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보험-의료계의 '수상한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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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와 의료계 사이에 수상한 담합이 의심되는 분야가 있다. 바로 보험사의 ‘자문의사제도’인데 보험사가 보험금 청구건이 지급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자문의에게 의료자문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이 자문의들이 계약을 통해 보험사로부터 건당 수십만원의 자문료를 받는다는 점이다. 사실상 보험사 입맛에 맞는 소견서를 낼 가능성이 농후한 셈. 결국 이 자문으로 보험가입자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생긴다. 부부싸움 후 아내가 잘잘못의 기준을 친정에 가서 물어보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자문의제도 악용하는 보험사

금융소비자연맹이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2017년 1분기 보험사 의료자문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이 기간에 총 2만1878건의 의료자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가 7352건, 손해보험사는 1만4526건이었다. 이는 연간 8만7000여건, 건당 자문료 20만원으로 환산 시 174억원가량의 자문료가 지급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월 한국소비자원은 자체 의료자문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비율이 20.3%(소비자원 민원 611건 중 124건 거절)라고 밝혔다. 금소연은 이를 토대로 연간 1만8000여건이 보험사 자문의사의 의료자문 결과에 따라 보험금 지급이 거절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보험가입자들은 보험금 지급 관련 불만이 많다. 보험가입은 쉽지만 보험금을 받기가 어려워서다. 보험금 지급기준을 맞추기 위해 각종 서류를 준비했음에도 보험사 자문의 소견으로 심사결과가 뒤집히거나 금액이 축소되는 것도 못마땅하다. 이 같은 불만은 금융감독원 민원접수로 이어진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감정으로 접수된 분쟁 건수는 총 2112건으로 2013년(1364건) 이후 급증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의료자문료가 병원이 아닌 의사 개인에게 지급된다는 점이다. 의료자문료는 대부분 보험사가 원천세(기타소득세 3.3%)를 공제하고 자문의에게 직접 지급한다. 예컨대 상계백병원은 지난해 보험사에 7832건의 자문을 해주고 15억6640만원의 자문료를 받았지만 이 비용이 병원의 수입에 포함되는지는 확인하기 힘들다. 수억원대 자문료를 자문의사가 개인수입으로 잡아도 알 도리가 없다는 뜻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과거 한 대형병원에서 근무한 A씨는 “보험금 청구건 중 금액이 매우 높거나 분쟁 정도가 심하면 보험사는 자문의에게 웃돈을 얹어 주며 소견서를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자문의 소견의 신빙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자문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보험사가 제출한 자료만을 근거로 소견서를 작성한다. 보험사가 자문의에게 제출한 자료는 비공개다. 보험사가 환자의 상태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작성했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현행 의료법 및 시행규칙상 의사가 진단서 등을 작성할 때는 의료기관명, 의사명, 면허번호 등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진료를 하지 않고 진단서나 소견서를 발행하는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다. 

이와 관련 보험사와 자문의사들은 자문결과가 진단서나 소견서가 아닌 단순 내부참고자료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보험금 지급거부용으로 자문의의 소견을 이용한다. 보험소비자는 불리한 위치에서 보험금 지급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자문의 선정과정도 불투명하다. 현재 국내 주요 보험사들과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의료심사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이 위원회 소속 의사들이 보험금 지급 여부를 자문하는데 생보사의 경우 위원회 소속 의사가 아닌 개별 자문의에게 자문을 받는다. 위원회 소속 자문의 풀(Pool)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셈이다. 손보사 역시 일반·장기보험이 아닌 자동차보험 진료에만 자문의 풀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자문의 풀이 유명무실한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각사별로 자문료를 지급하고 병원과 관계를 맺어 자문의 풀을 이용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특별한 지시도 없어 이런 상황이 지속됐다”고 밝혔다.

◆자문제도 개선안 연내 도입될까

금융당국이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금감원은 관련 분쟁 민원이 급증하자 지난 5월 ‘제3의료기관 자문절차제도’를 연내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제도는 보험사들이 보험가입자에게 제3의료기관 자문절차에 대해 의무적으로 설명하고 보험사가 자문의 소속병원으로부터 받은 소견을 보험계약자에게 제공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 제도대로라면 보험사들은 앞으로 의료자문을 받은 병원 명칭, 전공분야, 자문횟수 등을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당초 지난달부터 시행하기로 한 이 제도는 보험업계의 거센 반발로 잠정 연기됐다. 연내 도입을 목표로 개선안을 준비 중이지만 또다시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셀프 의료자문’에 문제점이 많음을 인지하고 있다”며 “지난달부터 의료자문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생·손보협회와 수정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의료비와 보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실손보험 비급여항목 표준화 문제로 갈등 중인 것도 업권 이익을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 손해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자문제도는 보험사와 병원이 서로 ‘윈윈’하는 상황임을 부인하기 힘들어 보인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로 자문의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보험금을 거절하거나 삭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자문의 공개 등 소비자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0호(2017년 8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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