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갱신형 보험' 가입자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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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한 손해보험사 실손보험에 부인과 함께 가입한 A씨(남·46)는 최근 보험청구서를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전월 납부한 보험료의 거의 2배 가까운 비용이 청구된 것. A씨는 보험가입 시 부인과의 합산보험료 6만5000원을 매달 납부하다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험료가 14만7000원까지 상승했다. A씨는 “갱신형보험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2배 넘게 상승할 것을 알았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인상폭이 너무 과도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 12년 전 한 생명보험사 종신보험에 가입한 B씨(여·40)는 보험료를 매달 은행에서 자동이체해 납부한다. B씨는 최근 통장거래내역을 확인하다 기존 보험료의 2배 가까운 금액이 자동인출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B씨는 “보험사가 갱신으로 인한 보험료 인상 안내장을 발송했다고 했지만 나는 받지 못했다”며 “적어도 가입자가 갱신시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인상 사실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2000년대 중반 가입한 보험사 상품의 갱신시기가 도래하면서 보험료 청구서를 받고 당황하는 가입자가 늘고 있다. 갱신형보험이란 갱신 주기 시마다 보험료가 달라지는 보험상품으로 초기 납부 때보다 시간이 갈수록 비용부담이 커져 피해를 호소하는 가입자가 많다.

◆갱신형, 저렴한 보험료에 속는다

통계청 가계수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 평균 보험료 지출은 8만8917원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07년 월 평균 보험료 지출액이 5만2789원인 것을 감안하면 3만6000원가량 상승한 셈. 보험료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보험상품과 새로운 특약의 자기부담금 상승 등으로 보험료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또 갱신형보험 가입자가 많아 갈수록 비용 부담이 높아지는 점도 월 보험료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보험가입자들이 갱신형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험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 보험설계사들은 수익에 도움이 되는 종신·암 보험 판매에 열중했다”며 “종신보험은 보험료 자체가 고가여서 가입자들이 비교적 초기 보험료가 저렴한 갱신형을 선호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30세 남성이 암 진단비 3000만원을 보장하는 암 보험에 가입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남성이 비갱신형에 가입했다면 30~50세까지 월 2만3520원을 보험료로 납부한 후 80세 만기까지 보장을 받을 수 있다. 갱신형에 가입했다면 이 남성의 30세 초기 보험료는 1710원이다. 20년이 지난 50세부터 1만3440원으로 상승하며 63세때 3만4620원, 80세부터는 6만5160원의 월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30세 남성 입장에서는 암 보험 가입 시 당장 2만원대보다 1700원대 보험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세부적인 보장내용은 다르지만 보험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입자 입장에선 1000원대의 보험료는 분명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또 비갱신형보험의 경우 만기가 보통 80세까지 설정된 상품이 많아 장기적인 보장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갱신형보험은 대부분 100세가 만기며 80세 만기라도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남성이 납부해야 하는 총 비용은 비갱신형이 훨씬 저렴하다. 비갱신형으로 납부한 총 보험료는 564만4800원이 되며 갱신형은 1483만7040원이 된다. 1000만원 정도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갱신형은 초기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갱신 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또 보장을 받으려면 만기 시까지(최대 100세) 계속 보험료를 납입해야 한다. 암 위험률이 높아지는 50대 이상이 되면 월 보험료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커져 해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입자들은 갱신형의 주기별 인상은 인정하면서도 요율이 너무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A씨는 “보험사는 갱신보험료를 시세와 물가를 반영한 할증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러면 보험상품의 보장범위도 물가와 시세를 반영해서 확대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보험사 관계자는 “할증은 피보험자의 나이와 위험요율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적절하게 책정된다”며 “보험료는 처음에 정해진 보장범위 내에서 계산되는데 범위가 도중에 달라지면 보험료 책정이 어려워지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인터넷가입자 늘며 ‘비갱신형’ 출시 바람

문제가 불거지자 금융당국은 2010년 갱신형보험의 보험료율 상승을 고객에게 정확히 고지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험 가입을 진행하는 설계사들은 오히려 억울함을 토로한다.

보험대리점에 소속된 한 설계사는 “가입자에게 갱신형과 비갱신형의 차이를 분명히 설명하지만 당장 눈앞의 저렴한 보험료 때문에 갱신형을 선택한다”며 “비갱신형을 추천하면 고액상품을 추천하느냐고 오히려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갱신형의 피해사례 때문에 비갱신형을 선호하는 가입자가 늘며 보험사의 상품출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특히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인터넷 보험가입자가 늘면서 비갱신형을 찾는 수요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보험사 입장에선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수요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의 ‘라이프플래닛e암보험Ⅱ’은 80세 만기 비갱신형으로 출시 1년 만에 가입자가 1만명에 육박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주요 생보사들도 비갱신형 보험 출시를 서두르며 가입자 모집에 나선 상태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온라인보험 판매 활성화 차원에서 비갱신형 암보험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추세”라며 “만기를 100세에서 80세로 낮추고 세부 보장내용을 실속형으로 바꾸는 등 거품을 빼 보험료를 낮춘 비갱신형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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