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시급 1만원’ 주는 사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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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예고한 문재인정부가 본격적 행보에 돌입했다. 정부가 밝힌 로드맵대로 현재 6470원인 최저시급을 2020년까지 1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앞으로 3년간 연평균 15% 이상 인상해야 한다. <머니S>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예고한 정부의 구상과 이해당사자의 엇갈린 시각을 조명했다. 나아가 해외 최저임금 사례를 살피고 사용자와 근로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또 최저임금 1만원 실험에 나선 이들을 만나 상생의 길을 물었다.<편집자주>


시급 1만원. 현재 최저시급(6470원)보다 55%가량 높다. 노동자로선 반길 일이다. 하지만 사용자, 특히 자영업자에겐 부담이다. 인건비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본인의 수익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과연 현실은 어떨까. 최저임금 1만원을 지급하는 사업장을 찾아갔다. 취재 결과 이들 사업장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비용보다 얻는 게 더 크다고 확신한다는 점이다.


◆백상훈씨 “노동의 대가 지급하는 것일 뿐”

“딱히 많이 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시간당 노동강도가 적어도 1만원어치는 되는 것 같아요. 저희로선 이 시급을 주는 게 당연해요.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워낙 열정페이로 노동자를 착취하다 보니 저희가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백상훈씨(26)의 말이다. 백씨는 푸드트럭 ‘스테이크아웃’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대표다. 2015년 8월 창업한 백씨가 이듬해 6월 페이스북에 올린 ‘알바’(아르바이트생) 모집 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시급 1만원 무조건 당일 제공+맛있는 스테이크 제공’(근무 복지).


백상훈 스테이크아웃 대표. /사진=서대웅 기자

백씨는 최저시급이 6030원이던 지난해부터 이미 시급 1만원을 지급했다. 창업 후 1년쯤 지나 결정했지만 사실 대학시절부터 구상한 일이었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아 알바를 전전하거나 ‘투잡’을 뛰는 친구들을 보며 영향을 받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본인 생활비는 물론 동생의 학비도 벌어야 하는 상황. 그래봤자 하루에 버는 돈은 5만원 안팎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백씨는 “우리 사회는 알바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백씨가 시급 1만원을 지급할 수 있는 건 임대료가 적은 덕분이다. 스테이크아웃은 전국의 야시장을 찾는 푸드트럭이다. 일주일에 2~3번 정도 문을 연다. 하루 5시간 기준 야시장 입점료는 15만원 수준. 한달로 환산하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날짜별로 내면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장영옥씨 “새정부에 힘 보태고 싶다”

시급 1만원 주는 사장님으로 화제를 모은 또 다른 이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17년째 약국을 운영 중인 장영옥씨(56)다. 지난달 28일 찾은 장씨의 약국엔 다른 지역 약국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사회법인 기부단체인 ‘세상과함께’에서 발행하는 소식지와 마포지역 시민단체인 ‘마포공동체네트워크’ 소개전단이 그것이다. 장씨는 “세월호 사건 발생 후 잠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며 “그전엔 법규를 잘 지키고 세금만 잘 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건 이후 무엇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지난달 초 지역 커뮤니티에 알바 모집 공고를 올렸다. 수습 3개월(최저시급 지급)을 거친 뒤 시급 1만원을 준다는 내용을 담았다. 20여명이 지원했고 1명을 뽑아 현재 근무 중이며 다른 1명을 더 모집 중이다. 기자와 인터뷰 중에도 문의전화가 두번 왔고 면접을 보러 온 이도 1명 있었다.


장영옥 비온뒤숲속약국 약사. /사진=서대웅 기자

약국이어서 시급 1만원 지급이 가능한 게 아닐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장씨는 “영세한 자영업자보단 낫겠지만 제약업계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17년간 이곳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데 내게 들어오는 돈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약품이 마트에서도 취급되고 방문판매도 가능해지는 등 건강식품시장이 열리면서 약사의 약국 운영환경이 나빠졌다는 설명이다. 장씨는 “예전에는 약사 1명을 채용해 약국을 운영했지만 수익이 갈수록 나빠져 (약사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현재는 필요할 때만 부른다”며 “약국 관계자들은 앞으로 이 시장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장씨가 시급 1만원 지급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 환경의 영향이 컸다. 몇해 전 시급 1만원을 주는 이웃을 보며 ‘나도 저렇게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품었다고 장씨는 전했다. 여기에 문재인정부의 개혁 조치가 평소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는 “촛불로 우리가 만들어낸 대통령이다. 새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여러 개혁안을 내놨다. 투표가 끝났으니 평가만 할 게 아니다. 나도 (개혁안 중) 직접 할 수 있는 걸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용자 넘어 ‘동료’로 다가서다

백씨와 장씨는 비용부담이 커졌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과 연대의식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이 지점에서 이들은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를 넘어선 ‘동료’가 된다. 스테이크아웃에서 6개월째 일하고 있는 알바생 박경종씨(25)는 “그동안 여러 알바를 해봤지만 공동체라는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이라며 “사장이 지시한다기보다 함께 일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장씨는 “나의 노동이 제값으로 평가될 때 (회사에 대한 노동의) 기여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노동이 가능해지고 일터의 분위기도 경쾌해진다는 설명이다. 사용자로선 인건비 역시 비용이라 이를 최소화해 수익창출을 도모하는 게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장씨는 “정당한 급여를 지급하고 나서 수익을 어떻게 창출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의 시급 1만원 지급은 현재로선 ‘실험’ 단계다. 백씨는 "점포를 낼 계획인데 그때도 시급 1만원을 지급할 것인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임대료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장씨에게도 시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사회의 선순환’에 대한 확신으로 실험에 임하는 중이다.

백씨는 “지금의 시도가 대기업 오너의 ‘갑질’ 등 부당한 일이 만연한 우리 사회를 개선하는 데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씨는 “돈은 우리 몸의 피와 같다. 피가 잘 돌아야 건강한 것처럼 돈이 풀리고 돌아야 그 혜택이 사회 전체적으로 퍼진다”며 “이 실험이 기울어진 운동장(경제불평등)을 평평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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