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살려라] 재생사업의 빛과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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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는 도심의 노후 주거지를 철거하지 않고 최대한 보존하되 생산성을 높이는 도시재생사업을 주요 정책과제로 설정했다. 이를 통해 관광·문화·상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적 효과를 얻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복안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은 이전에도 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했고 실패사례로 남은 경우가 적지 않다. <머니S>는 문재인정부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실체와 수혜가 예상되는 지역 및 산업군을 알아봤다. 또 도시계획전문가가 말하는 바람직한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성을 들어봤다.<편집자주>


문재인정부가 50조원 규모의 대규모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키로 하면서 도시재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후화된 도시환경을 사회·경제·문화적 효용성이 높은 공간으로 재생하는 이 사업은 물리적 환경개선에만 주력했던 기존 도시정비사업의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선의로 행한 행위가 모두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청계천. /사진=뉴시스 장세영 기자

◆청계천·서울로, 호평 비결

시간이 흐르며 도시가 노후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65%의 도시에서 쇠퇴가 진행 중이며 이들 도시 대부분은 주거환경이나 기초생활인프라가 농어촌지역보다 열악하다.

과거에는 쇠퇴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위주의 도시정비사업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그 결과 수익성 위주 사업으로 소수의 건물주에게만 과실이 돌아갔으며 옛것을 없애는 과정에서 기존 주민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도시재생사업은 기존 사업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거주자를 중심으로 한 지역공동체의 종합적 기능개선을 목표로 한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매년 10조원씩 총 50조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공약했다.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문재인정부의 도시재생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 과거 사례를 살피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실패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이전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 새 사업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추진한 청계천복원사업(2003~2005)은 도시재생사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광교에서부터 마장동까지 청계천 위를 가로질렀던 5.6㎞ 길이의 낡은 고가도로는 도심 환경오염과 소음의 중심지였지만 고가도로를 없애고 청계천이 다시 흐르게 한 결과 2억명 이상의 시민과 관광객이 다녀간 서울의 대표적 도심공원으로 자리 잡았다.

방문객이 증가하며 주위 상권이 호황을 맞았고 덩달아 주변 건물과 토지 가격도 상승해 노점상을 제외한 기존 주민들은 상당한 이익을 얻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개장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표적 도시재생사업 ‘서울로 7017’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45년간 자동차가 다니던 노후화된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국내 최초의 공중보행로로 만든 서울로 7017은 개장 14일 만에 누적 방문객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새벽에는 운동 삼아 산책을 하는 지역주민들이, 출근시간에는 중구 중림동, 용산구 청파동, 마포구 공덕동에서 직장으로 출근하는 시민들이 서울로 7017을 많이 찾는다. 또 평일 낮 시간에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생들이 주로 방문하며 저녁시간대에는 가족, 연인, 외국인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짧은 기간에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를 잡은 것.


서울시 관계자는 “보행친화적 도시재생은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걷기 좋은 도시로의 변화는 기존의 자동차 중심 도시가 가진 대기질 악화, 교통체증 등의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 김광석길. /사진=뉴시스 박정규 기자

◆도시재생의 역설

노후화된 도시를 보존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사업은 지역주민과 임차인이 퇴출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실제로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사례로 알려진 서울 서촌, 대구 김광석길 등 많은 지역에서 임대료가 폭등해 기존 주민과 상인이 쫓겨나고 커뮤니티가 해체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2010년 경복궁 서쪽지역의 문화유산 계획이 수립되고 이를 계기로 서촌의 위상 확립과 활성화를 위한 사업이 진행돼 공공재원으로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를 조성했다.

이후 한옥 등 매력적인 주거공간으로 유명했던 서촌의 상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원주민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또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영세자영업자가 다른 곳으로 밀려났다.

김광석길이 위치한 대구 대봉동 방천시장 일대는 전통시장 살리기 사업인 문전성시 프로젝트(2009~2011)를 통해 빈 상가를 예술창작공간으로 제공하며 예술가들의 공방이 즐비한 예술창작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촌과 마찬가지로 임대료가 치솟으며 가난한 예술가들이 버티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 이들의 빈자리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한식점 등이 차지했다. 낙후된 지역 재활성화라는 도시재생 목적은 달성했지만 기존 주민들이 피해자가 된 것이다. 

이처럼 도시재생사업이 ‘착한’ 개발의 성격이 짙지만 의도와 달리 실질적인 혜택이 건물, 토지 소유주, 프랜차이즈 식음료업체 등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는 게 사례로 증명된 만큼 임대료 상승제한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정부는 도시재생사업 추진 부작용에 대해 파악은 하고 있지만 아직 특별한 대책을 수립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도시재생 뉴딜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책 마련에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아직까지 세부적인 추진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도시재생사업은 목표와 정책 대상을 명확히 설정하고 사업의 실질적 혜택이 필요한 계층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세밀하게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관광지사업 위주의 재생계획을 지양하고 지역특성을 살리면서 주민들을 배려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재계와 제약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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