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늘어나는 보험사기, 누구의 잘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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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DB

보험사기가 갈수록 급증한다. 언론에선 연일 보험사기 소식이 쏟아지며 보편화된 범죄가 된 분위기다. 최근엔 부인의 사고로 95억원의 보험금을 탄 남성이 보험사기범이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보험사기가 갈수록 진화해 정부나 보험사가 대응하기 매우 어려워져 피해가 고스란히 선량한 보험계약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정부나 보험사가 보험사기엔 전전긍긍하면서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늘어나는 보험사기, 선량한 피해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7185억원으로 전년대비 9.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보험사기 금액도 870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적발되지 않은 보험사기액까지 더하면 피해규모는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보험사기는 주로 손해보험 종목에 집중됐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손보사 보험사기 적발액은 전체 86.6%(6222억원)를 차지했다. 이는 보험사기가 주로 가짜환자가 발생하는 자동차보험, 실손의료보험이 적용되는 병원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캄보디아인 부인의 사망으로 95억원의 보험금을 타게 된 남성은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 취지의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보험사기로 입증할 만한 상관관계가 명확지 않다고 봤다.

여론은 들끓었다. 남편 이씨는 총 11곳의 보험사에 월 350만원의 보험료를 납부 중이었다. 본인 앞으로 든 보험만 59건에 달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보험가입 상황이 분명했다. 하지만 정황만으로 보험사기를 입증할 순 없다는 재판부의 입장이 단호했다.

보험사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무죄 판결을 받지 않는 한 이씨에게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제보자에게 지급한 신고포상금 2억원도 받을 수 없다.

이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해당 보험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지급을 해야 하는지, 지급금을 축소할 순 없는지 법률적으로 검토 중이다"라며 "이 정도의 명확한 정황과 증거에도 유죄가 아니라면 앞으로 보험사기 판결에서 보험사는 더욱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보험사기 피해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선량한 보험계약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보험사기로 인한 누수금액이 2014년에만 4조5000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가구당 23만원 및 1인당 8만9000원의 보험금 누수가 발생한 것. 보험사가 발생한 손해액을 보험료 인상으로 메꿔 선량한 가입자만 연간 20만원대의 피해를 본 셈이다. 

보험종목별 보험사기 적발금액.(단위: 백만원, %)/자료=금융감독원

◆사기쳐도 대부분 벌금형, 형량강화 지적 

늘어나는 피해에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9월 금감원은 보험사기특별법 시행을 알렸다. 보험사기 처벌기준을 한층 강화해 잠재적 사기범들에게 경각심을 주겠다는 취지였다.

과거 보험사기는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하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됐었다. 개선된 법안은 벌금이 5000만원 이하로 올랐다. 상습범죄자나 보험사기 금액에 따라 형량보다 50% 가중해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실제 고액을 노리는 조직적이고 상습적인 보험사기범을 제외하면 대부분 주부나 평범한 직종을 가진 일반시민들이 많았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직업별 보험사기자 비중은 무직·일용직(24.7%), 회사원(18.5%), 자영업(7.7%)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나이롱환자'(허위로 입원해 보험금을 타내는 환자)로 입원해도 일반인들이 보험사기라고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른 범죄와 달리 보험사기는 범죄자들이 특별히 범죄라고 여기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처벌기준을 강화해 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는 일도 확실히 범죄라고 경감심을 심어주는 것이 특별법 제정의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형량강화의 아쉬움을 지적한다. 그동안 보험사기가 우후죽순 늘어난 것도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에서 비롯됐단 지적이 많았다. 보험사기의 처벌수위가 일반 사기범죄보다 경미하다는 것.

2012년 보험사기범의 처벌 내용을 살펴보면 징역이 13.7%, 집행유예가 17.6%, 벌금이 68.7%였다. 같은해 일반사기범의 처벌은 징역이 46.6%로 절반에 육박했으며 집행유예가 27.3%, 벌금이 26.1%였다.

보험사기범 10명 중 7명은 가벼운 벌금형만 부여된 것이다. 특별법 제정으로 벌금이 5000만원 이하로 상승했지만 경각심을 강화하기 위해선 징역형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사, 사기근절 의지 약해"

보험업계는 특별법 제정에서 조사권 부여가 빠진 것을 두고 아쉽다는 반응이다. 보험사들은 보험사기가 발생해도 자체 보험조사팀을 구성해 형식적 조사에 임할 뿐 조사권을 갖지 못해 제대로 된 조사에 임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 손보사 보험조사부 직원은 "조사권이 없다 보니 보험사기를 적발할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힘든 편"이라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보험사들은 보험조사부 직원으로 전직 경찰 출신을 선호한다. 인맥을 통해서 정보습득면에서 유리하고 조사실력도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험사들 스스로 보험사기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업1선인 설계사들이 실적에만 눈이 멀어 무분별한 가입을 종용한다는 것.

전직 보험업계 종사자 이모씨는 "보험사들은 단지 계약체결에만 급급한 외형실적 위주의 경영전략을 펼치며 손해가 생기면 보험료를 올리면 된다라는 인식이 팽배해있다"며 "보험사들이 보험사기를 단지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만 돌리기 전에 스스로 잘못된 영업관행이 없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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