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올려도 경기침체 모르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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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예고한 문재인정부가 본격적 행보에 돌입했다. 정부가 밝힌 로드맵대로 현재 6470원인 최저시급을 2020년까지 1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앞으로 3년간 연평균 15% 이상 인상해야 한다. <머니S>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예고한 정부의 구상과 이해당사자의 엇갈린 시각을 조명했다. 나아가 해외 최저임금 사례를 살피고 사용자와 근로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또 최저임금 1만원 실험에 나선 이들을 만나 상생의 길을 물었다.<편집자주>


최저임금 인상 논쟁이 전세계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쟁점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불평등 해소’와 ‘경기 침체’다. 최저임금을 올려 기업이 축적한 자본이 노동자들에게 흘러가야 한다는 주장과 과도한 임금상승이 일자리 축소와 경기침체를 초래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인상은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각국은 자국의 실정에 맞게 업종별·지역별로 적용을 달리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호주: 최저임금 계속↑… 경기침체는 ‘NO’

호주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그만큼 고용주와 노동자의 갈등도 첨예하다. 하지만 세계에서 13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호주는 1991년 이후 한번도 경기침체를 겪지 않았다. 자원대국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최저임금을 한국보다 세배가량 높은 수준으로 이어가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달 호주 공정근로위원회(FWC)는 최저임금을 18.29호주달러(약 1만5900원)로 적용했다. 기존 17.7호주달러에서 3.3% 인상한 것이다. 1분기까지의 물가상승률 2.1%보다 높은 수준이다. 주간으로 따지면 최저임금이 694.9호주달러로 지난해보다 22.2호주달러가 늘어났다. 위원회에 따르면 최대 230만명이 이번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받는다.

호주는 2009년 공정근로법 도입으로 최저임금 결정기구가 호주공정임금위원회에서 호주공정근로위원회(FWC)의 최저임금조사원단으로 바뀌었다. 최저임금조사원단은 사실상의 최저임금 결정권을 행사하는데 매년 3월 최저임금을 재평가한다. 이때 최저임금 조정에 대해 여러 단체와 기업으로부터 제안서를 받고 이를 참고해 심의를 마친다.

이에 따라 매년 3월이 되면 노동계와 산업계의 논쟁이 뜨겁다. 지난 3월에도 호주노동조합협의회(ACTU)는 최저임금이 평균임금보다 매우 낮다는 주장과 함께 최저임금을 전년보다 6.7%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샐리 맥매너스 ACTU 사무총장은 “최근 장기화되는 임금인상률 둔화가 소비위축 등에 영향을 미쳐 호주의 경제성장에 지장을 주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률을 높여야 가계소득 증가, 소비 활성화 등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단체는 호주 최저임금이 이미 세계 최고수준이라며 인상할 경우 실업자를 더욱 늘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FWC는 요식·소매분야 종사자의 일요일 근무수당을 현행 175~200%에서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150%까지 낮추기로 결정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영세사업자들이 다수 분포한 업종의 임금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을 병행한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미국: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미국은 최근 들어 최저임금 인상 바람이 강해진 나라중 하나다.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에서 시민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계속 요구하는 이유는 금융위기 이후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실제 구매력이 떨어져서다. 2009년 이후 최저임금이 동결되면서 미국 소비자의 구매력은 8.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에 미국에서는 실질적인 생활임금으로 평가되는 시간당 15달러까지 최저임금을 올려야 된다는 여론이 거세다. 이른바 ‘15달러 쟁취 투쟁’으로 불리는 이 운동은 2012년부터 서비스근로자조합(SEIU)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 중이다.

원동호 코트라 디트로이트무역관은 “미국 노동시장은 현재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라며 “최저임금 인상 시 실업률에 일정부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내수시장 활성화와 미국 중산층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가 제시한 시간당 최저임금은 2009년부터 7.25달러(약 8294원)다. 다만 미국은 주마다 최저임금을 정하기 때문에 최고 11달러(약 1만2584원)를 책정한 곳도 있다. 시민들의 요구에 힘입어 최근 주별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었고 실제로 올 초 미국 19개주는 일제히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뉴욕주의 경우 뉴욕시 10인 이하 사업장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10.5달러로, 뉴욕시 교외와 나머지 지역은 각각 10달러, 9.7달러로 올렸다.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최저임금에 차이를 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모든 임금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일괄적으로 적용하지 않는다. 직업별로도 임원, 관리직, 전문직, 계절적 오락 및 유흥시설 종사자 등은 연방 최저임금 대상이 아니다. 또 20세 이하 청소년에게는 수습 3개월간 4.25달러의 최저임금이 적용되고 팁(Tip)근로자는 팁이 임금으로 간주돼 최저 현금시급이 2.13달러로 낮다. 다만 팁과 현금급여를 합친 금액이 연방 최저임금은 넘어야 한다.

◆일본: 소득 늘려 ‘내수’ 살린다

일본은 경제규모나 물가수준에 비해 최저임금이 낮은 국가 중 하나다. 현재 일본의 전국 평균 시간당 최저임금은 823엔(약 8348원)이다. 우리나라보다 높은 편이지만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3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5개국 평균인 38.9%를 밑돈다. 우리나라는 35.1%다.

이에 일본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임금 수준을 높여 소비를 진작하고 내수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아베정부가 양적완화 정책을 고수한 이유도 엔화 가치를 떨어트려 수출을 살리고 내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전략이어서 최저임금 인상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3월 일본정부는 ‘일하는 방식 개혁’ 실행계획에서 최저임금 1000엔(약 1만157원)을 목표로 매년 3% 인상을 단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계획대로라면 2023년에는 시간당 1000엔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명중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일본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며 “하지만 일본정부는 이와 관계없이 내수 진작을 목표로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처럼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낮은 한국도 일본의 최저임금정책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5호(2017년 7월5일~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효원 specialjh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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