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을'과 '병'이 싸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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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예고한 문재인정부가 본격적 행보에 돌입했다. 정부가 밝힌 로드맵대로 현재 6470원인 최저시급을 2020년까지 1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앞으로 3년간 연평균 15% 이상 인상해야 한다. <머니S>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예고한 정부의 구상과 이해당사자의 엇갈린 시각을 조명했다. 나아가 해외 최저임금 사례를 살피고 사용자와 근로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또 최저임금 1만원 실험에 나선 이들을 만나 상생의 길을 물었다.<편집자주>

'알바비' 때문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린다. 장사에 매진해야 할 사장님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길거리로 나왔다. 인건비가 요동칠 기미여서다. 알바생들의 표정도 어둡다. 국가가 시급을 올려준다는데도 마냥 환영할 수 없는 분위기 탓이다. 


◆"최저임금 인상, 모두 공멸할 것"

"을(乙)과 병(丙)이 열심히 싸우고 있네."

최저임금 1만원을 외치는 노동조합 시위현장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을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 병은 고용돼 일하는 노동자를 뜻한다. 이 네티즌의 눈에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논쟁이 을과 병의 싸움으로 비친다. 이유는 무엇일까.

아르바이트생을 주로 고용하는 영세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두고 "모두 망하는 길"이라며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다. 당장의 생계유지도 팍팍한데 시급 1만원은 '폐업선고'나 다름없다는 분위기다.

경기 성남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박모씨(43)는 현재 알바생 2명을 고용해 3교대로 일한다. 시급 6470원 기준으로 알바생 1명당 월(하루 8시간, 26일) 130만원 정도를 지급한다. 인건비만 260만원 이상 발생한다.

박씨는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인건비가 400만원 이상”이라며 “알바생 1명을 줄여 현재 3교대를 2교대로 돌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알바생들은 툭하면 결근하거나 조퇴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노동부에 신고하기 일쑤”라며 “그들의 입장에선 내가 ‘갑’으로 보이겠지만 나에겐 알바생이 ‘갑’인 기분”이라고 푸념했다.

종로에서 프랜차이즈 부대찌개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7)는 “주변 상인들은 시급 부담에 가족경영으로 돌려야 할 판이라고 푸념한다”며 “단계적이든 뭐든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 1만원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중소기업도 속이 타긴 마찬가지다. 20대 후반~30대 초반 직원들에게 200만원 이하의 급여를 주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시급 1만원이 도입되면 임금을 모두 올려줘야 한다. 이들보다 연령대가 높은 직원의 급여도 형평상 올려줄 수밖에 없다. 이는 신규채용 축소로 이어져 노동자를 위한 시급인상이 오히려 그들의 일자리를 뺏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중소기업 측의 주장이다.

노동계에선 이번이 최저임금 인상의 적기라고 보는 분위기다. 이미 민주노총과 노동조합단체들은 전국 각지에서 총파업을 강행했다. 알바노조 관계자는 “과거엔 주 5일 근무도 시기상조라며 우려했지만 지금은 토·일 근무를 상상하기 힘들어졌다”며 “진통은 있겠지만 대한민국 노동자 전체의 소득을 올리는 차원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인 알바생들은 당연히 최저임금 인상을 기대한다.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근무하는 정모씨(24·여)는 “현재의 시급 6470원도 지키지 않는 곳이 많다”며 “1만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단계적으로 인상해 적어도 7000~8000원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알바생 이모씨(26·여)도 “취업문이 너무 높아진 상황에서 알바로라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알바생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오히려 일자리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급 1만원이 되면 웬만한 중소기업 초임보다 알바생 월급이 더 높아져서다. 취업을 준비 중인 편의점 알바생 김모씨(25)는 “당장 점주부터 알바생을 줄이네 마네 얘기가 나오는 판에 시급이 오른다고 마냥 좋아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시급이 올라가면 더 많은 사람이 알바에 뛰어들어 경쟁만 더 치열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안심할 수 없는 시급 1만원

가맹사업을 하는 대기업은 아직 느긋한 편이다. 가맹점에 고용돼 일하는 알바생의 시급을 가맹점주가 결정하는 구조여서다. 본사는 가맹점에 ‘최저임금 지급을 지키라’는 지침을 내릴 뿐이다. 시급인상으로 인한 손해는 가맹점주의 몫이다. 알바를 고용하는 영세사업자 형태의 가맹점이 많은 탓에 최저임금 인상 논쟁에서 갑인 대기업은 빠지고 을과 병의 싸움이 벌어지는 이유다.

외식프랜차이즈 한 관계자는 “시급은 가맹점주가 법을 준수하는 선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한다”며 “우리는 최저시급을 지키는지 여부만 점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이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어서 이 문제를 회사차원에서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고 전했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기업도 있다. 최근 가격인상과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인 비난을 받은 치킨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좌불안석인 분위기다. 시급 인상으로 운영난을 겪을 수 있는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 등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어서다.

자체 유통망을 통해 대형외식업체를 직영으로 운영하는 대기업의 우려도 깊어졌다. 현재 알바생들에게 시간당 6470원과 주휴수당, 초과수당 등을 지급 중인 A기업은 시급이 인상되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A기업 관계자는 “영세업체와 달리 대형외식매장은 일정수준의 고용인원을 갖춰야 영업이 원활하다”며 “당장 직원을 줄일 수 없는 상황에서 시급 인상은 회사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이 실현되면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프랜차이즈업체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악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실제로 롯데나 CJ 등 대형유통기업이 최저임금 1만원 이슈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업체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다”고 귀띔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5호(2017년 7월5일~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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