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도의 서점]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메신저

인터뷰 / 김미정 한국북큐레이터협회장

 
 
기사공유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기자는 주로 주변인에게 추천받은 책을 검색해 책을 보유한 도서관으로 직행하곤 한다.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코너에 진열된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특정 분야의 책을 읽고 싶다면 키워드를 검색해 출판사 혹은 작가의 책 몇개를 정해놓고 목차만 대강 살피곤 집어든다.


서점 안에 진열된 수많은 책 중 ‘나에게 꼭 맞는 책’이 분명 있겠지만 책을 접하는 패턴이 이렇다 보니 그 책을 만날 확률은 높지 않다. 책은 많아지지만 책과 사람의 ‘연결고리’는 점차 약해지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 큐레이션’의 역할이 주목받는다. 김미정 한국북큐레이터협회장(51)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미정 한국북큐레이터협회장. /사진=임한별 기자

◆ 책과 사람의 연결고리 '북큐레이션'

“책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거죠.” 김 회장은 북 큐레이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관심을 받는 북 큐레이션이란 흔히 책을 골라 서가에 배치하는 작업을 의미하는 말로 통용된다. 분야별로 나누고 출판사별 가나다순으로 배열하는 기존의 서적 분류법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개념이다.

김 회장도 이 같은 일을 한다. 서점이나 도서관, 기업, 기관 등이 북카페 등을 조성할 때 조언자 역할을 한다. 기존 대형서점과 도서관처럼 획일화된 방식이 아니라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책들을 선정해 가져다 놓고 배열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북 큐레이션을 책장 편집에 한정짓지는 않는다.

“책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일련의 과정이 북 큐레이션입니다. 책장 편집은 그 방법 중 하나일 뿐이죠.”

한국북큐레이터협회는 독서의 중요성을 알리고 책으로 소통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이념으로 만들어진 단체다. 읽는 이에게 책의 진정한 가치를 안내하는 일련의 활동을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활동은 다양하다. 곳곳에 강의를 다니며 북 큐레이터를 양성하고 좋은 서점을 추천한다. 후원을 통해 도서관 등에 도서를 기부하는 등 독서문화를 증진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도 펼친다.

/사진제공=한국북큐레이터협회

◆ 작은 서점에서 ‘책 문화’ 찾아요

일부 선진국에선 책장을 편집하는 북 큐레이터가 전문직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럴 만한 저변이 깔리지 않았다. 이에 김 회장은 북큐레이션의 중요성을 알리고 가르치는 데 집중한다. 그의 강의를 원하는 사람들은 주로 도서관 사서나 책방지기, 그리고 자녀에게 올바른 독서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부모다.

그는 현재의 우리나라 환경에선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 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형서점은 많은 책을 대중적이고 효율적으로 다룬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정작 책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공간으로서는 가치가 떨어집니다. 콘셉트가 있는 작은 동네책방과 작은 도서관이 활성화돼야 사람들이 조금 더 책을 가깝고 친근하게 여길 것으로 생각해요.”

그는 대전에 위치한 작은 책방인 ‘우분투북스’를 좋은 사례로 평가했다. 우분투북스는 먹거리·건강·생태 서적을 주로 취급한다. '건강한 먹거리로 농촌과 도시를 잇는다'는 콘셉트다. 이 분야의 준전문가인 책방지기는 손님들과 이야기하며 책을 추천해준다. 유기농 농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등 현실과 연결되는 사회적 활동을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이런 작은 책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인데 한국북큐레이터협회도 작은 책방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더 좋은 책방의 예시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서점이 아니더라도 이용자에 대해 조금 더 세심한 배려가 있다면 책이 있는 공간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 수 있다.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들이 그의 강의를 듣고 싶어 하는 이유다. 

"문헌정보학을 공부한 사서들은 기록과 분류에 전문화된 사람이 주류입니다. 기존 방식에서 북 큐레이션의 새로운 접근법을 적용해 도서관이 사람들에게 다가가도록 하는 사서가 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에요."

◆ 책 읽는 아이들이 미래 바꿀 것

김 회장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아이들의 독서’다. 세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속담처럼 아동기에 형성된 독서습관이 평생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성인이 책을 멀리하는 원인 중에는 유년기에 강요받은 독서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이 책을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실제로 그의 강의에 찾아오는 많은 부모들은 자녀가 책을 읽게 만들기 위해 상벌제도를 도입한다. 또 독후감을 쓰라고 강요한다. 그는 이 자체가 독서를 질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생각해보세요. 매번 영화를 볼때마다 감상문을 쓰고 확인을 받아야 한다면 영화가 보고 싶을까요."

아이들에게 아무런 부담없이 재미있게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줘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가정집의 책장에 부모가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아이들의 손이 닿는 곳에 표지가 보이도록 책을 배치하는 게 시작이다. 나아가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에 대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양질의 도서를 구비하고 그 책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는 일련의 과정이 아이들의 독서교육을 위한 북큐레이션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0호(2017년 8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 0%
  • 0%


  • 코스피 : 2361.67상승 13.4104:25 08/18
  • 코스닥 : 642.11상승 7.204:25 08/18
  • 원달러 : 1137.20하락 4.304:25 08/18
  • 두바이유 : 49.53상승 0.2704:25 08/18
  • 금 : 1292.70상승 9.804:25 08/18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