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자조합에 가려진 대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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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 A사의 최대주주가 B투자조합으로 변경됐다. B투자조합은 기존에 A사가 영위하던 사업을 철수하고 바이오산업에 뛰어들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소규모 비상장 바이오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는 등 호재성 공시를 통해 주가를 부양했다. 동시에 액면분할, 무상증자 등을 통해 주식을 유통하기 쉽게 만들었다. 결국 B투자조합은 불과 4개월여 만에 공시도 하지 않은 채 주식을 매도했고 수백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반면 조합의 해산을 뒤늦게 안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B투자조합의 실체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투자조합 뒤에 숨어 증시를 교란하는 자들이 활개치고 있다. 투자조합은 상장사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도 조합원 정보가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불공정거래에 이용된다. 이들은 허술한 투자조합 공시규정의 틈을 파고들어 상장사를 뜯어 먹고 개인투자자를 농락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년간 투자조합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상장법인은 총 42건이다. 이중 불공정거래 혐의가 포착된 곳은 13건으로 30%에 달한다. 이들은 위의 사례와 같이 호재성 공시로 개인투자자를 유인해 주가를 부양한 후 ‘먹튀’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또 이들이 투자조합으로 상장사를 인수할 때는 무자본 M&A(인수합병)도 종종 발생한다. 무자본 M&A는 인수할 기업의 주식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인수자는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거나 회사의 자산으로 빌린 돈을 갚는다. 무자본 M&A는 위법 소지가 있지만 명백히 혐의를 입증하기도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투자조합에서 이 같은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는 익명성 때문이다. 투자조합의 이름으로 상장사를 인수할 때 필요한 공시는 출자자수, 대표자·업무집행자·최대주주 성명과 지분율, 주요 재무사항이다. 하지만 조합의 대표자와 업무집행자는 참여 지분과 관계없이 조합원 누구나 맡을 수 있다. 실권 없는 사람이 조합 대표를 할 수도 있는 셈이다.

또한 비상장법인이 최대주주가 되면 자금의 출처가 어디인지 불분명해진다. 실제 누가 회사를 움직이는지 개인투자자들은 알 방법이 없다. 과거 기자가 투자조합이 최대주주인 회사를 취재할 당시 그 회사의 대표이사는 “회사 경영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실토했다. 물론 그 회사의 최대주주인 투자조합은 얼마 후 지분을 정리하고 자취를 감췄다.

금융당국도 투자조합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위험성을 알리고 주의하라는 당부만 할 뿐이다. 사실상 투자조합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개인이 어떻게 조심하란 말인지 의문이다.

이제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투자조합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시장 실패의 주원인이다. 억울한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떠나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투명성을 제고하길 바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6호(2017년 7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효원 specialjh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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