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포르투갈, 왜 '유럽의 한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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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를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와 인류 최초로 세계일주에 성공한 마젤란으로 대변되는 '대항해시대'보다 '축구'를 먼저 떠올린다. 외국인에게 한국에 대해 물으면 '한강의 기적'이 아니라 '한류'를 떠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과거의 영광보다 현재 친숙한 것을 먼저 생각한다. 포르투갈이 낳은 세기적인 축구스타 호날두는 6시즌 연속 50골 이상, 7시즌 연속 40골 이상을 기록한 유일한 선수다. 30대 초반인 그의 재산은 3000억원대로 알려졌다. 최고의 한류스타인 송중기·송혜교 커플은 결혼 후 재산이 1000억원대에 이른다는 얘기가 나왔다.



◆닮아도 너무 닮은 '작은 유럽'

전세계에서 남한과 크기·모양·위도가 가장 비슷한 나라는 포르투갈이다. 포르투갈과 남한은 면적이 각각 9만2212㎢와 9만9720㎢로 비슷하며 동서와 남북의 길이가 포르투갈이 약 200㎞와 460㎞, 남한이 약 250㎞와 400㎞로 남북으로 길쭉한 모양도 흡사하다. 두 나라 모두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하며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은 북위 38.7도, 서울은 북위 37.5도에 놓였다.

리스본은 7개의 언덕으로 이뤄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언덕이 많고 서울 역시 그렇다. 리스본은 이베리아반도에서 동서로 흘러 대서양으로 들어가는 넓고 긴 타구스강 하구에, 서울은 한반도에서 동서로 흘러 태평양 일부인 황해로 들어가는 넓고 긴 한강 하구에 있다.

역사적으로 포르투갈은 국경이 맞닿은 강대국 스페인의 영향을, 한국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포르투갈의 민속음악인 파두(Fado)는 민중의 한과 애환을 담은 애잔한 분위기의 노래로 요즘 젊은층이 들으면 '청승맞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민속음악이 서민의 한을 담은 구슬픈 가락을 특징으로 하는 것과 유사하다.

포르투갈은 유럽대륙 서쪽 끝에, 한국은 아시아 대륙 동쪽 끝에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도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작은 나라지만 엔히크 왕자가 등장한 15세기 포르투갈은 유럽 최초로 신항로를 개척해 바다 건너 브라질과 아프리카 지역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며 '환대서양 시대'를 열었다.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아프리카 희망봉을 발견하고 바스코다가마는 인도 항로를 발견해 인도양 해상의 섬까지 닿았다. 인도, 말라카, 마카오 등지에 상업과 무역 기지를 세워 동방 무역권을 독점했다.

포르투갈 전성기에 엔히크 왕자가 세력을 넓혔다면 우리에겐 광개토대왕이 있다. 고구려는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는 대제국을 이뤘고 만주 일대를 지나 몽골 어귀까지 진출했다.

고구려 민중은 자의식이 높았고 좁은 반도사관에 머물지 않았다. 민중이 열등감에 빠져있거나 배타적이면 정체되고 자의식이 충만해 진취적일 때 나라가 성장한다. 백제도 전성기에는 바다 건너 동쪽으로는 일본까지 영향력을 확대했고 서쪽으로는 산동반도, 요서지방 등 중국 대륙까지 팽창했다. 이런 사실은 중국 역사서에 기록됐다. 포르투갈이 대서양 동안의 강력한 해상강국이었듯 비록 영역은 그보다 작지만 우리나라는 태평양 서안의 강력한 해상강국이었다.

동아시아에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 큰 시련을 겪었으며 한국도 IMF(국제통화기금)의 금융 지원을 받았다. 주식시장이 대폭락했고 채권 수익률은 폭등했다. 남유럽에서는 2010년 재정위기로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 국가의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역시 요동쳤다.

◆'기술력·관광'으로 위기 극복

포르투갈은 남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PIIGS 국가 중 하나였지만 정부의 적절한 개혁조치가 효과를 나타내고 가계소비가 살아나면서 위기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2012년 전년보다 4.5%나 감소했던 경제성장률이 올 1분기에는 2.8% 증가했다.

재정적자는 201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1.2%에 달했고 2015년에는 4.4%였는데 올해는 2% 미만으로 대폭 줄었다. 실업률도 하락 중이다. 경제지표가 살아나자 그동안 포르투갈 경제에 회의적이던 펀드매니저들도 올 초부터 적극적인 국채 구매자로 돌아섰다.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해 개인과 기업에게 소득세, 법인세, 사회보장공제 등 각종 세금과 납부금 연체이자를 파격적으로 면제해주던 코스타정부도 최근 세금을 다시 거둬 재정이 크게 개선됐다.

소비세와 유류세를 올리고 각종 탈세를 대대적으로 단속해 조세수입을 늘렸으며 급하지 않은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자제했다. 경영난을 겪던 은행을 과감한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작업을 통해 정상화하거나 글로벌은행에 매각함으로써 취약하던 금융시스템이 안정을 찾아 시중에 돈이 돌게 됐다.

유럽 여러 나라가 불확실성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포르투갈은 회의론을 극복하고 정치·경제·사회적 안정을 회복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최근에는 관광산업의 유례없는 호황이 경제회복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관광수입이 전년 대비 10.7% 증가한 126억8000만유로를 기록해 포르투갈 경제에서 관광산업 비중이 2011년 4.6%에서 6.4%로 상승했다. 에어비앤비 이용자는 1년 사이 두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는 외국인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프랑스, 터키, 이집트 등지에서 테러가 일어나고 추가테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테러 우려가 적은 포르투갈에 관광객이 몰렸기 때문이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인 경우다.

포르투갈은 음식이 싸고 맛있다. 지중해성 기후 영향으로 여름에도 습도가 낮아 쾌적하며 겨울에는 따뜻해 휴가지로 적합하다. 치안이 좋고 볼거리가 다양한 포르투갈의 관광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포르투갈은 에어비앤비 투숙객을 대상으로 하룻밤 1유로씩 '관광세'를 걷기로 했다. 이 돈은 관광진흥에 사용된다.


◆아시아 IT강국 '한국', 유럽 IT강국 '포르투갈'


한국이 아시아 IT강국이듯 포르투갈은 유럽 IT강국이다. 포르투갈 정보통신기술(ICT)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약 90개국 150여 이동통신사가 사용한다. 한국이 2000년대에 도입한 하이패스를 포르투갈은 90년대부터 이용했으며 80년대에 모든 은행 자동화기기 네트워크를 묶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동통신 사용률은 유럽연합 평균을 넘는다. 포르투갈 ICT기업은 83%가 자체 제품을 갖고 있고 단순 유통은 17%에 그친다.

포르투갈 ICT시장 규모는 150억유로, 부가가치 규모는 50억유로에 이른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이동통신 분야의 1만2000개 크고 작은 ICT 기업에서 9만여명이 일하면서 금융IT 솔루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과 포르투갈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닮은 점이 많고 정서적으로도 통하는 데가 있다. 인적·경제교류를 활성화시키면 서로 윈윈하기 좋은 여건을 갖췄다. 뛰어난 IT 인프라와 우수한 기술력, 벤처캐피탈, 고급 인적 자원을 갖춘 포르투갈시장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면 기업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일산 킨텍스에서 지난해 10월 열린 '글로벌 모바일 비전 2016'(Global Mobile Vision 2016)에 참가한 포르투갈대사관과 포르투갈무역투자진흥공사가 내건 슬로건은 15세기 유럽 대항해 시대를 연상시키는 '미래를 향해 문을 여는 포르투갈'이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0호(2017년 8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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