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절벽 넘어라] 6·19 후폭풍, 썰렁한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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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6·19 부동산대책 시행 후 시장은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다. 미리 담보대출을 받아 분양에 나선 수요자가 크게 늘었고 하반기 주택 구입이나 전월세 거래를 계획한 사람들은 고민이 깊어졌다. 더 큰 문제는 오는 8월 도입될 신 가계부채 대책이다. 부동산대출에 가계대출까지 조이면 내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는 물론 세입자의 이자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 <머니S>는 6·19 부동산대책 시행 이후 달라진 부동산·금융환경을 짚어보고 하반기 대출·분양전략을 알아봤다. 또 금융전문가를 통해 정부의 부동산·가계부채 정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조명해봤다.<편집자주>


“태풍이 지나간 기분이에요. 지난주만 해도 창구마다 북적였는데 오늘은 대출을 묻는 사람도 없네요. ”

지난 3일 정부의 6·19 부동산대책이 시행된 첫날, 서울의 시중은행 대출창구는 썰렁한 모습이었다. 서울 집값 오름세를 주도한 강남4구의 경우 지난달까지 대출계약이 몰렸지만 3일에는 발길이 뚝 끊겼다. 

기자가 이날 오후 2시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A은행을 찾았을 때 대출창구 직원들은 모니터만 쳐다봤다. 오전 내내 대출을 문의하러 온 고객이 없어 직원 3명은 아예 일손을 놓고 있었다고 전했다.

A은행은 지난달 30일 분양을 시작한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의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고객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이 아파트는 서울 강북지역의 노른자 땅으로 평가받는 한강로3가 용산국제빌딩 제4구역에 자리해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비싼 편이지만 미래가치가 높아 청약 인기가 뜨거웠다.

하지만 지난 3일 입주자 모집 공고분부터 적용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강화로 분양신청자 대부분이 지난달 말까지 대출신청을 완료했다는 전언이다.

A은행 지점장은 “부동산 규제로 강남권 주택시장이 주춤한 상황에서 개발호재가 몰린 용산지역 새 아파트는 무조건 가격이 오른다는 기대감에 분양 문의가 뜨거웠다”며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고객들이 바로 은행에 올 정도로 대출창구가 북적였지만 3일부터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B은행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30일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 모델하우스 오픈으로 매매계약서를 들고 대출을 신청하러 온 사람이 많았지만 3일에는 대출창구가 한산했다. 

새 아파트 잔금지불과 옛집의 매도 대금을 받는 사이에 시차가 생길 것을 우려해 미리 대출을 알아보는 고객이 더러 있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B은행 대출창구 직원은 “실거주 목적으로 청약하는 수요자는 당첨돼도 대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전화로 문의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주와 비교하면 대출을 신청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6·19 부동산대책 발표 후 은행 고객들의 대출 문의가 크게 줄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임한별 기자

◆막차 탄 대출… 잔금대출 수요만

 
서울 전지역에서 분양권거래를 금지한 6·19 부동산대책은 강북권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노원구 월계2구역을 재개발해 짓는 ‘인덕 아이파크’는 지난달 30일 모델하우스를 오픈하자마자 2만여명이 몰릴 만큼 인기가 많았지만 부동산규제 이후 인근 은행을 찾는 고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4일 기자가 노원구 월계동의 C은행을 찾았을 때 대출직원들은 일부 고객에게 중도금대출 무이자 혜택을 설명하고 있었다. 부동산규제 전 분양에 돌입한 아파트들이 전용면적 84㎡(25평)에 중도금 60%를 무이자로 제공해서다.

C은행 대출직원은 “당장 살 집이 필요한데 자금이 빠듯하거나 계약금 정도만 있는 전세 수요자에게 중도금 무이자 혜택은 상당한 이점”이라며 “미리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은행에 중도금대출을 묻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지점도 신규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대출만기를 연장하는 고객이 이따금 눈에 띄었다.

지난 봄 성수기에 분양을 완료한 경기지역에선 잔금을 치르기 위해 대출을 물어보는 사람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통상 아파트 매매가 이뤄지고 1~3개월 후 잔금을 치르는 것을 고려하면 지난 3~5월 계약을 체결한 수요자들이 부동산규제 영향을 받지 않고 잔금대출을 받는 것이다.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의 D은행에서는 지난 5월 분양을 완료한 ‘e편한세상 추동공원2차’의 잔금대출을 신청하는 고객이 상담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개발되지 않은 공원 부지에 들어서는 이 아파트는 산책로와 운동시설 등으로 인기가 많아 대출규제 전 내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의 대출계약이 이어졌다.

D은행 직원은 “ 6·19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 이후 대출규제 문의가 꾸준히 이뤄졌다”며 “규제를 피하기 위해 미리 분양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고 이미 대출계약을 맺은 터라 이번달 신규대출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안한 가계부채 대책, 문의 잇따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도 이번 부동산대책의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오히려 8월 도입 예정인 가계대출 규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다.

DSR 도입 시 잔금대출과 중도금대출을 받을 때도 신용대출, 할부금, 마이너스 통장 등 제도권에서 일으킨 모든 빚이 대출로 잡혀 한도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은행권에선 2019년 DSR이 본격 시행될 것으로 보이나 아직까지 뚜렷한 가계부채 대책이 나오지 않아 대출고객의 불안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DTI는 지금까지 돈을 빌린 사람의 전년 소득만을 기준으로 한도를 계산하지만 DSR은 더 까다롭게 상환능력을 평가한다. 지금까지 KB국민은행만 지난 4월부터 DSR(한도 300%)을 시범 운영 중이며 다른 은행들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은행이 DSR을 산정할 때 대출한도가 과도하게 떨어지지 않도록 제한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대출한도는 새로운 DTI를 통해 산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DTI는 기존 DTI보다 미래소득 변화를 엄격하게 반영하는 등 소득심사를 더 세밀하게 평가하는 제도가 될 전망이다. 과도한 가계대출 규제로 제도권 밖의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DSR 시행을 앞당기기보다 신 DTI를 먼저 도입할 것이란 관측이다.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는 미래소득 감소가 예상되는 노년층의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등 노인가구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신규분양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DTI 적용을 검토 중이어서 하반기에 본격적인 대출규제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6호(2017년 7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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