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전성시대-체험기] 24시간 '손끝'으로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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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숙박 예약, 자동차 렌트 등 기존 온라인은 오프라인 채널로 사업반경을 넓히고 음식 배달, 부동산 중개 등 오프라인도 온라인으로 분야를 확장 중이다. 두 채널의 만남은 유통업계의 불황을 타개할 돌파구로 주목받는다. <머니S>가 O2O 춘추전국시대를 짚어보고 그 안에 숨겨진 전략이 무엇인지 O2O시대의 그늘까지 조명했다.<편집자주>


경기도 안산에 사는 직장인 A씨(32·남)는 계좌이체, 정보검색, 쇼핑 등을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매일 아침 집으로 배달시킨 빵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집을 나서면 스마트폰의 카풀 앱을 실행해 출근길이 같은 사람을 수소문한다. 많지 않은 월급을 아껴보겠다는 생각에 얼마 전 시작한 카풀은 쏠쏠한 수입원이 됐다.

회사에 도착하면 스마트폰으로 커피를 주문한다. 주차장에서 사무실로 바로 가지 않고 커피숍에 들러 미리 주문한 커피를 받아든 후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충실한 비서 스마트폰과 함께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O2O(온·오프라인 연계)족 A씨의 하루를 따라가봤다.


(왼쪽) ‘스타벅스’ 앱의 사이렌오더, 배민에서 배달된 빵. /사진=박흥순 기자

◆손끝으로 해결하는 ‘O2O족’

A씨의 아침은 오전 6시에 시작된다. 혼자 사는 그는 눈을 뜨기 무섭게 현관문을 열었다. 5월의 새벽공기는 쌀쌀했다. A씨는 잽싸게 현관 밖의 ‘배민 빵 박스’를 집어들었다. 오늘의 메뉴는 이름도 생소한 올리브치즈푸가스라는 빵이다. 전날 ‘배달의 민족’ 앱을 통해 주문한 빵을 한입 크게 물었다. 역시 오늘도 빵은 차갑고 짜다. 짠 것을 싫어하는 그는 빵을 반밖에 먹지 않았다. A씨는 빵에 대해 건의사항을 말하고 싶지만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매일 생각만 할 뿐 실천은 뒷전이다. 단지 빵이 배달되는 것이 어디냐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약 40분 후 A씨는 양손 가득 ‘홈플러스’라는 글씨가 새겨진 비닐과 박스를 들고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섰다. 바쁜 A씨 대신 장을 봐주는 홈플러스 앱이 남긴 ‘부산물’을 분리수거함에 넣고 뒷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얼마 전부터 교통비를 아끼려고 시작한 카풀 앱을 실행하니 인근 아파트단지에 카풀을 원하는 B씨의 정보가 나왔다. 목적지는 경기도 성남의 서현역. 성남 정자동으로 출퇴근하는 그에게 B씨는 더할 나위 없는 ‘고객’이다. 서둘러 B씨를 태우고 출근길에 올랐다. 지난달 A씨는 카풀 앱으로 약 20만원의 부가수입을 올려 24만원 기름값을 카풀로 대부분 회수했다.

회사 지하에 차를 주차한 A씨는 차에서 내리기 전 커피를 주문했다. 이번에도 역시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스타벅스’ 앱의 사이렌오더로 항상 먹던 메뉴인 ‘콜드브루 얼음 적게 물은 많이’를 주문했다. A씨가 O2O에 눈을 뜬 동기도 이 스타벅스 앱 덕분이다. 간단하게 터치 몇번만으로 주문부터 결제까지 한번에 끝낼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주문을 완료한 후 A씨는 스타벅스에서 기다리는 시간 없이 바로 커피를 받아 들고 매장 내 자리에 앉았다.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A씨지만 이 시간만큼은 어떤 행동도 하지않고 오롯이 생각에 잠긴다. 10분간 생각을 마친 그는 사무실로 향했다.


세차 앱 ‘카닥’. /사진=박흥순 기자
세차 과정을 마이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사진=박흥순 기자

◆모든 것을 채워주는 O2O지만…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A씨는 일정을 확인했다. 아차, 이날은 거래처 사람들과 점심식사를 약속한 날이다. 일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스케줄이 꼬여버린 A씨는 서둘러 스마트폰의 ‘네이버 플레이스’로 맛집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인근에는 데이트코스만 즐비할 뿐 적당한 식당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A씨는 서현역 부근의 적당한 일식집을 예약하고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한 사람들에게 식당의 위치를 전송했다.

메시지를 전송한 후 다시 생각해보니 서현역 부근은 주차가 쉽지 않은 지역이다. 대형백화점과 상가, 오피스, 주거지역이 밀집해 주차에 애를 먹은 게 한두번이 아니다. A씨는 식당을 예약함과 동시에 ‘파크히어’ 앱으로 서현역 부근의 주차장을 예약했다. 역주변 환승주차장이 가장 저렴하지만 자리가 있을 리 만무하다. A씨는 인근에 있는 주차장을 2시간에 4000원의 값을 치르고 예약했다. 이제 모든 게 완벽해졌다. 회사에서 약속장소까지는 1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여유가 생긴 A씨는 느긋하게 차를 몰았다.

깔끔한 식당에서 만족스러운 점심식사를 마친 A씨는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를 보고 놀랐다. 미세먼지, 황사에 봄철 꽃가루가 기승을 부린다고 하지만 그의 차는 한눈에 보기에도 지저분했다.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A씨는 세차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평일 대낮에 직접 세차 하긴 어려운 노릇. 고민하던 A씨는 평소 언젠가 한번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던 세차 앱 ‘카닥워시’를 실행했다. 설치만 해놓고 사용해본 적이 없는 앱이라 A씨는 상품을 천천히 둘러봤다. 이윽고 그의 눈에 ‘딜리버리’라는 글자가 들어왔다. 예약만 하면 수거, 세차, 배송까지 한번에 해준다는 설명도 함께 있었다. 그는 망설임없이 딜리버리 옵션을 선택하고 결제까지 끝냈다. 카닥워시는 오후 업무를 시작한 A씨에게 작업 전, 작업 중, 작업 후 3단계에 걸쳐 사진을 전송했다. 원래 차량이 있던 자리에 그대로 주차했다는 연락도 받았다.

그날 저녁. 집에 도착한 A씨는 입었던 옷을 빨래바구니에 담았다. 내일은 며칠 전 예약한 ‘워시온’에 빨래를 맡기는 날이다. 바구니에는 며칠간 입었던 옷이 가득했다. 정체불명의 냄새도 이따금 코를 찔렀다. ‘홀아비 냄새인가’하는 생각에 그는 괜시리 코끝이 찡해짐을 느꼈다. 만능 O2O시대라지만 미혼인 A씨의 공허함마저 채워주는 서비스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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