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실손보험, 어디서 잘못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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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의 급여화.’ 문재인정부의 의료계 개선 공약 중 하나다. 비급여 항목을 축소해 실손보험체계를 손질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더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강화해 실손보험 의존율을 낮추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이 공약으로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술렁인다. 양측이 어떤 갈등을 빚는 것일까.

◆“과잉진료가 손해율 상승 주범”

실손의료보험은 질병 혹은 상해로 치료 시 보험가입자에게 발생한 실제 의료비를 보상하는 상품을 말한다. 이때 진료비는 급여와 비급여 항목으로 나뉘어 청구된다. 급여 항목은 입원이나 통원치료 등의 일반적인 의료행위를 말하며 본인부담금과 공단부담금으로 구성된다. 우리가 흔히 4대보험이라 부르는 국민건강보험에서 의료비가 일정부분 지원되는 것이다. 실손의료보험이 보장하는 것은 바로 비급여부분이다. 

비급여 항목은 보험상품의 보장한도 안에서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보상해준다.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으로는 비타민주사, 도수치료, MRI촬영, 치과치료, 한방치료 등이 있다. 예컨대 환자가 MRI촬영(50만원)을 했다면 본인이 5만~10만원을 부담하고 보험사가 나머지 진료비를 부담하는 식이다.

보험업계는 의료계가 수익을 높이기 위해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급여치료를 남발한다고 주장한다. 특별히 도수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게 의사가 치료를 권장한다는 것. 또한 병원이 진료비 청구과정에서 급여 항목을 비급여 항목으로 바꾸는 꼼수를 통해 호주머니를 채웠다고 주장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환자 입장에선 의사 처방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치료를 권하면 거절하기 힘들다”며 “의료기관에서 이런 부분을 악용해 과도한 치료를 진행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8일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 대회 의실에서 열린 실손의료보험 제도 정책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이러한 꼼수를 막기 위해 보험업계는 비급여 항목 표준화를 주장한다. 비급여 항목의 표준화와 진료비 공개 등이 이뤄지면 의료기관별 가격경쟁이 생겨나 자발적인 비급여 가격 하락이 유도될 것이라는 것. 금융당국 역시 이를 인식하고 비급여 항목 표준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보험사들은 또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과잉진료와 의료쇼핑 덕에 실손보험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고 강조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22.1%였다. 손해율은 100%을 넘기면 보험사에 손해가 발생한다. 결국 높아지는 손해율로 보험사들은 지속적인 보험료 인상을 단행했다. 물론 보험료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실손보험, 설계부터 잘못됐다?

의료계는 다른 주장을 편다. 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는 것은 애초에 상품 설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2007년 도입된 실손의료보험은 현재와 달리 자기부담금이 존재하지 않았다. 비급여부분은 100% 보장이 가능했다. 사실상 무상의료였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은 “정부가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잘못된 체계의 실손보험을 내놨고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이제 와서 손해율이 높다고 의료계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사의 손해율 증가요인이 의료기관의 과잉진료와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부인했다.

김 팀장은 “보험가입자가 보험 혜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합리적인 행동”이라며 “또한 출시 다음해인 2008년부터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이 100%를 넘어섰다. 결국 보장내용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질타했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출시 첫해부터 손해율이 치솟자 2009년 실손보험 표준화작업에 착수하고 본인부담금 10%를 신설했다. 하지만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줄지 않았고 결국 이후 자기부담금 20%를 의무화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출시된 착한 실손보험의 비급여 특약부분 자기부담금 비율은 또 다시 20%에서 30%로 증가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의료계는 문재인정부가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진하기 전에 낮은 의료비 수가(의료행위비용)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당장 수익이 저조한 의료기관을 폐업으로 내몰 수 있다는 얘기다. 

의료수가는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가격을 말하는 것으로 매년 보험자와 의약계 공급자간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그리고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1일 내년 의료수가는 평균 2.28% 인상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세부적으로는 병원 1.7%, 의원 3.1%, 치과 2.7%, 한방 2.9%, 약국 2.9%, 조산원 3.4%, 보건기관(보건소) 2.8% 인상됐다. 

의료업계는 3.1%인 의원 의료수가 인상률로는 안정적인 의료환경 구축이 어렵다고 말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의료수가는 원가의 80% 수준인 저수가”라며 “3%대 인상이 고무적이기 하지만 비급여의 급여화 시 감당해야 할 재정에는 턱없이 모자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면 수익성 마련이 시급한 의료기관은 새로운 치료를 도입해 또 다른 비급여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국민의료비 절감 차원은 공감하나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 1일 의료비 수가가 인상되며 사실상 내년 건강보험료 인상은 확정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건보공단은 의료비 수가 인상에 따른 추가 소요재정을 8234억원으로 추산했다. 건보공단은 건보 재정 흑자 상황을 고려해 올해 건강보험료율을 8년 만에 동결했다.

현재 문재인정부는 비급여의 급여화 공약을 내세우며 건강보험의 보장을 늘리는 방향을 고심 중이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재정확충이 필요하다. 건보료 상승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김 팀장은 “건강보험 보장을 늘리면 민간보험료 의존도를 낮출 수 있어 사실상 보험료 인하 효과가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건보료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이 거세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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