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도의 서점] 읽고 사고 즐기는 '복합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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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낮 12시 서울 청계천로의 한 대형서점 안. 평일 점심시간대 오피스빌딩인데도 서점 안은 회사원으로 보이는 고객으로 북적였다. 서점에서 만난 30대 회사원 김솔(가명)씨는 “예전에는 큰 서점이라도 몇시간째 책을 읽고 있으면 직원 눈치가 보였는데 요즘은 아예 독서실 같은 공간을 만들어줘 편안하다”며 “특히 카페나 음식점이 바로 옆에 있어서 점심시간 내내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대형서점들은 단순히 책을 진열·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독서와 음악, 쇼핑, 음식료 등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책을 구매하지 않아도 자료나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고 서점 역시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독서문화 확산과 책 구매율 증진 등의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독서실로 변신한 서울 종로의 한 대형서점 내부. /사진=김노향 기자

◆온종일 책 읽고 공부하고… 복합문화공간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 대형서점들은 책을 읽는 사람뿐 아니라 학생이나 수험생도 장시간 앉아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서울 광화문의 한 대형서점은 평일 오전 9시30분 문을 열자마자 수십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커다란 탁자가 금세 가득 찬다. 수험서와 공책을 펼쳐놓고 보던 손님들은 2~3시간 후 자리를 뜨기도 하고 오후에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 서점을 떠나지 않는 독서객을 보는 건 흔한 풍경이다.

연간 이용객이 1000만명을 넘는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2015년 서점 안 곳곳에 손님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를 마련했다. 100명 넘는 손님이 앉을 수 있는 대형탁자도 설치했다. 예전에는 서점 안 계단이나 바닥 곳곳에 주저앉아 책을 읽는 사람이 대다수였지만 요즘은 넓고 푹신한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다.

교보문고는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서점이다. 다양한 학용품 등을 판매하고 그림도 전시한다. 주말에는 데이트나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젊은층이 많아졌다.

대학가의 중고책방들. /사진=김노향 기자

◆중고책방의 변신, 동네서점에서 대형화

변화의 물결은 대형서점을 넘어 동네의 작은 서점으로 파급됐다. ‘치맥’(치킨+맥주) 대신 ‘책맥’(책+맥주)을 즐길 수 있는 동네서점, 다양한 분야의 직업에 종사하던 이가 세운 특색 있는 서점도 늘고 있다. 제일기획 부사장 출신 최인아씨의 ‘최인아 책방’, 카피라이터 유수영씨의 추리소설 전문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유희경 시인의 ‘위트앤 시니컬’, 개그맨 노홍철씨의 ‘철든 책방’ 등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알라딘중고서점 신촌점은 인근 대학생이 많이 찾는 중고책방 중 하나다. 과거의 중고책방은 규모가 작아 책 종류가 적은 데다 낡은 책을 판매하는 이미지였지만 최근에는 중고책방도 점점 대형화·프랜차이즈화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최모씨는 “작은 중고책방의 책을 사면 중간중간 낙서가 있거나 찢어진 경우가 많은데 대형 중고책방들은 거의 새책이나 다름없는 것만 파는 데다 가격도 정가제여서 운이 좋으면 절반값에 깨끗한 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라딘중고서점은 2011년 서울 종로점을 시작으로 부산, 광주, 울산, 미국 LA 등에서 20여개 매장을 운영한다. 알라딘중고서점 관계자는 “깔끔한 인테리어와 편리한 검색시스템, 현금으로 중고책을 구입해주는 정책을 도입해 성공시켰다”고 설명했다. 알라딘중고서점의 고객은 책을 구매할 뿐 아니라 직접 소장한 책을 판매할 수도 있다. 책 구매·판매 실적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하고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고책을 판매하는 입장에선 높은 가격도 이점이다. 기존 중고책방은 헌책을 폐지값 정도로만 구입해주는 반면 알라딘중고서점은 책 상태가 깨끗하면 절반 가까운 값으로도 재구입한다. 알라딘중고서점은 음반과 에코백, 중고태블릿PC 등을 판매하는 등 다양한 시도도 하고 있다.

◆서점의 진화, 독서문화 확산 기대

서점업계와 출판업계는 서점의 변화가 독서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많은 사람이 책을 읽거나 정보를 얻으러 서점에 방문했다가 구매로 이어지기도 하고 독서에 관심을 갖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김영란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요즘 청년들은 문화생활을 하는 데 경제적부담을 느끼지만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서점은 적은 비용으로도 문화생활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영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니멀한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서점도 상업화된 공간보다 주인의 가치관과 개성이 담긴 곳을 편안하게 느끼는 것이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0호(2017년 8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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