌을 때 임대주택 입주자격이 없다는 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LH가 임대주택의 입주제한을 강화한 것은 고소득자나 자산가들의 얌체 입주를 막기 위해서다. 소득이나 재산을 숨기고 입주하는 얌체 입주족이 늘면서 정작 주거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실질적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LH 영구임대 입주 대기기간은 평균 1년7개월, 대기자는 3만6053명이나 된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는 이런 얌체 입주족이 논란이 됐다. LH 조사 결과 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 지원하는 영구임대에 BMW·폭스바겐·벤츠 등 고급외제차가 41대 등록됐고 국산 고가차량을 포함하면 367대가 등록됐다.

이후 LH는 고소득자나 자산가의 입주를 막기 위해 정부의 소득자료와 정보를 분석하고 심사를 강화했다. 입주 당시 소득과 자산기준을 충족했어도 입주 이후 소득 증가나 상속 등의 이유로 부적격자가 된 경우 2년 단위 재계약을 거절하고 퇴거조치를 내린 것. 2010년부터 2015년 6월까지 주택소유나 소득·자산의 초과로 임대차계약이 해지된 사례는 ▲2010년 319건 ▲2011년 1249건 ▲2012년 1704건 ▲2013년 2624건 ▲2014년 2769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정성적 조사·평가 필요

그러나 이런 시스템에도 허점이 있다. 실제 소득이 많은 자영업자나 차명재산 보유자일 경우 LH 심사를 통과하기가 쉽다. 6개월 전 LH 임대아파트에 입주한 회사원 H씨는 “여전히 아파트단지 안에 고급외제차가 즐비하고 주민모임에 가보면 한달 수입이 1000만원을 넘는다는 자영업자도 있다”며 “얌체 입주족을 막는 제도는 꼭 필요하지만 실제 걸러지는 경우는 유리지갑인 회사원이나 자동차, 부동산 등을 본인명의로 가진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임대의 입주자 선정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2일 한국주거학회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주최로 열린 ‘지방화시대 맞춤형 주거복지 정책방향’ 세미나에서 변창흠 SH 사장은 “주거복지의 패러다임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되고 다양한 입주자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공급이 이뤄지는 가운데 지방정부는 주거와 연계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입주자 선정과정에서 지자체의 재량권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종균 SH 주거복지기획부처장은 “현행 공공임대 입주자 선정방식은 중앙정부가 세부적인 내용까지 정하는데 지방정부의 재량권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정부는 소득수준별 배분방식이나 서비스기준과 같은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지방정부는 그 범위 안에서 구체적인 선정기준을 정하는 등 역할의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대주택 입주자의 적극적인 민원제기를 통해 구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LH 관계자는 “장시간 연락이 끊긴 가족 등의 명의로 소득이나 재산이 많아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민원을 접수하고 적극적인 해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보에 취약한 계층일수록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 보다 활발한 홍보와 구제 조치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해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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