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대통령 5가지 숙제] '청년'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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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는 인수위원회를 꾸릴 틈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된다. 별도의 준비기간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하지만 역대 어느 정부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머니S>가 차기 정부에게 주어진 소명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모색했다. 또 가까운 미래 우리나라를 이끌 주역이지만 ‘N포 세대’라 불릴 정도로 희망을 잃은 청년들을 만나 청년문제의 냉엄한 현실과 해법을 들어봤다.<편집자주>


맹기범씨(30·가명)는 2013년 2월 대학졸업 후 서울 노량진에서 5년째 9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 중이다. 맹씨는 “기업에 들어가도 안정적이지 않고 중소기업이라면 생활이 더 힘들 거 같아 공무원을 꿈꾼다”며 “돈은 조금 적게 벌더라도 안정적인 삶을 원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관심사는 단연 ‘일자리’다. 단순히 ‘밥벌이’가 가능한 곳이 아니라 질 높은 일자리를 원한다.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에 가입되고 오래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월급은 다소 적더라도 정년이 보장되고 노후걱정도 덜 수 있는 ‘저녁이 있는 삶’을 택하는 것이다. 공무원 열풍이 꺼지지 않는 배경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번 대선주자들도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한목소리로 ‘청년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하지만 청년들의 고민은 이보다 깊다. 지난 2월 대학졸업 후 현재 취업준비 중인 이상훈씨(26·가명)는 중소기업 성장정책과 관련해 “단순히 재정지원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시각은 안일해 보인다. 중소기업 성장을 막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창업에 대한 시름도 깊다. 꿈을 펼치기 위해 창업을 시도하려 해도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 지원정책이 있지만 ‘돈’ 차원에 그친다고 청년들은 느낀다.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학자금대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또 고등학생들은 선거 연령을 하향해 참정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대학생 행진 ‘청년학생 권리선언’ /사진=뉴스1 성동훈 기자

◆청년기구 위상 격상해야

과거 정부가 청년들의 이 같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건 아니다. 박근혜정부도 청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두고 청년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기구가 청년정책 시행 과정에 사실상 참여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청년위원회는 분명 법률상 대통령 직속기구, 조직구조상 민관협력기구였으나 위상으로는 자문기구에 불과했다. ‘행정부-전문가-당사자 대표(청년위원회)’가 한데 모여 파트너십 주체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자문기구에 그치다 보니 그러지 못했던 셈이다.

신윤정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정책지원단장은 “청년위원회가 자문기구여서 자문 이상의 역할을 하기 어려웠다. 거버넌스의 위상을 놓고 보면 낮은 수준에 해당한다”며 “청년들의 다양한 의겸을 수렴해도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청년정책기구는 오히려 지방자치단체가 선도해 운영하고 있다. 다수의 지자체가 조례상 청년정책 수립·시행과 관련된 ‘심의의결기구’로서 청년정책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들 위원회는 ‘지자체-전문가-당사자’ 간 정책회의에 참여하고 청년정책 수립에 대한 심의·의결 권한을 갖는다. 지방정부는 또 ‘참여기구’로서 청년정책네트워크를 두기도 한다. 각 지역 청년들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신 지원단장은 “많은 지방정부가 청년심의기구와 참여기구를 통해 청년의견 수렴을 정례화해야 한다는 것을 조례상으로 의무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의 이 같은 노력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법률이 아닌 조례상 기구이기 때문에 범사회적인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참여가 어렵다. 이에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거버넌스 전면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등의 민관협력기구의 위상을 자문기구에서 협치기구로 격상하고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 청년주체들이 함께 참여해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자금대출 이자 지원 강화해야

청년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정책은 무엇일까. ‘일자리 창출’에 대한 관심이 단연 높았으며 학자금대출과 창업지원에 대한 바람도 컸다.

김세은씨(30·가명)는 현재 서울의 한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5학기째 밟고 있다. 한 학기 등록금은 600만여원. 다섯학기 등록금 가운데 세학기 분을 학자금대출로 마련해야 했다. 총 1800만여원을 빌린 셈이다. 그러나 김씨는 그나마 자신은 운이 좋았던 편이라고 말했다. 학부생 때 부모의 지원을 받아서다. 김씨는 “대학 진학 후 학자금대출을 받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그런데 대출을 받은 후 취업이라도 제대로 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빚쟁이가 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20대 3명 중 1명은 생애 첫 대출을 학자금대출로 받는다. 신한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첫 대출자 가운데 20대의 비중이 35.4%로 나타났다. 이들 3명 중 1명(32.5%)은 학자금대출을 이용했다. 학자금대출을 받는 청년들은 3년 이내 추가대출을 이용할 가능성도 높았다. 7.8%가 같은해에, 31.1%는 3년 내 추가로 돈을 빌렸다. 문제는 현재 정규직(25.2%)보다 비정규직(42.2%)인 경우 첫 학자금대출 이후 3년 내 추가대출을 받은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는 점이다.

청년단체들은 학자금대출 이자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달팽이유니온, 청년유니온, 청년참여연대, 전국청년네트워크 등이 지난달 발족한 ‘촛불대선청년유권자행동’은 지난 3일 청년정책토론회에서 학자금대출 고통 경감을 청년을 위한 10대 정책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현재 각 지자체가 학자금 대출이자를 지원하지만 신청자를 지원하는 방식이라 효과가 크지 않고 지자체 간 재정여력 차이로 무이자 지원이 어렵다고 청년유권자행동은 지적했다. 청년유권자행동은 토론회에서 “중앙정부가 학자금 이자를 일괄 지원하고 지자체는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보완하는 등 역할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 창업지원 나서야

정대범씨(26)는 지난해 2월부터 서울 신도림역 부근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정씨는 창업 당시 대출창구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담보물은 물론 원천징수영수증 등의 자료가 없어 돈을 빌릴 수 없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청년 창업지원 프로그램에도 지원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타트업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지는 데다 출중한 창업 기획안을 내야 하는데 기획안 제작 경험도 없어서다.

IMF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 이후 우리나라에 벤처기업 열풍이 일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스타트업이 ‘대세’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고사하고 카페 창업조차 쉽지 않다. 최초 매장 설립비용, 권리금, 월세 등 자금확보가 쉽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청년들은 단순히 재원 지원에 그치는 현주소에 불만을 털어놨다. 각종 단체와의 네트워크 형성 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서울 이대역 부근에 ‘숍인숍’ 형태의 카페를 공동 창업한 박영수씨(30)는 “문제는 창업지원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실패해도 피드백을 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체계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단순 지원금 지원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청년에게 부족한 건 돈뿐이 아니다. 사회적 관계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각종 단체와 교류할 수 있는 제도가 안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년유권자행동은 “정보·물리적 공간을 기반으로 한 거점을 조성해 청년지원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며 “지역간, 국내외 다양한 교류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은 물론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적 변화가 예상됨에 따라 청년이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역사의 중심엔 늘 청소년이 있다”

“내가 이러려고 12년을 공부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이런 나라에서 공부를 해도 아무런 희망이 없습니다(D-12)”, “고3인 우리는 연필 대신 촛불을 들었습니다”, “역사의 중심엔 늘 청소년이 있다”….

지난해 11월5일 전국의 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수능을 12일 앞둔 토요일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학생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수능을 마친 학생들의 집회 참여는 더욱 활발했다. 집회참여는 학생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학교 3학년생에겐 선거권이 없다. 만 19세가 안돼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선거권 연령이 만 19세 이상인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일자리 창출, 창업지원, 학자금대출 이자 지원 등이 청년 ‘정책과제’라면 선거권 연령제한 하향조정은 청년의 사회참여를 위한 ‘입법과제’다. 정책은 정권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입법화된 법률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 보다 많은 청년들에게 정치참여 기회를 법률적으로 부여하면 청년의 의견이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청년단체들은 분석한다. 공직선거 투표권은 물론 지방자치 주민투표권, 지방자치 조례개편 청구권, 주민소환 투표권 등의 참정권을 가지기 때문이다.

청년유권자행동은 “전세계 140여개국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의 국민에게 투표권을 인정한다. 참정권 확대는 세계적 추세”라며 “만 18세 국민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연령을 하향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임한주군(19)은 “지난 겨울 촛불집회에 많은 학생이 참여했다. 정치가 우리(중·고등학생)에게 당장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잠재적 영향이 작지 않아 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거라 생각한다”며 “청소년들이 앞장서서 ‘박근혜 탄핵’을 외쳤다. 우리에게 투표권은 없지만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투표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호군(19)은 “만 18세가 되면 취업, 운전면허 취득, 군 입대, 결혼이 가능하고 공무원도 될 수 있는데 투표는 왜 할 수 없나”라고 반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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