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노인들] “소통, 또 소통케 하라”

인터뷰 / 박주임 서울시 어르신상담센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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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이 길어졌지만 장수가 반갑지만은 않은 시대다. 경제적 풍요로움을 누리면서도 배우자를 잃거나 자식에게 외면당해 쓸쓸한 여생을 보내는 노인이 많다. 노인의 정서적 빈곤은 국가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다. 노인 부양의식 쇠퇴나 학대, 고독사, 자살 등은 결국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온다. <머니S>는 연중기획 <노후빈곤, 길을 찾다> 6번째 시리즈를 통해 노인의 정서적 빈곤을 야기하는 문제들을 짚고 정부와 지자체가 살펴야 할 과제를 고민해봤다.<편집자주>

'人'. 사람 인, 사람이 서로 기대 서 있는 모습을 묘사한 한자다. 한자에서도 알 수 있듯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해 살아가는 동물이다. 함께 더불어 살아갈 때 삶의 이유를 느끼고 존재의 가치를 얻는다.

인간은 고독이 싫다. 심신이 지치고 병든 상황에서 찾아오는 고독은 더욱 아프다. 노인의 빈곤 중 어쩌면 가장 본질적인 고통을 주는 빈곤은 홀로 남겨졌다는 정서적 빈곤이 아닐까. 정서적 빈곤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그들이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노인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듣고 있는 박주임 서울시 어르신상담센터 부장을 만나 정서적 노후빈곤의 해답을 들어봤다.

◆그들은 왜 우울해 하나

서울시 어르신상담센터는 서울시가 설립하고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위탁 운영하는 노인전문 상담기관이다. 서울시는 물론 전국 어디에서든 전화로 이곳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센터 직원들은 노인의 고민을 들어주고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상담요청도 많다. 6명의 직원이 하루에 전화상담 30~40건을 소화한다. 더 심도있는 상담이 필요한 노인에게는 센터 내방을 권한다.

"상담내용은 단순하지만 해결하기 참 어려워요. 물론 '우리 동네에 보건소가 어딨냐'처럼 단순 질의도 많지만 대부분 전화로 '우울'하다고 얘기하세요. 단순한 말이지만 여러가지 뜻이 내포돼 있죠."

노인들은 어떤 이유로 우울감을 느끼는 것일까. 박 부장에 따르면 노인들은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해치려 한다' '사람들이 나를 무시한다' '자살하고 싶다' 고 하소연한다. 물론 이런 노인들의 고민에는 우울증과 외로움이 깔려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노인들의 상담전화가 6월에 유독 많아진다는 점이다. 박 부장은 "5월 가정의 달이 지나고 나면 가족간 불화로 전화상담이 증가한다"며 "5월에 가족끼리 얼굴을 보고 심하게 다투는 경우가 많아서다. 또 가정의 달인데도 가족들이 자기를 외면한 데 대한 서운함으로 상담센터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박주임 서울시 어르신상담센터 부장. /사진=임한별 기자

노인 대부분은 은퇴 후 집에서 무미건조한 시간을 보낸다. 나이 탓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다. 가끔 경로당과 복지센터를 찾는 일 빼곤 '사는 낙'이 없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살아도 자녀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아침·저녁뿐이다. 정서적 교감 자체가 이뤄지기 어려운 사회구조 탓에 외로움을 느끼는 노인이 늘어간다.

박 부장은 노인들이 외로움을 느끼는 원인으로 달라진 시대상황을 꼽았다. 가부장적 시대를 살아온 노인들의 경우 현재의 문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는 것.

"일단 전국이 도시화되면서 노인들이 커뮤니티를 구성하기 힘든 구조가 됐어요. 예전에는 집 앞에만 나가도 이웃집 동년배와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지만 신도시화가 이뤄져 사람 자체를 만나기 쉽지 않은 거죠. 또 노인들은 가부장적 사회에 길들여져 있어요. 남성 노인들의 경우 예전엔 가정 내에서 힘이 컸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누군가가 나를 무시한다는 의식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높아요."

◆소통으로 서로 이해해야

상담센터는 노인들의 우울증을 어떤 식으로 해결하고 있을까. 박 부장은 일단 소통을 꼽았다. 달라진 사회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누군가와의 소통이라는 것. 이에 센터는 상담과정에서 해결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적극적으로 내방을 권한다. 내방한 노인에게는 센터 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하는 법을 알려준다.

현재 상담센터는 자기성찰 프로그램을 통해 본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는 기쁨', 분노조절이 잘 되지 않는 노인들을 위한 '화해하기', 노년부부들을 위한 소통프로그램 '행복시소'(시원한 소통), 서울시 민생팀과 협업해 사기피해를 당한 노인들을 도와주는 '민생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한번은 10대 소녀가 상담센터로 전화를 걸어왔어요. 할아버지가 자꾸 죽고 싶다는 얘기를 한대요. 내방을 적극 권유한 뒤 복지관 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하게 했어요. 지금은 이 노인분께서 안하던 음악공부를 시작하셨어요. 가족이 내 고민을 들어주고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본인에겐 큰 힘이 된 거죠."

문제는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이다. 자녀의 손에 이끌려 상담센터를 찾는 노인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독거노인들은 문제를 해결할 동기조차 갖기 힘들다. 이에 상담센터는 '또래지킴이'라는 동년배 상담팀을 구성해 일주일에 한번 독거노인집을 방문하고 있다. 최근 노인문제 해법으로 제시되는 '노노(老-老)케어'인 셈이다. 노인들은 동년배와의 소통을 통해 드러내지 못했던 고민을 털어놓고 조금씩 소통하는 법을 익힌다.

물론 전국의 모든 노인이 상담센터를 이용할 순 없다.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족·지인의 따뜻한 도움이 필요하다. 결국 노인의 정서적 빈곤은 주변과의 소통으로 풀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우리사회가 바라보는 어르신에 대한 시각이 조금은 달라져야 한다고 박 부장은 강조한다.

"관심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노인들의 생각과 행동에 관심을 갖고 왜 그런지 생각해보는 거죠.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어요. 좀 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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