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빈곤-의료의 그늘] 건보 도둑놈 '나이롱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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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추세에 인구비중이 늘어난 노인 가운데는 질병을 안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이가 많다. 해마다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치솟는 의료비와 보험료 부담으로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들은 ‘의료 빈민’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는 아직 미흡한 상태다. <머니S>는 연중기획 <노후빈곤 길을 찾다> 일곱번째 시리즈를 통해 노인의 의료빈곤을 야기하는 문제들을 살펴보고 개선과제를 고민해봤다.<편집자주>

#당뇨병 합병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조모씨(67)는 요양병원 1년차 입원자다. 지팡이 등 보조기구를 이용하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지만 기초생활수급자와 노인장기요양보험수급자로 인정받아 입원실을 내집처럼 여기며 지낸다. 오래 전 아내와 이혼했고 외동딸은 결혼해 타지에서 살고 있어 조카 집에서 눈치를 보며 얹혀살던 그는 가능하다면 병원에서 계속 살 계획이다. 

문재인정부는 보건의료를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복지의 영역으로 본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의료공공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최근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는 82조원의 세입 확충과 재정개혁을 통한 95조원 세출 절감으로 필요한 재원을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과반 이상을 세출 절감으로 충당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비중이 큰 보건의료분야의 구멍으로 꼽히는 가짜환자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 치매책임제와 관련해 서울 강남구 국민건강보험 서울요양원을 방문했다. /사진=뉴시스 전진환 기자

◆'사회적 입원'의 그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입원치료보다 요양시설이나 외래진료를 받아야 하는 신체기능저하군에 속하는 환자수와 진료비가 지난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은 노인성질환자, 만성질환자, 외과적 수술 또는 상해 후 회복기간에 있는 환자를 입원 대상자로 한다.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의료경도 ▲문제행동군 ▲인지장애군 등으로 분류된다.

신체기능저하군에 속하는 환자는 입원치료보다 외래진료를 받거나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게 적합하다. 이들이 질병치료가 아닌 생활·요양 등을 위해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 건강보험재정의 불필요한 지출을 야기하는 ‘사회적 입원’ 환자라 칭한다.

요양병원 입원환자 중 신체기능저하군에 속하는 이들의 수는 2014년 4만3439명에서 지난해 5만8505명으로 34.6% 증가했다. 이 기간 공단·국고부담금과 본인부담금이 포함된 총진료비는 2088억원에서 3491억원으로 67.2% 늘었다. 총진료비 중 공단·국가부담금 비중은 80% 이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18일 발간한 ‘2016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694만명) 중 장기요양인정자는 52만명(7.5%)이다. 장기요양보험 총 연간 요양급여비는 5조52억원이며 공단부담금은 4조4177억원으로 88.3%를 부담했다.

이처럼 건강보험 지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일부 병·의원은 거짓 청구로 건보재정 악화를 부추긴다. 지난 3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거짓 청구 요양기관 17개소 명단’에 따르면 의원 8곳, 한의원 6곳, 요양병원 2곳, 치과의원 1곳이 허위로 건보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하다 적발됐다. 

A요양기관은 실시하지 않은 진료행위 비용을 청구하거나 병원에 내원한 사실이 없는 수진자를 진료한 것으로 진료기록부에 허위 기재한 후 진찰료 등의 명목으로 8300여만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 편취했다.

B요양기관은 해외출국으로 국내병원을 방문할 수 없는 수진자의 진료비용을 청구하거나 비만관리를 위한 다이어트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진료비 전액을 비급여로 징수한 뒤 진찰료, 부항술 등의 명목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7400여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813개 요양기관을 현장조사한 결과 740개 기관에서 400억원가량의 부당내역이 확인되기도 했다. 일부 요양기관은 민간보험에 가입한 가짜환자와 짜고 의료기록을 조작해 가짜환자는 보험사로부터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고 병원은 요양급여비를 부풀려 받은 사실이 적발돼 민·형사처벌을 받았다.


◆흑자 끝, 적자전환 임박

건보재정은 최근 6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누적흑자가 20조1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같은 흑자행진은 올해로 끝나고 내년부터는 적자행진이 시작될 전망이다.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사회보험 중기재정추계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재정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해 지금과 같은 사회보험 운영방식으로는 적자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4대보험의 경우 산재보험을 제외한 건강·장기요양·고용보험의 적자규모가 오는 2025년 24조9000억원에 이른다는 게 정부의 예측이다. 이 중 건강보험 적자규모만 20조1000억원으로 전체 적자액의 81%를 차지할 전망이다.

김승희 의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요양병원과 돌봄 중심으로 운영되는 요양원의 역할이 혼재돼 있다”며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건보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짜환자로 인한 보험사 지급액 증가가 건보재정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보험납입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허위입원자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규제로 일반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는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8호(2017년 7월26일~8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재계와 제약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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