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대통령 5가지 숙제] '관계'가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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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는 인수위원회를 꾸릴 틈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된다. 별도의 준비기간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하지만 역대 어느 정부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머니S>가 차기 정부에게 주어진 소명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모색했다. 또 가까운 미래 우리나라를 이끌 주역이지만 ‘N포 세대’라 불릴 정도로 희망을 잃은 청년들을 만나 청년문제의 냉엄한 현실과 해법을 들어봤다.<편집자주>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정책 앞에 대한민국 경제가 불확실성의 늪에 빠졌다. 사드와 주한미군 등 안보 이슈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외교는 안보의 문제일 뿐 아니라 기업활동과 국민 경제생활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미국과 중국 경제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국민들은 현재 고조되는 대외적 불안요소를 슬기롭게 풀고 장기적으로 미·중 양국에 치중한 경제구조를 바꿔나갈 정부를 원한다.

◆ 미-중 사이서 등 터지는 대한민국

나라 밖 사정은 대통령 탄핵으로 중심을 잃은 대한민국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은 두 고래 사이에 낀 새우의 처지다.

새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사드 배치’에 대한 선택을 요구받는다. 사드 배치 논란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 그 자체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 역시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사드 배치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보복은 벌써 두달이 넘어간다. 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반발해 유커(중국인관광객)들의 한국 관광, 자국내 한류 투자 등에 직접적인 족쇄를 채웠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국인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0% 감소했고 엔터테인먼트, 화장품 등 연관 산업분야 피해가 막심하다.

직접적인 제재가 없더라도 중국내 반한감정이 고조되며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졌다. 계속 방치하면 한중관계가 회복이 어려운 단계까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대자동차의 중국 내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7% 감소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최근 166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수출전망·환경을 조사한 결과 중국의 경제 보복에 따른 국내 중견기업의 피해액이 업체당 평균 87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한국 외교·안보의 근간인 한미관계와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겼다. 취임 직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카드를 빼든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표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워 한국을 비롯한 일본·유럽을 겨냥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에 대한 한국기업의 투자 확대, 현지 투자공장의 미국인 일자리 확충 등을 요구하며 통상압박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정부 이후 한국산 화학제품이나 철강 등 주력산업에 대한 수입규제가 강화된 것도 부담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새정부, 위기를 기회로

주목할 부분은 미·중 양국과 한국의 현안은 ‘안보’가 주된 이슈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 이면에는 ‘경제적 실익’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의 사드 배치 비용 청구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우리나라가 실제로 사드 배치 비용을 내야 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앞으로 전개될 외교 협상에서 미국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꺼낸 카드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트럼프시대 한·미동맹은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확실히 받는 안보 비즈니스 동맹이 될 것”이라며 “실리를 바탕으로 한·미동맹을 관리하는 미국은 앞으로 방위비 협상 등을 통해 자국의 부담을 줄이는 데 관심을 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결론적으로 사드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미국의 장기적 전략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해 한국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외교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국이 경제적 관점으로 안보를 대하는 외교를 취하는 만큼 우리 정부 역시 철저하게 경제적 손익을 따질 필요가 있다는 것. 특히 트럼프의 적극적인 외교 행보가 건강보험과 이민정책 등으로 어려운 미국 내 상황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맥락에서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기정부의 대응에 따라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사드 배치 비용 부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재협상 의지가 워낙 확고하기 때문에 만약 한국의 새 정부가 재협상을 거부할 경우 미국은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차기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사드를 우리가 구입해 직접 운용하거나 사드를 철수함으로써 사드 배치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게는 한국이 사드 배치를 피할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해 계속 설득하는 수밖에 별다른 묘수가 없어 보인다. 중국도 경제적 실익 때문에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타협의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사드 보복조치로 우리나라 경제 곳곳을 괴롭히지만 ‘핵심’은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우리나라에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경제보복은 수출 비중 75%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패널 등의 중간재 수입을 막는 것인데, 이는 중국경제에 직접적인 위협이 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재 진행 중인 경제보복도 중국의 실리와는 거리가 있어 새 정부 들어 양국관계 정상화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한다.

이동률 동아시아연구소(EAI) 중국연구센터 소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갈등의 출구를 찾아야 할 필요성은 커질 것”이라며 “양국관계 회복을 위한 새 정부의 새로운 외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의 보복 조치를 중단시키는 것이 바로 사드의 출구인 것처럼 정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드 문제로 노출된 한중관계가 직면한 구조적·내재적 취약성을 인지하고 원인 치유를 위한 종합적이고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환경회의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드 기습배치, 졸속적인 환경영향평가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 변화하는 대외환경, 통상체계 정비해야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 두 시장이 한국경제가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 수출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8.5%에 달한다. 한국산 제품 10개를 수출하면 4개는 미국 또는 중국으로 간 셈이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양국에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 빚어진 부작용이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미·중 양국의 통상정책에 우리 경제가 과도히 좌지우지되는 결과가 나타난 것. 이에 따라 새 정부는 장기적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미국과 중국에 의존적인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과제도 끌어안게 됐다.

2012년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간 분쟁을 극복한 일본의 사례가 가능성으로 지목된다. 중국의 전방위적 경제제재가 가해진 동안 일본은 중국에 설립한 공장을 동남아 등지로 분산하고 인도시장을 집중공략하는 등 대중수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중일 갈등은 단기적으로는 교역 등에서 위기로 작용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일본기업과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등 전화위복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국 사드 보복과 미국 보호주의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은 새 정부에 끊임없이 이같은 요구를 각인시키고 있다. 김규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무는 “차기 정부는 안정적인 해외판로 확보와 신규시장 개척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 관련부처가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세안(ASEAN)·인도·중동으로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한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며 외교부 역시 이를 추진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통상능력이 이런 청사진을 얼마나 뒷받침해줄지는 미지수다. ‘통상국가’로서 FTA를 통한 경제영토 확장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이지만 최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의 통상능력은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박근혜정부 들어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본부를 해체하고 이 기능을 산업부로 이관하는 등 개혁을 시도했지만 지난 4년간의 성과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정치적이고 즉흥적인 결정의 폐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기존의 통상정책을 답습할 경우 한국경제는 난파 위기에 처한다”며 “대외환경을 정확히 인식해 적절한 통상정책 수행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EAI) 책임연구원은 ‘한국 차기 정부의 통상정책 수행체계 재설계: 장관급 전담부서 설치안’ 보고서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중국의 무역압력과 FTA 재협상 등의 수비적 과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메가FTA 경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새로운 무역규범 제정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전통적 무역이익뿐 아니라 금융·통화·노동·환경·외교·안보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신조직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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