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진 이력서] '노인 열정페이'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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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숫자는 계속 증가하는데 웬만한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젊은이들마저 AI(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시대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하지만 빨라지는 고령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머니S>는 창간 10주년 ‘노후빈곤, 길을 찾다’ 4번째 시리즈를 통해 청년의 가족이자 우리의 내일인 노인의 삶과 일자리의 현실을 살펴보고 ‘노인 일자리 선진국’이 되기 위한 과제와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주>


# 3년 전 교직에서 은퇴한 김세기씨(가명)는 1년 넘게 이런저런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결국 포기했다. 평생 받을 교원연금과 그동안 저축해놓은 재산 덕분에 생계비 걱정은 없지만 60대 초반의 건강한 몸으로 온종일 집에서 놀 수만은 없어 일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평생 교편만 잡았던 만큼 고된 육체노동은 엄두가 안 났고 그나마 할 만한 아파트경비원은 자식들의 만류와 주변의 시선 탓에 마음을 접었다. 30년 넘는 교사경력을 살려 어린이집 원장자격증도 취득했지만 ‘남자 원장’을 바라보는 학부모의 선입견 때문에 번번이 취업에 실패했다.

100세시대를 맞아 60~70대에도 일하기를 원하는 노인이 많아졌다. 하지만 수요에 맞는 일자리는 부족한 실정이다. 단순히 일자리 수의 문제보다 신체와 정신은 현직 때와 비슷한데 근로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경력과 무관한 일을 마지못해 해야 하는 현실이 더 심각하다. 반면 해외선진국은 70~80대 고령에도 현직시절의 업무와 관련성이 있거나 비슷한 제2의 직업을 찾아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문가가 많다.

아파트 경비원. /사진=머니S DB

◆박봉에 무시당하며 경비원 하느니…

노인복지제도와 일자리가 취약한 우리나라에는 “힘들어도 좋다, 일하게만 해달라”는 노인이 많다. 문제는 임금 등 노인 일자리의 질이 낮고 육체노동하는 노인을 무능력하게 보는 사회의 시선이다.

은퇴 후 아파트경비원 일을 하는 이모씨는 “뉴스에서 경비원이 주민에게 폭행 당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선물로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화가 났다”며 “나는 친절한 이웃을 만나 다행이지만 얼마 전까지 대기업 임원이었다고 말하면 대부분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반문해 상처받는다”고 말했다.

적은 보수와 부당한 처우는 노인 일자리문제의 주원인이다. 많은 노인이 이 같은 상황을 견디지 못해 일을 포기한다. 한 분야에서 수십년간 경험을 쌓은 노인이 지속적으로 능력을 발휘하면 경제발전과 사회통합에 도움이 된다. 정부 역시 이런 인식을 갖고 다양한 노인 일자리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를테면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한자·예절교육, 관광객을 위한 문화관광해설사, 통·번역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교육형 일자리는 정부예산으로 운영돼 실제 공급량이 극소수인 데다 정보가 많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문화관광해설사는 올해 지방자치단체 예산 47억3700만원, 민간예산 3억8000만원을 지원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문화관광해설사는 2914명이다.

잔디 식재하는 공공근로자들. /사진=신웅수 뉴스1 기자

◆10년째 제자리 걷는 공공근로 월급

“우리 나이에 이만한 일자리 없어요. 수입이 적어도 정부가 하는 일이니 월급 떼일 걱정 없지, 위험하거나 더러운 일도 아니니까요.”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노인 대상 공공근로 일자리는 경비원·주차원·환경정비원 등이 대부분이다. 비록 기존 경험이나 능력을 활용할 만한 직업이 아닌 단순노동에 불과하지만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운영한 노인 공공근로사업은 10년 넘게 보수가 한달 20만원에 머물러 ‘노인 열정페이’ 논란을 낳았다.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익활동의 월급은 2004년 20만원에서 더 이상 오르지 않았다. 물가와 최저임금이 상승한 데 비하면 노인 임금은 계속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 관계자는 “공익활동은 일자리보다 자원봉사나 사회공헌의 개념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저임금제도를 위반하지 않으려고 노인 일자리사업의 공익활동을 ‘근로’가 아닌 ‘자원봉사’로 명시했다. 최저임금 미만의 보수를 지급해도 되는 근거를 마련한 것. 그러나 노인 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87.4%가 ‘경제적인 이유’로 일한다고 답해 모순을 드러냈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한 원인을 두고 정부가 노인 일자리사업의 수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13년 정부가 국정과제로 노인 일자리 확대를 추진하면서 3년 동안 연평균 4만6000개의 일자리가 생겼지만 보수 등 근로의 질과 관련한 고민은 빠졌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노인 일자리사업은 개별 일자리의 질적인 측면보다 전체 물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발전했는데 물가와 최저임금에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60~70세 애널리스트 흔한 미국·일본

미국이나 일본 등은 머리가 희끗한 30년 이상 경력의 애널리스트가 흔하다. 한 애널리스트는 “월가에서는 나이가 많은 애널리스트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30~40대에 실적 압박으로 회사에서 쫓겨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유튜브에서는 미국 최고령 스튜어디스 베티내쉬의 인터뷰가 화제를 모았다. 그는 “나는 16세에 스튜어디스가 돼 59년 비행의 변천사를 겪은 베테랑”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노인 커뮤니티서비스 고용프로그램’(SCSEP)을 시행, 노인의 적성을 고려한 직업교육과 취업을 장려한다. 이를 통해 연간 약 10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미국정부는 SCSEP에 투자한 1달러가 약 1.5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내는 것으로 평가한다.

일본은 2013년 정년을 65세로 정했고 독일은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정년을 67세로 늘릴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 정년을 연장해도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 이상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해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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