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살려라] '문재인식 뉴딜' 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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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는 도심의 노후 주거지를 철거하지 않고 최대한 보존하되 생산성을 높이는 도시재생사업을 주요 정책과제로 설정했다. 이를 통해 관광·문화·상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적 효과를 얻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복안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은 이전에도 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했고 실패사례로 남은 경우가 적지 않다. <머니S>는 문재인정부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실체와 수혜가 예상되는 지역 및 산업군을 알아봤다. 또 도시계획전문가가 말하는 바람직한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성을 들어봤다.<편집자주>


하루 차량 5만대가 지나던 고가도로 위를 이제는 사람이 걷는다.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반려동물을 산책시키는 동네 주민, 명소를 찾아다니는 외국인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1970년대 서울 산업화의 상징이던 서울역 고가도로가 보행거리인 ‘서울로 7017’로 리모델링된 후의 풍경이다.

전세계에 ‘걷기 좋은 도시’ 열풍이 분다. 관광과 상업의 발달로 도시 생산성이 높아지고 시민의 건강이 향상되면 출산율도 올라갈 것이라는 발상에서다. 환경문제도 중요한 가치로 주목받는다.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고가도로 등 차량 중심의 도시디자인이 이제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 도시재생사업의 방향 역시 새정부의 중요과제다.


서울로 7017. /사진=김창성 기자

◆문재인 뉴딜+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의 변신

도시재생사업은 그간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고밀도개발을 위한 대형건축물이나 수익성 높은 재개발·재건축사업은 과거 도시 발전의 중요한 화두였다. 집 한채를 허문 땅에 10층짜리 아파트를 지으면 집 10채가 생기는 개발방식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개발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도시의 가치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도시경관을 가리는 고층건물이나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는 개발은 손가락질을 받게 됐다.

이런 이유로 도시재생사업의 유형은 경제기반형, 뉴타운, 역세권 개발, 역사복원 등 새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였다. 특히 도시재생 수요가 가장 많은 수도 서울은 박원순 서울시장 이후 적극적으로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철거를 통한 대규모개발을 자제하고 역사복원과 보행친화를 중점가치로 내세운 것. 2014년 ‘서울도시 기본계획’을 보면 한양도성에 둘러싸인 종로와 중구 일대를 역사도심으로 규정, 역사의 정체성을 되찾는 방향으로 재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서울로 7017은 보행친화를 위한 도시재생사업의 대표적 사례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이런 방식의 도시재생사업은 더욱 관심을 모은다. 문 대통령의 공약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대규모개발을 벗어나 소규모정비를 지향해서다. 뉴타운사업 등이 중단되며 주거환경이 나빠진 노후주거지를 고치고 주차장, 도서관, 어린이집 등 편의시설을 지어 아파트단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 대통령은 또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에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은 세종로의 역사복원과 보행광장 설계를 추진한다는 내용. 박 시장은 지난 박근혜정부에서도 이를 제안했다가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서소문역사공원 공사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부동산개발 vs 사람 중심 ‘가치의 충돌’

보행친화적인 도시재생사업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환영받지만 사업성에 있어서는 많은 의문이 따라다닌다. 문 대통령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투입하기로 한 예산만 5년 동안 50조원에 달하는데 부동산논리가 지나치게 배제될 경우 자칫하면 재정난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프랑스 파리 등 유럽의 오랜 건축물은 도시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외벽을 허물지 않고 내부만 리모델링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 실정에는 맞지 않는 방식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 건축업계 전문가는 “파리의 리모델링방식은 상당한 비용을 감수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공급자뿐 아니라 수요자도 원하지 않아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역시 이런 한계가 있다. 땅값이 비싼 도심의 노후주거지를 소규모로 개발할 경우 비용 대비 수익이 떨어진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과거 유명 스포츠선수가 단독주택 건축을 의뢰한 적이 있는데 건설사 입장에서 볼 때 공사비를 아무리 높여도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며 “도시재생 뉴딜 역시 사업성의 관건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몇년 사이 부동산시장에서 여러차례 논란이 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개발과 사람의 가치가 충돌한 사례다. 도심 활성화가 주거환경과 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반면 집값이나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서울시는 공업이 쇠퇴하고 공장 폐업으로 낙후된 서울 강북지역 등 30곳을 도시재생 사업지로 지정했다. 그러나 서울역 주변 만리동·중림동·회현동 등 일부지역의 사업 추진과정에서 상인들의 반대가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다.

◆궁극적 목표는 ‘살기 좋은 도시’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과 부동산이 조화를 이루는 ‘통합적 재생’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도심의 공간적 기회를 살리되 사람이 내쫓기지 않고 계속 거주할 수 있는 도시재생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많은 도시가 산업화와 고밀도개발 이후 쇠락과 슬럼화, 그리고 가치 충돌의 과정을 겪었다. 조 교수는 “거대다수의 부동산논리와 개인의 이해관계가 서로를 배제하지 않도록 사회 통합적인 관점으로 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은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문화와 관광,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을 새롭게 창출할 수 있다는 데 또 다른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해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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