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금융권 메기' 인터넷은행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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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이 금융권 ‘폭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인터넷은행 1호인 케이뱅크와 2호 카카오뱅크가 출범과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신규고객을 끌어모으고 있어서다.

케이뱅크는 출범 4일 만에 가입고객 10만명(예·적금 730억원, 대출액 410억원)을 넘어섰고 카카오뱅크는 같은 기간 80만명(예·적금 2750억원, 대출액 2260억원)을 돌파했다. 금융권에서 이처럼 짧은 시간에 수십만명의 신규고객이 몰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중은행의 시각은 다소 복잡하다. 파격적인 금리와 서비스, 편리한 기능을 갖춘 은행이 탄생하면서 우량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를 방치했다간 고객 이탈로 예대·수수료 마진까지 쪼그라들 것이란 위기감마저 감돈다.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에 주는 신호는 명확하다. 금융당국의 바람대로 인터넷은행이 금융권에서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제 막 출범한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에 주는 교훈과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봤다.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카카오뱅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대출금리 낮고 예금금리 높고 편리성까지

인터넷은행이 내세운 강력한 무기는 금리와 편리성이다. 카카오뱅크는 하루만 맡겨도 연 1.20%의 금리를 제공하고 예·적금금리도 최대 연 2.2%로 시중은행 평균금리(연 1.1~1.7%)보다 높다. 특히 마이너스통장은 최대 1억5000만원 한도, 최저 연 2.86%의 금리가 적용된다. 중도상환해약금 등 수수료도 면제된다. 특히 중신용자도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케이뱅크는 출범 초기 최저 연 2.67%(최대한도 1억원)의 금리를 제공했으나 지금은 판매를 중단했다. 가입자가 몰려 한도가 소진돼서다. 예·적금금리는 최고 연 2.5%로 시중은행보다 두배가량 높다.

시중은행이 느끼는 불편함은 단순히 금리 때문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의 금리경쟁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당장은 고객이 대거 몰리는 효과를 보겠지만 연체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중장기적으로 금융 채무불이행자가 늘어나고 최악의 경우 은행이 존폐위기에 놓일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성과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00년대 초반까지 인터넷은행이 30여개로 늘다가 2000년대 중반 12개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1995년 첫 인터넷은행이 설립된 이래 인터넷은행이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이들 대부분이 금리경쟁에만 치중하다 10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사업을 중단하거나 타 금융기관에 흡수된 것.

시중은행도 과도한 금리경쟁은 독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제공하는 금리 역시 조만간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본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지난 3일 마이너스대출 한도를 축소했다. 하지만 지금의 현상을 모른 척 넘길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에 준 과제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기업과 개인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런데 시중은행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이자로 먹고사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퍼졌고 특히 금리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기준금리는 낮은데 대출금리를 과하게 책정했다거나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금리를 높였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은행이 출범과 동시에 경쟁력 있는 금리와 낮은 수수료를 전면에 내세워 돌풍을 일으키니 시중은행의 속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평소 시중은행에 불만을 품은 고객은 언제든 인터넷은행으로 갈아탈 수 있는 상황이다.

김광석 삼정KPMG 수석연구원은 “인터넷은행이 합리적인 금리로 범용화된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시중은행과 거래한 우량고객들도 손쉽게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며 “(시중은행 입장에선) 가랑비에 옷이 젖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사진=뉴시스 고범준 기자

◆간편기능에 고개 숙인 시중은행

인터넷은행의 간편기능도 시중은행에 교훈을 남겼다는 평가다. 시중은행은 인터넷은행 출범 전부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모바일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 나아가 모바일금융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아 서비스 경쟁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제 막 출범한 인터넷은행의 간편기능이 시중은행의 수준을 가볍게 넘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터넷은행은 신규거래자도 지점을 찾지 않고 통장개설이 가능하며 별도의 서류 없이도 5~10분 만에 원하는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처음 거래할 때 반드시 지점을 방문해야 하는 은행과 차별점을 둔 것이다. 여기에 24시간 은행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며 메신저로 빠르고 간편하게 이체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이와 관련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놓친 것이 있다.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고 인정했다.
물론 편리한 금융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금융서비스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 자산가 등 우량고객이 은행을 거래할 때 중히 여기는 부분은 편리성보다 정보와 안정성이다. 이제 막 출범한 인터넷은행이 신뢰성 부문에서 시중은행을 따라가기엔 아직 이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객이 원하는 것은 편리성보다 안전성”이라며 “시중은행도 인터넷은행 못지않은 간편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지만 시중은행은 당국의 규제 등으로 이에 적극 대처하지 못했다”며 “(간편기능을 접목하지 않아도) 수익모델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인터넷은행의 간편금융서비스가 시중은행에 충분한 자극제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0호(2017년 8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성승제 bank@mt.co.kr

금융을 사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금융 출입 기자입니다. 독자님들의 아낌없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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