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폭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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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의 폭염일수는 24일이었으며 전국으로는 22.4일을 기록해 2013년의 18.2일을 넘어섰다. 이는 1994년 최대 폭염일수 29.7일에 이은 역대 2위다. 연간 폭염일수는 1980년대 8.2일이었지만 2010년대에는 13.5일로 꾸준히 증가했다. 


서울에서 여름철 평균기온이 높았던 해는 1위 1994년, 2위 2016년, 3위 2013년 순이었다. 전국의 역대 최고기온은 1942년 8월1일 대구에서 기록한 40°C였다. 서울은 1994년 7월24일 38.4°C가 가장 높았다. 하루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는 폭염주의보가, 같은 조건으로 35℃ 이상이면 폭염경보가 내려진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더 강렬하고 더 오래 가는 열대야


지난해 여름 서울의 열대야일수는 32일에 달했다. 열대야는 해가 진 후 아침 해가 뜰 때까지 기온이 25℃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밤을 말한다. 서울은 여름철 열대야가 평균 8.4일 정도 발생하는데 지난해는 4배나 많은 밤이 열대야였다.


미국도 전지역에서 폭염으로 난리가 났고 쿠웨이트 54℃, 인도 50℃를 기록하는 등 지구 관측 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경신했다.


지난 여름 지구촌 곳곳이 역사적인 무더위를 기록한 이유는 기온을 끌어올리는 온실가스가 6월에 407ppm까지 급상승했고 엘니뇨가 2년간 이어지면서 바다 온도가 높아져 공기를 데웠기 때문이다.

올해 호주의 1월 기온은 157년 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시드니는 1월31일 39.4°C를 기록했고 리치먼드의 공군기지는 47°C까지 올랐다. 기후학자 애거사 이미엘스카는 "최근의 폭염은 더 자주, 더 강렬하게, 더 오래 가는 식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폭염으로 냉방기기업체 등은 돈을 많이 벌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힘들게 지낸다. 더욱이 폭염은 인명피해까지 야기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2012년 15명, 2013년 14명이었다. 또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2012년 984명, 2013년엔 1195명에 달했다. 온열질환자 가운데는 21.7%가 65세 이상 노인이었고 33명(23.1%)은 만성질환이 있었다.


온열질환자 중 남자가 여자의 2배가 넘는다. 근래 들어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불볕더위가 심해짐에 따라 폭염으로 인한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사람 몸은 외부 환경이 변해도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항상성이 있어 더울 때는 혈류량이 증가하고 땀이 나오면서 열 발산을 촉진시킨다. 그러나 외부온도가 피부온도보다 높으면 열 발산이 잘 안돼 체온조절기능에 장애가 생긴다.

온열질환에는 열사병, 일사병·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이 있다. 가장 많이 신고되는 것은 일사병, 열사병 순이며 그 다음으로 열경련과 열실신이 비슷한 편이다. 이 중 열사병은 치사율이 가장 높은 열 관련 응급질환이어서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열사병은 몸 안의 체온조절중추가 외부의 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기능을 상실하면서 발한기전 등이 손상돼 체온이 계속 상승하는 증상이다. 체온이 올라가면서도 땀은 나지 않고 피부는 건조해진다. 극심한 두통, 어지러움, 구토 등의 증상을 나타내다가 의식을 잃기도 한다. 의식 없는 사람에게 음료를 마시게 하면 위험하다. 열사병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구급차를 부르되 구급차가 올 때까지 그냥 기다리지 말고 빨리 찬 물에 담그거나 물을 뿌려주면서 체온을 내려가게 해야 한다.

일사병에 걸리면 두통, 어지러움, 무기력함 등이 나타나면서 체온은 크게 올라가지 않고 피부가 축축해진다. 염분과 수분이 부족할 때 생겨나므로 무더운 때는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일사병이 우려된 때는 서늘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이온음료처럼 염분이 포함된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샤워가 가능하다면 차가운 물로 몸을 적셔야다.


증상이 심하면 병원에 가서 수액으로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는 게 좋다. 열실신은 더위로 인해 체표면의 혈액순환이 늘어남에 따라 뇌로 가는 혈액량이 부족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것이다. 대개는 서늘한 곳에 누워 휴식을 취하면 회복된다. 근육의 경련과 통증을 수반하는 열경련은 땀을 많이 흘린 후 땀으로 염분과 수분이 빠져나가 체내 나트륨 성분이 부족해지면서 발생한다. 열부종은 발이나 발목이 붓는 현상으로 시원한 장소에서 발을 높인 자세로 휴식을 취한다.


◆물 많이 마시고 예보 확인해야


이처럼 온열질환은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할 수 있으므로 폭염특보 발령 시 낮 12시~오후 5시에는 야외활동을 금하고 직장에서는 각종 야외행사를 취소해야 한다. 노동할 경우에는 15~20분 간격으로 한컵씩 시원한 물(염분)을 섭취한다.


알코올이나 카페인이 있는 음료는 마시지 말아야 한다. 옷은 가볍고 헐렁한 면 소재를 입도록 하며 야외에서 장시간 일을 한다면 아이스팩이 부착된 조끼를 착용한다. 창문을 약간 열어두더라도 차 안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으므로 주·정차된 차 안에는 아이와 애완동물을 오랜 시간 방치하면 안된다.

온열질환과 같은 직접피해 외에 폭염 때문에 실내 냉방을 하면서 생기는 냉방병 같은 간접피해도 있다. 온도가 낮은 실내와 온도가 높은 실외에 머물기를 반복하면 자율신경계가 지친다. 실내·외 온도 차는 5℃를 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에어컨 냉각수에는 레지오넬라균이 서식해 에어컨을 틀 때 사람에게 전파되므로 주기적으로 에어컨 필터를 청소하고 교체해야 한다. 에어컨을 틀면서 창문을 닫고 환기를 안하면 유해성분이 쌓여 냉방병의 원인이 된다.

냉방병은 감기나 두통만 유발하지 않고 혈관에도 무리를 준다. 과잉냉방은 혈관질환인 뇌졸중과 안면신경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뇌졸중은 혈관이 굳어 막히는 뇌경색과 막힌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뉜다. 무더운 7~8월 병원에 오는 뇌졸중 환자 수는 추운 12월과 별 차이가 없다. 지인 B씨는 약간의 만성질환이 있었는데 지난해 여름 에어컨을 틀고 있다가 뇌경색이 와서 병원 응급실로 갔다. 한달간 재활치료를 받고 퇴원했는데 후유증이 발생해 몇달 뒤 안타깝게 사망했다.

여름철에는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물을 많이 마시고 카페인 음료보다는 수박이나 참외 같은 과일을 먹는 게 좋다.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실내온도는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며 환기를 잘하는 것도 폭염피해를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야외활동 혹은 외출계획을 세우기 전 기상청 홈페이지, 모바일웹, 기상청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폭염특보, 예보, 현재 상황을 확인하는 게 좋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6호(2017년 7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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