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탄소배출권 살까, 벌금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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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탄소배출권 거래가 한국에서 시작된 것은 2년 전이다. 2015년 1월12일 부산국제금융센터 한국거래소(KRX)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이 처음 문을 열었다. 개장 첫날 거래된 배출권은 1190톤이다. 종가는 톤당 8640원으로 당시 유럽 배출권시장가격 6.7유로(8625원)와 비슷했다.

시장참여업체는 총 525개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12만5000톤 이상인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포스코·현대중공업 등 470여개 대기업과 2만5000톤 이상인 서울대·서울강남성모병원·롯데백화점·코엑스 등 50여개의 독립사업장이다.
참여업체 수가 가장 많은 업종은 석유화학으로 84개이고 철강(40개), 발전·에너지(38개)가 뒤를 이었다. 정부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정한 뒤 각 기업에 배출 허용량을 할당하며 그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요구한다. 할당 대상업체들의 배출실적 인증은 전문기관 검토와 배출량 인증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업체에 통보된다.

◆탄소배출권거래제, 정부 주도로 매커니즘 구체화

탄소배출권거래제는 할당대상 기업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허용량이 남으면 다른 기업에 판매하고 할당량을 초과하면 부족한 만큼 시장에서 사야 하는 제도다. 인증받은 배출량보다 제출한 배출권이 적은 기업은 부족한 배출권 수량만큼 배출권 시장가격의 3배를 곱한 금액으로 과징금을 내야 한다.

과징금은 회계상 영업외비용이다. 2012년 배출권거래제 입법이 추진될 때 새로운 부담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해 5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거래 메커니즘이 구체화됐다.

배출권 거래시장의 운영 및 시장 안정화 조치, 배출권 할당계획의 조정·수립, 관장부처 간 조정 등은 기획재정부가 총괄하며 산업·농림·환경·국토부는 소관기업에 배출권 할당, 배출량 및 외부사업 인증, 사후관리 등의 업무를 집행하면서 소관분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을 책임진다.

탄소배출권은 할당배출권(KAU)과 상쇄배출권(KCU)으로 구분된다. KAU는 정부가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 한도를 할당하는 것이고 KCU는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을 통해 탄소배출을 줄인 기업에 그 대가로 정부가 추가 부여하는 배출권이다. KRX의 배출권 거래방식은 거래시스템을 통한 장내거래와 협의매매를 포함하는 장외거래로 나뉜다.

장내거래는 판매량과 수요량이 적정한 가격에 매칭되면 거래가 빠르게 이뤄지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소량을 빠르게 매매할 때 편리하다. 반면 장외거래나 협의매매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조율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만큼 대량거래 시 활용하기 좋다. 총 거래량 중 협의매매비중이 훨씬 높다.

◆변동성 커 눈치 보는 기업들

탄소배출권은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에서 마련됐다. 교토의정서는 38개 선진국이 2008~2012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매년 5.2% 감축하도록 의무화하고 국가별 온실가스 할당량을 배분·거래하는 것을 허용했다. 규제대상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 6종이 지정됐다.

2005년 세계 최초로 유럽연합(EU)이 역내 1만여 배출업체를 대상으로 배출권 거래(EU ETS)를 시행했으며 이어 스위스(2008년), 뉴질랜드(2008년), 카자흐스탄(2013년)이 전국 단위로 배출거래제를 시행했다. 미국(2009년), 일본(2010년), 캐나다(2013년), 중국(2013년)은 일부 지역만 도입했다.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어서 도쿄의정서에 따른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국이 아니었다. 그러나 2015년 12월 파리협정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구분 없이 모든 당사국(총 195개국)이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앞으로 2030년까지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의 37%를 감축해야 한다.

2015년 배출권 할당대상 전체기업이 보유한 총 배출권은 상쇄배출권과 시설의 신·증설에 따른 추가 배출권 신청분까지 포함해 총 5억5000만톤으로 실제 배출량 5억4300만톤을 초과했다. 배출권 시장가격의 최고값은 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받는 벌금에 해당해 기업으로서는 돈을 들여 배출량을 줄일 것인지, 벌금을 낼 것인지를 선택하는 셈이 된다.

모든 기업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목표치까지 줄여 배출권이 필요하지 않다면 배출권 시장가격은 이론적으로 최저값이 ‘0’이 될 수 있다. 배출권시장의 경직된 공급함수를 고려한다면 배출권가격은 배출총량이 배출권 할당총량에 미달할 것인지, 초과할 것인지에 따라 벌금과 0 사이에서 변동성이 나타난다.



문제는 배출권에 여유 있는 기업이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비해 시장에 판매하지 않고 다음해로 이월할 경우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배출권을 시장에 내놓으면 부과된 할당량이 넉넉하다고 오해받아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작용했다.

이 경우 전체적으로 배출권에 여유가 있어도 배출권이 부족한 개별기업은 배출권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다. 2015년 1550만톤의 배출권이 사용되지 않았고 이는 공급부족으로 배출권 가격이 크게 오르는 원인이 됐다. 지난해 7월 톤당 1만7000원 수준에서 지난 1월 2만원을 넘을 때까지 여유배출권을 팔겠다는 기업은 드물었다.

◆정부, 수급불균형 대책 마련 총력

배출권 거래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연스레 형성되지만 시장에서 배출권 공급량이 지나치게 부족하면 배출권을 살 수 없어 과징금을 내는 기업이 많아진다. 이 경우 가격급등 시 과징금에 대한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앞으로 이를 완화해주는 시장 안정화 조치가 도입될 전망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5일 제6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공급부족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할 때 여유가 있는 기업이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할 경우 이월을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준치를 초과해 탄소배출권 여유분을 보유하면 신규할당 배출권 양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에 나오는 배출권이 지나치게 부족하다면 정부가 보유한 시장 안정화 조치 예비분(1430만톤)을 유상 공급할 계획이다.

올 초 국무회의에서는 ‘2017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계획 변경안’과 ‘제2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안’을 의결하면서 제1차 배출권 거래제 기본계획기간(2015~2017년)의 기업 할당 배출권 총량을 애초 15억9773만톤에서 16억1474만톤으로 1701만톤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1차 계획기간에는 온실가스 배출권이 100% 무상으로 할당됐지만 2차 계획기간(2018∼2020년)이 시작되는 내년부터는 3%를 유상 할당하기 때문에 기업이 구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일단 무역집약도가 30% 미만으로 낮고 생산비용도 저렴한 업체에 유상할당을 적용하고 철강·반도체처럼 무역집약도와 생산비용이 높은 업종은 배출권을 여전히 100% 무상 할당받게 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유상 할당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은 친환경분야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배출권 수급 불균형 개선을 위한 배출권 경매가 도입된다. 또 배출권거래제 적용대상이 아닌 업체와 시설에서 감축한 양도 배출권으로 인정받으며 해외에서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벌인 뒤 감축분을 국내에 들여와 파는 것도 가능해진다.

기업이 미리 당겨쓸 수 있는 배출권 차입 한도는 내년부터 15%로, 첫해 차입비율의 절반을 다음해 차입 한도에서 차감한다. 즉 첫해 15%를 차입했다면 둘째 연도에는 차입 한도가 7.5%로 줄어든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의 주요 내용과 국회의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총량제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한 결과 한국은 2020년 후반쯤 탄소배출권의 수요가 초과해 배출권가격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분의1을 차지하는 중국도 올해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전국 단위로 시행한다. 이 경우 중국은 EU(유럽연합)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탄소거래시장으로 부상할 수 있다. 브라질, 터키, 우크라이나, 대만 등 여러 국가가 국가단위의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검토 중이어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은 세계적으로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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