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잘 나가서 걱정되는 망리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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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 사이 ‘OOO길’로 불리는 상권이 늘었다. 대표적인 곳이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 ‘봉천동 샤로수길’ 등이다. 상권 구성은 식당·술집·편의점·커피숍·액세서리숍·옷가게 등이 주를 이룬다. 다른 곳과 차별성을 지닐 법도 하지만 대체로 비슷하다. 그럼에도 언제나 유동인구는 풍부한 편이다. 

최근 떠오른 상권은 마포구 망원동 소재 ‘망리단길’이다. 분위기가 주택가에 자리한 이태원 경리단길과 비슷해 ‘망원동+경리단길’의 합성어인 망리단길로 불린다. 망리단길은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떠올랐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감돈다. 여기저기 비슷한 가게가 들어서 특색 없는 상권이 돼버린 탓이다. 임대료도 크게 올라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가게가 허다하다. 주민들은 유동인구가 많아져 동네가 시끄럽다고 아우성이다. 겉모습과 달리 ‘망리단길’의 속은 우울하다.
 

큰 벽돌과 나무판자로 꾸민 독특한 콘셉트의 커피숍. /사진=김창성 기자

◆평범한 주택가 감싼 독특한 커피숍

망리단길의 접근성은 경리단길과 비슷하지만 조금 차이가 있다. 경리단길은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 직선거리로 300여m 떨어졌다. 경리단길 입구까지 도보로 5분 남짓한 거리지만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한 녹사평역의 특성상 심리적인 거리감은 꽤 크다.

반면 망리단길 주도로인 왕복 2차선 포은로는 6호선 망원역에서 직선거리로 400여m 떨어졌지만 가는 길목에 독특한 커피숍이 많아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준다. 언덕길인 경리단길과 달리 망리단길은 경사 하나 없는 평지인 점도 다르다.

최근 평일 낮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생각보다 사람이 적었다. 망원역 주변과 망원시장 내부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망리단길 골목은 유동인구가 적었다.

하지만 단독주택을 개조한 한 유명 식당에 이르자 내부에 손님이 꽉 찬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특한 건물 외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았고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또 다른 유명 커피숍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앞선 식당과 달리 크기도 작고 내부 인테리어와 간판도 단순했지만 사람들은 무엇에 홀린 듯 이곳을 찾았다.

서울 신당동에 사는 대학생 장모씨는 “SNS에서 하도 유명하길래 찾아왔는데 직접 와보니 신기하다”며 “커피값도 저렴하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아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주택가 골목에 들어선 한 식당. /사진=김창성 기자

◆망원시장 먹거리는 덤

망리단길에 들어선 식당이나 커피숍은 대체로 다세대주택 1층이나 단독주택 전체를 개조해 만들었다. 얼핏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주택가 골목이다. 하지만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독특한 인테리어가 손님을 맞는다. 힘들이지 않고 평지를 걸으며 골목을 둘러볼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망리단길은 주도로인 포은로보다 주변 골목 곳곳에 독특한 식당과 커피숍이 많다. 메뉴는 대개 평범하다. 파스타나 스테이크, 수제맥주, 커피 등을 판다.

대체로 상권의 승부수는 독특한 인테리어인 것으로 보인다. 콘크리트 구조가 겉으로 드러난 건물, 오래돼 빛이 바랜 건물의 색채를 그대로 살린 건물, 단순하게 큰 벽돌을 쌓아 만든 건물도 눈에 띈다.

손님 2~3명도 들어가기 힘들 만큼 작은 크기의 다세대주택 반지하를 개조한 커피숍도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또 독특한 건물 외관과 인테리어가 가미된 곳은 어김없이 젊은 손님이 몰려 사진 찍기에 바빴다.

망리단길의 또 다른 특징은 전통시장 두곳과 공존한다는 점이다. 400여m에 이르는 직선 골목에 자리한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은 독특한 인테리어를 앞세운 망리단길 명소와 만나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두곳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래시장이지만 TV에 소개된 각종 맛집을 중심으로 외국인관광객까지 득실댔다. 시장이 망리단길 명소와 골목 곳곳으로 연결돼 방문객의 이동경로가 편리한 점도 인기 요인이다.


   

소음불편을 호소하는 한 식당의 안내문. /사진=김창성 기자

◆‘핫’하지만 시끄럽고 평범한 곳

전통적으로 번화한 상권은 경기가 불황으로 허덕여도 금세 회복국면을 맞는다. 반면 최근 몇년 새 뜬 상권은 등락의 시간이 짧다.

평범한 동네에 유행처럼 너도나도 들어와 싼 값에 가게를 차리고 얼마 못가 급격히 오른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기존에 살던 사람까지 밖으로 내몰리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몸살을 앓는다. 유행처럼 번진 ‘망리단길’ 역시 속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망리단길 상권 중 싼 곳(13㎡ 기준)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60만원, 비싼 곳(191㎡)은 보증금 5억원에 월세 190만원의 시세를 형성했다. 권리금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택 1층이나 반지하 공간을 개조한 독특한 콘셉트의 커피숍이나 공방을 차리는 이들이 많다”며 “동네 손님과 외부 손님까지 고정수요층도 풍부해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택을 개조한 특이한 구조에 역세권이라 접근성도 좋아 최근 가장 뜨는 상권”이라면서도 “다만 무턱대고 가게를 열었다가 얼마 못 버티고 발을 빼는 사람도 적지 않으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망리단길에서는 폐업을 했거나 새로 문을 열기 위해 공사가 한창인 곳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가게가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사진만 찍고 그냥 가는 사람도 많았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비슷한 콘셉트의 커피숍이 즐비한 점도 상권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소로 짐작된다.

특히 주택가 골목에 사람이 몰리자 동네 주민들은 시끄럽다고 아우성이다. 주민 윤모씨는 “주택가 골목에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아져 집값도 뛰고 분위기는 산뜻해졌다”면서도 “반면 눈치 안보고 밤낮으로 떠드는 젊은이들 때문에 주거환경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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