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만명 출퇴근전쟁] 매일 1시간반 '고난의 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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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거주하는 직장인 42만명이 매일 1시간30분을 출퇴근하는데 보낸다. 1년으로 계산하면 약 17일에 달하는 시간을 길거리에서 보내는 셈이다. 정부가 경기도민들의 편리한 출퇴근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제도 등을 시행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머니S>가 수도권 직장인의 출퇴근 실태를 살펴보고 국토부의 새 철도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기대와 우려를 들어봤다.<편집자주>


#수원에 사는 직장인 김성원씨(32)는 매일 극심한 출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회사가 있는 강남까지 가는 시간은 1시간. 지하철에선 사람들과 부딪혀 짜증나고 체력이 소진되기 일쑤다. 퇴근할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 운 좋게 저녁 7시에 퇴근해도 집에 오면 8시30분이 넘는다. 늦은 저녁을 먹고 잠시 쉬다 보면 피로에 눈이 감긴다. 김씨는 “회사가 좀 가까우면 한숨 돌릴 텐데”라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하루 평균 1시간30분. 수도권에 거주하는 직장인 42만명이 출퇴근에 할애하는 시간이다. 1년으로 계산하면 총 42일에 달하는 시간이 거리에서 소모된다. 

특히 인천과 경기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총 2시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KTX를 탔을 때 서울에서 대전까지 왕복 1시간40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수도권 출퇴근은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다.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월요일 출근 69분, OECD 최다

최근 KT빅데이터사업단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30∼40대 42만명의 이동경로를 분석한 결과 평일(월∼금요일) 서울의 하루 평균 출근시간은 46.9분, 퇴근시간은 49.0분으로 드러났다. 

인천이나 경기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더 심각했다. 출근과 퇴근에 총 2시간 이상 걸렸고 월요일 출근시간은 최대 69.2분, 금요일 퇴근시간은 67.3분에 달했다.

직장인의 출퇴근 고충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통체증으로 도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건 기본이고 이동 중에 부딪히고 밟히며 얼굴을 붉히다 보면 피로가 배가된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기나긴 출퇴근은 세계에서도 기록적인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출퇴근시간은 28분으로 우리보다 60% 이상 짧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각각 14분, 18분으로 10분대에 출퇴근이 가능하고 미국(21분)과 영국(22분)도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매일 서울에 유입되는 사람이 76만8000명에 달할 정도로 타지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다. 퇴근길에는 아침보다 차가 더 몰려 정체가 심각하다. 

퇴근시간대(저녁 6∼8시) 서울 시내 평균 교통 속도는 시속 28.6㎞인 반면 출근시간대(오전 8∼9시)는 29.3㎞로 올라간다.

회사가 멀어 직장에 지각하는 경험도 직장인에겐 흔한 일이다. 한 설문조사에선 직장인의 55.7%가 ‘직장에 지각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유는 ▲예상치 못한 교통체증(40.7%)이 가장 많았고 ▲늦잠을 자서(28.7%) ▲지하철 고장 및 지연운행(13.6%) ▲기본적으로 긴 통근거리(11.4%) ▲폭우·폭설 등 궂은 날씨(2.6%)가 뒤를 이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젊은층들이 서울을 떠나는 탈(脫)서울화가 일어나면서 직장인들의 수도권 출퇴근 대란이 더 큰 문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서울의 높은 집값을 견디지 못해 외곽으로 집을 옮기거나 아예 신혼집을 근교에 두는 젊은층이 늘고 있어서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탈서울 의향을 조사한 결과 서울을 떠나고 싶은 이유의 압도적 1위는 ‘주거비용 부담’(62.3%)이었다. 이어 ▲높은 물가(18.5%) ▲교통체증(11.2%) ▲공기오염 등 환경적 요인(2.4%) 등의 순이었다.

이사하고 싶은 지역은 ▲남양주시(11.3%) ▲인천광역시(10.9%) ▲수원시(9.7%) ▲김포시(8%) ▲고양시(7.6%) ▲용인시(7.2%) 등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진행된 경기도와 인천으로 나타났다. 


류성일 KT빅데이터사업단 책임연구원은 “출퇴근 거리가 멀고 통근시간이 오래 걸리는 직장인은 시간 빈곤을 경험할 확률이 높다”며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늘면서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지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연근무제 도입, 출퇴근 스트레스 줄일까

전문가들은 개인이 출퇴근시간을 조율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출퇴근시간대가 정해지지 않은 프리랜서 등의 업무 형태가 늘면 아침·저녁에 몰린 교통 혼잡을 줄일 수 있다는 것. 

풀러스교통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출근시간은 오전 8시에서 10시가 29.7%, 퇴근시간은 오후 6시에서 8시가 22.9%로 특정시간대에 몰려있다. 따라서 이 시간대에 자가용, 버스, 지하철 등이 밀집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경기도에 따르면 출근시간(오전 7∼9시) 수도권 광역버스 혼잡률은 평균 138%로 45인승 버스 1대당 평균 17명이 서서 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혼잡률(185%)일 때는 45인승 버스에 38명이 과잉 탑승해 서서 이동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인 2014년 7월부터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광역버스의 좌석제(입석금지)를 시행했으나 최근에는 자율제로 바뀌었다. 버스 좌석보다 승객 수가 많아 안전장치 없이 서서 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직장인 근무시간을 오전 7시~오후 4시, 오전 8시~오후 5시, 오전 10시~오후 7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을 피해 직장인의 생산성 향상, 이직률 감소 등 긍정적인 성과를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도쿄에선 많은 기업들이 개인의 출퇴근시간을 결정하는 ‘시차비즈’(時差Biz) 캠페인을 벌이는 중이다. 오전 8∼9시에 하루 이용 인원의 25%가량이 몰리는 것을 해소해 쾌적한 통근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다.

정재우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미 많은 직장인이 혼잡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유연근무제를 통한 업무효율성 제고 효과를 고용주들이 인지하고 정부와 기업이 유연근무제 도입이 가능한 직무를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9호(2017년 8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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