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를 파하라④] 삶의 터전 위협하는 ‘지역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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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주범이다. 지령 500호를 맞은 <머니S>가 부와 소득의 불균형이 초래한 양극화에 주목했다. 지금 우리가 겪는 개인·기업·지역 간 갈등은 양극화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극복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양극화의 사슬을 끊는 것이 갈등을 일소하는 길인 것이다. <머니S>는 그 해결과제를 500호 발행에 맞춰 5가지로 압축했다. 이를 통해 양극화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어떤 처방과 수술이 필요한지 진단했다.<편집자주>

지역 불평등을 지칭하는 용어인 ‘지역격차’는 경제적 불평등은 물론 교육·문화·복지 등 사회적 불평등까지 포괄한다. 이처럼 지역격차는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해 해소방안 마련도 쉽지 않다. 지역격차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사회·경제적 기회가 지역 간 골고루 분배되지 못해 일부 지역은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잃는다는 데 있다. 해당 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지역격차는 ‘영남-호남’ 간 불평등으로 나타났다. 1960년대 박정희정권이 급속한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역격차였다. 그러나 현재는 ‘수도권-비수도권’, ‘도시-농촌’ 간 격차가 심화된다. 일본에서 처음 제기된 ‘지방소멸’이란 개념이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문재인정부가 지난달 ‘국정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도권으로 자원이 집중되고 전국적인 도시 쇠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역의 잠재력을 극대화해 자립적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수도권에 인구 집중, 도-농 간 격차 심화

전문가들은 현재의 지역격차가 주로 도시와 농촌 사이에서 발생한다고 분석한다. 서울연구원이 2012년 말 전국의 도시·지역개발, 사회·복지·행정, 경제·산업, 환경·생태, 문화·관광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지역격차가 가장 심화됐다고 분석되는 유형은 ‘수도권-비수도권’(44.2%), ‘도시-농촌’(41.6%)이었다. ‘대도시-인근 중소도시 간 격차’는 6.5%에 머물렀으며 ‘광역경제권 간’, ‘전국 시도 간’ 격차는 각각 3.8%에 불과했다.

특히 도시 중에서도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고 비수도권 중에서는 농촌의 인구가 집중적으로 유출된다. 통계청이 5년마다 진행하는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2527만명(국내 전체 인구의 49.5%)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거주했다.

수도권 인구과밀 현상은 전국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것으로도 나타난다. GRDP는 일정 기간 해당 지역의 총생산액으로 시·도 단위 종합경제지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ISIS)에 따르면 1971년 전국에서 34.1%를 보인 수도권(서울·인천·경기) GRDP 비중은 1985년 43.9%로 크게 올랐고 이후 1995년(48.2%), 2005년(44.1%), 2015년(49.4%)을 거치며 전체 GRDP의 절반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 생산의 절반을 수도권이 틀어쥔 것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주민은 다른 지역 주민보다 더 많은 일자리와 높은 임금 등 다양한 경제적 기회를 누린다.



◆정책에서 기인 ‘지방소멸’ 우려도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지역격차가 확대된 건 산업·경제적 기반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도시에 집중되며 인구 쏠림현상이 심화돼서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국가정책의 영향이 컸다는 점이다. 즉 정부의 정책 방향은 지역격차를 줄일 수도, 키울 수도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의 논문 <만들어진 불평등, 지역격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역격차는 크게 3단계에 걸쳐 형성됐다. 첫째는 박정희정권의 국가주도적 산업화 단계에서 만들어진 영남-호남 간 불평등이다. 독재정권이 지배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영남지역에 국가자원이 몰렸고 호남지역은 상대적으로 배제됐다는 것이다.

두번째 양상이 수도권-비수도권의 격차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민주화와 문민정부 등장으로 영남의 성장세와 집중도는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둔화됐지만 수도권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과 경제활동이 집중된 결과다. 이후 1998년 IMF 위기를 겪으며 수도권-비수도권 격차가 우리나라의 새로운 불균형으로 고착화됐다는 게 조 교수의 분석이다. 나아가 도시와 농촌, 구도심과 신시가지, 개발지역과 낙후지역 간 격차까지 심화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여기에 정치·경제·사회 등 복합적인 요인이 더해진다. 진종훈 문화평론가(경기대 교수)는 “과거 지역격차의 주요 요인이 경제적 차이였다면 현재는 정치·사회·문화 등 다양한 원인이 혼재한다”며 “특히 최근 국민들은 정치 참여·교육 혜택·문화 향유 등의 기회, 즉 삶의 질을 중시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이 모든 요소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젊은 층이라면 더더욱 수도권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지역격차가 장기적으로 ‘지방소멸’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방소멸이란 일본창성회의(일본의 에너지·인구문제 등 미래발전전략에 대해 정책 조언을 하는 기관) 의장인 마스다 히로야가 자신의 저서 <지방소멸>에서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가임기 젊은 여성인구가 대도시권으로 유출되면 일본 지방의 자치단체가 소멸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소멸 위험지역 현황’에 따르면 16개 광역시·도의 지방소멸 위험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인구소멸 전 단계인 ‘인구쇠퇴 주의’ 단계에 속한 도시로 대구, 전남 등이 꼽혔으며 강원도 삼척, 부산 동구와 영도구, 경남 함안 등이 ‘지방소멸 위험’ 단계로 조사됐다. 지방소멸 문제가 농어촌 낙후지역에 국한된 게 아니라 지방의 대도시권까지 확산되는 것이다.

◆“지방균형발전제·지방자치권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지역격차 해소를 위해 중앙정부의 역할과 더불어 지자체 자치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일본의 경우 ‘지방소멸’이란 단어가 보편적으로 쓰인다. 우리나라도 20년 후엔 같은 현상을 겪을 수 있다”며 “인구가 유입되고 유출되는 배경을 잘 살펴야 한다. 유출이 큰 지역은 지방균형발전제도가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지역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이 진정한 자율권과 자치권을 가져야 한다”며 “지자체가 지역의 내생 자원을 이용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국토·지방 정책 등으로 이를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재인정부는 지난달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전국이 고르게 발전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은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지역의 잠재력을 극대화해 자립적 성장기반을 마련케 하고 중앙-지방, 지방-지방 간 경제·사회적 격차를 해소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문재인정부는 ▲전 지역이 고르게 잘사는 국가균형발전 ▲도시경쟁력 강화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 ▲해운·조선 상생을 통한 해운강국 건설 등 3가지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0호(2017년 8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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