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의료 빈민'] 1등급도 못믿을 '부실 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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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추세에 인구비중이 늘어난 노인 가운데는 질병을 안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이가 많다. 해마다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치솟는 의료비와 보험료 부담으로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들은 ‘의료 빈민’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는 아직 미흡한 상태다. <머니S>는 연중기획 <노후빈곤 길을 찾다> 일곱번째 시리즈를 통해 노인의 의료빈곤을 야기하는 문제들을 살펴보고 개선과제를 고민해봤다.<편집자주>


#뇌졸중을 앓는 김씨는 3년째 병상에 누워있다. 하루에 먹을 수 있는 건 죽과 푹 삶은 채소 정도. 그런데 이 병원에서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음식을 환자에게 먹이고 원산지를 속인 식자재를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재택 간병이 어려워 부모를 요양병원에 모신 김씨의 아들은 부실한 위생관리에 “늙어서 병드는 게 제일 무섭다“며 한숨을 내쉰다.

#“가운 입은 의사가 때렸다”는 노인의 폭로에 매스컴이 술렁거렸다. 광주의 한 시립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환자가 병원 이사장으로부터 얼굴을 수차례 맞았다고 주장한 것. 사법기관은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가족들은 고소장을 접수했다.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 머무는 노인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들은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돼 병원의 세밀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폭행이 벌어져도 속수무책인 관리시스템, 간호사·물리치료사가 태부족한 환경 속에 아프고 서러운 노후를 보낸다.

간병비는 물론 식대·목욕비·기저귀값 등 본인이 내야 하는 비용도 상당하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은 국민건강보험을 적용받지만 개별 치료비용이 발생하고 간병비도 따로 부과돼 월 평균 100만원 이상을 부담한다. 자칫하면 노인은 물론 부양가족까지 '의료파산'에 직면할 수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뉴스1 박정호 기자

◆적정성 1등급 14%, 속내는 부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사망한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생전에 요양병원 또는 요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총 11만2420명에 달했다.

조사대상자 11만2000여명 중 요양병원·요양원에 입원한 일수가 3000일 이상인 사람은 1464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사망 전 10년 대부분을 요양기관에서 보낸 셈이다.

늘어난 수요만큼 요양병원도 급증했다. 전국 요양병원은 지난해 기준 1406곳으로 입원환자는 54만3753명이다. 2011년과 비교하면 각각 418여곳(42.3%), 34만7401명(176.9%) 증가했다.

짧은 기간 동안 요양병원이 늘어난 탓에 시설과 인력기준이 미흡한 곳도 많다. 정부가 요양병원 설립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해 보험수가만큼 고정수익을 얻는 병원이 급증한 것이다. 문제는 위생상태 등 의료관련 생활서비스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내 요양병원의 적정성을 평가한 결과 1406곳 중 1등급을 받은 곳은 202곳(14.3%)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간호사뿐 아니라 간병인, 사회복지사 등 인력이 부족하고 환자에게 욕창과 낙상이 생기거나 입원 후 환자의 활동능력이 급속도로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법상 요양병원은 뇌졸중·치매 등 노인성질환을 앓는 환자가 많아 환자 40명당 의사 1명을 배치하고 간호조무사를 포함한 간호인력은 환자 6명 당 1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허위로 의료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한 후 요양병원을 개설해 요양급여를 편취하고 비정상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불법행위가 속출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요양병원 설립부터 인력배치·장비설치 기준까지 깐깐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기관 설립기준의 대대적인 손질에 나섰다. 요양병원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고 기준체계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설립조건이 미달된 의료생협 병원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설립기준 준수 여부 등 요양병원 실태조사를 확대할 것”이라며 “요양병원의 적정기능 수행을 위해 인력·장비·시설 등 세부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좋은 요양병원, 정성 지표도 따져야

요양병원에서 안전한 치료를 받으려면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요양병원은 상황에 따라 몇개월에서 몇년, 길게는 환자가 죽기 전까지 머물러야 하므로 처음 선택이 중요하다.

건보공단이 제시하는 요양병원 적정성 등급에 따르면 병실을 적정하게 갖추고 의사나 간호사의 1인당 환자수가 평균 이하면서 약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사회복지사, 의무기록사의 재직일수가 많은 곳이 높은 등급을 받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구조부문 9개 항목과 진료부문 13개 항목 총 22개 항목으로 요양병원을 평가하고 총점에 따라 1~5등급으로 산정한다. 대체로 높은 등급의 요양병원에서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른 적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요양병원 운영자의 환자우선철학, 간호사나 요양보호사의 친절도,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 같은 정성적인 부분도 따져봐야 한다. 의료인력과 행정적인 기준만으로 좋은 요양병원을 판단하기 어렵다.

즉시입원 가능 여부와 환자와 진료과목 일치 여부, 비용·내부시설·주거지와의 거리 등을 살펴보고 요양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요양병원은 환자의 상태에 특화된 곳을 선택해야 한다. 치매, 암, 뇌졸중, 신장장애 등 각 질병에 따른 맞춤형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춘 곳이 좋다.

요양병원의 비급여 부분도 체크해야 할 포인트다. 대다수 입원자의 건강보험 급여는 비슷하지만 약물이나 물리치료 프로그램 등 비급여 치료는 환자가 100%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높은 등급이라고 진료비가 비싼 것은 아니며 식사품질이나 환자케어서비스가 좋을 거라고 안심해선 안된다. 

<실버타운 간 시어머니, 양로원 간 친정엄마>를 집필한 이한세 스파이어 리서치 대표는 “요양병원을 선택하기 전에 가급적 많은 곳을 방문해 내부환경, 간병인과 입원환자의 분위기 등을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8호(2017년 7월26일~8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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