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를 파하라③] 부러진 '중소기업 성장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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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주범이다. 지령 500호를 맞은 <머니S>가 부와 소득의 불균형이 초래한 양극화에 주목했다. 지금 우리가 겪는 개인·기업·지역 간 갈등은 양극화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극복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양극화의 사슬을 끊는 것이 갈등을 일소하는 길인 것이다. <머니S>는 그 해결과제를 500호 발행에 맞춰 5가지로 압축했다. 이를 통해 양극화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어떤 처방과 수술이 필요한지 진단했다.<편집자주>

#. 자동차 부품업체 A사는 2015년 영세사업자인 거래처 12곳의 납품단가를 깎았다. 형식은 합의였지만 사실상 후려치기였다. '소급 후려치기'로 A사가 2억9600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반면 영세사업자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대기업 집단, 대·중소기업, 중견∙중소기업 등 기업 간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들 기업 대부분이 ‘갑을병정’ 관계로 얽혀 있다. 각각의 기업들 사이마다 미묘한 ‘갑을’ 관계가 발견된다. 문제는 단순한 갑을 관계가 아니라 기업 간 격차를 더 벌리는 원인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이 영세기업으로 전락하는 현상에는 속도가 붙는 반면 대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줄어들며 ‘하향평준화’가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부러진 ‘성장 사다리’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중기업, 소기업, 소상공인 등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사업체 수는 2014년 기준 354만2350개다. 반면 30대그룹을 포함한 전국의 대기업 수는 3123개로 전체의 0.1%에 불과하다. 대기업에 고용된 종사자 수는 193만여명으로 전체의 12.1%다. 중소기업이 나머지 87.9%에 해당하는 1400만여명을 고용한다. 문제는 지난 20여년간 대기업 수가 줄고 종사자 수도 꾸준히 감소했다는 것. 1995년에는 대기업 수가 무려 2만여개였으며 283만여명(25.5%)을 고용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수와 고용인력 모두 늘었지만 체질이 악화됐다. 전체 기업 중 5인 이하 영세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의 비중이 1990년 42.7%에서 2014년 49.9%로 늘었다. 같은 기간 소기업 비중은 36.1%에서 34.5%로, 중기업 비중은 17.0%에서 13.6%로 줄었다. 매출하락으로 인한 인원감축 때문에 중소기업이 영세기업으로 쇠락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중소기업의 투자의향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산업은행이 대·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설비투자 동향을 조사한 결과 기업규모별로 대기업은 154조6000억원을 계획한 반면 중소기업의 투자 계획은 25조1000억원에 불과했다. 대기업이 2015년 147조4000억원, 지난해 150조5000억원, 올해 154조6000억원으로 설비투자 규모를 늘리는 반면 중소기업은 2015년 33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8조9000억원, 올해 25조1000억원 등으로 대폭 줄이는 추세다.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영세한 소상공인에서 중소기업으로 성장한 사업체는 1%도 채 안되며 중소기업에서 대기업까지 가는 경우는 0.1%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병'에게 '을질'하는 중소기업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하청구조가 지목된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중소기업 우수인력 빼가기, 연구개발 성과 가로채기, 하청업체 임금 꺾기, 위험의 외주화 등은 대기업 중심의 원청 사업자와 협력업체인 중소기업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표적인 불공정 관행이다.  

불공정하도급으로 인한 대기업·중소기업 간 양극화 문제 못지않게 중소기업 내에서도 하청관계로 인한 양극화가 갈수록 악화되는 추세다. 대기업 하청을 받는 1차 협력업체는 하도급 계약이 비교적 명확해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지만 1차 협력업체로부터 하청을 받는 2차 협력업체, 이를 재하청 받는 3차 협력업체 등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IBK경제연구소가 단계별 최상위 성과 기업 수 비중 편차를 분석한 결과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중소기업 내 협력업체 간 양극화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1차와 2차 협력업체의 격차는 2008년 21%포인트에서 2014년 24%포인트로 벌어졌다.

규모가 큰 협력업체(1차)가 작은 업체(2차)에 갑질을 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협력사들은 부당한 거래관계에 속앓이만 할 뿐 불만 등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 갑을 구조에서 문제제기나 분쟁조정을 할 경우 자칫 거래관계가 끊겨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어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하도급법을 어긴 기업 11곳 중 10곳이 중견·중소기업이었다. 이에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중소사업자 단체와 가진 간담회에서 "하도급법을 위반한 중소기업 사업자가 80%에 달한다"며 "그런 중소 사업자들이 더 작은 영세 사업자들을 상대로 불공정 행위를 하면서 정부에 보호를 요청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성장 생태계 조성해야”

대기업∙중소업체 간 양극화와 하향평준화는 ‘성장 사다리’를 부실하게 만들어 장기적인 경제전망까지 어둡게 한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중소업체 간 불공정 거래행위를 막기 위한 정책이 2·3차 협력 중소기업에도 적용되도록 강화∙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경란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중소기업팀장은 “1차와 3차를 연계하는 중소기업 생태계상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2차 협력 중소기업의 경영 실태를 시급하게 점검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공급 과잉과 경쟁 심화, 4차 산업혁명 등 위기 상황에서 탄탄한 중소기업 성장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0호(2017년 8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선 rahs1351@mt.co.kr

안녕하세요. 유통∙재계 담당 박효선입니다. 많은 격려와 질책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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